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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8 /2011.04] 논단 _ ‘ [烏有之鄕] ’과 ‘관행적 접점’
제목(中文)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4 조회수 71

[Vol.8 /2011.04] 논단 _ ‘烏有之鄕관행적 접점

 

박경석 _ 인천대학교 HK교수


 

 8. 논단1.jpg

 

필자는 2010년 상반기에 약 8개월 동안 베이징에 체류하였다. 오랜만에 비교적 장기간 중국을 현지에서 직접 보게 되었다. 10년 전에 난징에 1년간 머문 적이 있어 그때와 많이 비교되었다. 그 가운데 눈에 뜨인 것이 우여우즈샹(烏有之鄕)에 대한 중국 젊은 지식인들의 뜨거운 관심이었다.

 

2003년에 개설된 [烏有之鄕] 은 정치 평론을 다루는 유명 인터넷 사이트이다.* ‘烏有漢代 司馬相如[子虛賦]에 나오는 허구적인 인물이다. 따라서 烏有鄕이나 烏有之은 허구의 인물이 살던 고향, 즉 존재하지 않는 곳 = 유토피아(Utopia)를 의미한다.

 

[烏有之]은 장기간에 걸쳐 급진 성향의 평론을 게재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대다수의 평론과 강연이 현재 주목을 끌고 있는 뜨거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것이다. 논조에도 일관성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동정하고, 공평 정의를 주장하고, 사회 병폐의 시정을 촉구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마오쩌둥 사상을 옹호한다. 특히, 개혁개방 이후 심각한 공직자의 부패, 양극분화 및 민생 문제, 국가 이익의 대외 유출 등을 맹렬하게 규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마오쩌둥 시대의 사회 정의, 사회 평등, 생활 복지가 개혁개방 이후보다 훨씬 좋다고 여기기도 한다. 문장의 표현은 매우 격렬하여 선동적이기까지 하고, 담론 대상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정치성이 매우 농후하다. 개혁개방정책의 방향성(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비롯해 그로 인한 문제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래서 당국에서 단속 내지 통제 조치를 취할 만도 한데, 이제껏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烏有之]이 개혁개방정책을 일부 비판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烏有之]은 개혁개방의 범주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개혁개방의 논리 안에 이미 개혁개방정책을 일정 정도 비판할 수 있는 개방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정책에 대해 한 마디 말도 비판할 수 없다면, 이는 이미 개혁개방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烏有之]의 급진적 비판이 중국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살면서 중국사회를 유심히 살펴보니, 국가와 사회 혹은 정치권력과 인민대중, 또는 지배와 피지배 간에 일종의 慣行的 接點 내지 接線, 均衡 같은 것이 있음을 느꼈다. 말하자면, 중국공산당 중심의 정치권력은 엘리트 정치의 안정화, 통치시스템의 개혁 등을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정 한도의 자유를 허용하고, 인민은 공산당 중심의 권력체제 자체에 대해서는 도전하지 않는 일정한 선에서 자유를 누리는 관행적 균형을 말한다. 시장과 거리의 풍경, 젊은 청년들의 언행, 기독교 교회, 여행지 등등 가는 곳곳에서 그런 접점을 느낄 수 있었다 [烏有之]도 그 관행적 균형의 접점에 위치한 사회현상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중국 대륙에까지 전달된 이른바 재스민혁명의 열기는 그 접점의 유동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 역할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20일 이후 5차례 이상 중국판 재스민(茉莉花) 시위가 계획되었고, 중국 당국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중국판 재스민혁명을 표방한 소규모 시위 움직임이 나타난 뒤 중국 당국은 시위 예정 지역을 철통같이 봉쇄하였다. 당국의 강력한 사전 차단으로 시위가 확대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회 불평등과 부조리의 해소를 요구하는 중국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 평론을 주로 다루는  [烏有之]재스민혁명에 대해 어떤 논평을 내놓았을까. 검색 결과, 대략 십여 편의 글이 올라와 있다. 편수도 의외로 적거니와 내용도 단조롭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거의 모든 글에서 미국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스민혁명의 발생 원인이나 전개 과정을 두고 미국의 자국이기주의나 위선적 태도, 신식민주의적 성향 등을 비판하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재스민혁명은 혁명이 아니라 정변에 지나지 않고, 리비아는 가짜 혁명(僞革命)이라는 혹평도 있다. ‘재스민혁명이 해당 국가의 총체적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경우에도 이것이 중국에서 그대로 재현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烏有之]의 평소 성향으로 볼 때 보다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만도 한데, 현재로서는 당국이 명백하게 용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단조로운 논의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의 접점이 아직까지는 위로부터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최근 권력승계 등에서 보이는 중국 정치의 안정화는 정치 엘리트에 의해 이루어진 제도화로서의 정치개혁에 기인한다. ‘정치 제도화는 인민이 주도하는 정치 민주화로서의 정치개혁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제도화와 민주화의 불균형이 언젠가 중국 정치에 균열을 불러올 것이고, 중국의 정치적 변화는 필연적이다. 상기한 관행적 접점도 위로부터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불가피하다.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여러 - 예컨대 국가권력이나 사회세력과 같은 - 힘과 지향이 상호작용 하는 가운데 계속 살아 움직일 터이다. 그 접점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면 중국 정치의 향방도 약간은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烏有之]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wyzxsx.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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