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Information / News

열린게시판

제목 [Vol.68/2016.04] 기획_ 중국 행업신 이야기 ? 동업자들의 세속화된 신성 (2) 행업신 숭배의 특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2 조회수 53

기획_ 중국 행업신 이야기 ? 동업자들의 세속화된 신성 (2)   행업신 숭배의 특성



박경석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지난 호에서는 행업신의 정의와 분류, 형성, 목적과 작용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구체적인 행업신 숭배의 활동을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행업과 행업신


행업신은 하나의 행업이 하나의 신령만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하나의 행업신만을 섬기는 업종도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업종에서 여러 행업신을 동시에 숭배하기도 했고 하나의 행업신이 여러 업종에 의해 숭배되기도 했다.


하나의 업종이 여러 행업신을 숭배하는 경우에도 다양한 양태가 나타난다. 지난 호에서 행업신을 크게 祖師神(업종의 조상신, 이하 ‘조상신’으로 칭함)과 守護神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조상신(祖師神)을 섬기면서 동시에 수호신을 섬기는 경우, 하나의 행업이 여러 조상신을 섬기거나 여러 수호신을 섬기는 경우, 같은 행업이라도 지역에 따라 하나의 조상신만을 섬기거나 여러 조상신을 섬기는 경우가 있다.


여러 행업신을 섬길 경우, 신령의 중요도에 따라 主神과 配神(부속신)으로 구분했다. 제사를 지낼 때에도 자연스럽게 主神의 위패는 중앙에 놓았고 配神은 그 좌우에 배치하였다. 이런 경우도 다양한 양태를 보이는데, 조상신이 主神, 수호신이 配神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조상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전자이다. 후자의 경우는 關羽와 같이 수호신의 지위가 월등히 높을 때 수호신이 主神이 된다. 또한, 主神과 配神 모두를 조상신만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숭배되는 여러 조상신 간에도 總祖師, 分祖師 등 지위와 기능에 따라 위계가 확실하였다.


하나의 행업신은 여러 업종에서 숭배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경우도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는데, 여러 업종이 동시에 조상신으로 숭배하기도 하고 여러 업종이 동시에 수호신으로 숭배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업종이 지역에 따라 조상신으로 섬기기도 하고 수호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같은 신령이라도 여러 업종이 그 대상을 숭배하게 된 연유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 대개 같은 행업신을 섬기는 업종들은 일정한 공통점을 갖기 마련이었다.


이처럼 하나의 행업이 여러 행업신을 숭배하거나(一業多神), 하나의 신령이 여러 업종의 행업신이 되는(多業一神) 경향은 중국의 민간신앙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多神論的, 汎神論的 실용주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숭배 대상이 무엇이든 자기에게 이익이 되고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다른 것은 따지지 않고 바로 분향을 하고 머리를 조아린다. 실제로 행업신 숭배의 세계에는 儒佛道의 기성종교는 물론이고 다양한 민간신앙의 신령들이 혼합되어 있다.


2. 지역성과 시대성


지역의 관점에서 볼 때, 행업신은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숭배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지역적 특성이 농후하다. 말하자면 같은 업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숭배하는 행업신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행업신은 특정 지역에서만 숭배되기도 한다. 행업신에 대한 숭배의 강도, 경건함의 정도는 지역에 따라 달랐다.


물론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숭배되는 ‘전국구’ 행업신도 있었다. 예컨대 나무를 다루는 전국 각지의 목수들은 魯班을 조상신으로 숭배했고, 서당의 훈장들은 어느 지역이나 모두 孔子를 조상신으로 섬겼으며, 상인들은 모두 財神을 수호신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런 ‘전국구’ 행업신은 그 수가 매우 적다.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대개의 사안이 그렇듯이 행업신도 지속성과 단절성을 동시에 갖는다. 말하자면, 전통이 끊임없이 계승되는 가운데 시대에 따라 변이가 발생함으로써 시대적 특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행업신 숭배라는 기본 틀이나 숭배 대상에 대한 지속성은 대체로 강하지만, 시대에 따라 숭배 대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없지 않았고 숭배 대상이 계속 첨가되어 늘어나는 현상은 더욱 보편적으로 보이는 양상이었다.


3. 제사 장소


행업신 숭배의 핵심은 매년 일정한 시점에 드리는 제사활동이다. 제사를 지내는 장소는 사당, 일하는 곳, 종사자의 집, 음식점 등 행업이나 行會의 형편에 따라 다양했다.


경제력이 있는 행회는 행업의 전용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사당은 규모에 따라 廟, 堂, 殿, 館, 宮, 閣, 祠 등으로 칭해졌다. 사당은 행업의 본거지인 會館 및 公所와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會館이나 公所가 없으면 업무 활동이 행해지는 곳에 사당을 세우기도 했고, 도처에 작은 규모로 사당을 짓는 경우도 있었다. 城隍廟와 같은 해당 지역의 일반 사당 한쪽에 행업신을 위한 전용 神殿이나 神像을 세우기도 했다. 여러 행업이 공동으로 하나의 사당을 지어 이용하기도 했다. 행업 사당은 주로 주변의 名山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사당은 종사자들의 마음에 매우 중요하고 신성한 장소였기 때문에, 사당을 짓고 이를 보수하는 일은 행업의 중대사로 여겨졌다.


이밖에, 업무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도 제사를 지내는 중요한 장소였다. 일하는 장소에 고정적으로 작은 제단을 설치해 놓고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었고, 위패나 神像을 옮겨 가면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집안에 가정용 제단, 신상, 위패 등을 설치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또한 음식점을 빌려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祭神에는 대개 宴會나 演戱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하는 것에 편리함이 있었다.


4. 종이 神像 - 神馬


행업신 제사에는 神像이나 위패가 필요하다. 神像은 흙으로 빚거나 나무로 만든 것을 쓰기도 하지만, 神馬라는 것을 많이 사용했다. 神馬는 神禡, 神碼, 紙馬, 甲馬, 花馬子, 神紙馬子 등으로도 불리는데, 말하자면 목판으로 인쇄한 종이 神像이다. 민간에서 각종 신령에 제사 지낼 때에도 보편적으로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門神馬’, ‘月光馬’, ‘藥王馬’, ‘財神馬’ 등으로 불렀다. 행업신 숭배에서 사용한 神馬는 민간에서도 사용했다. 의약업에서 숭배했던 藥王이나 상인이 섬겼던 財神 등은 민간에서도 일반적으로 숭배했기 때문이다. 神馬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존재이지만 중국문화를 표상하는 하나의 중요한 매개물이기 때문에 기억해 두면 좋을 듯하다.


神馬의 화면은 대개 닫집(龕室) 모양이다. 중앙에 제사를 받는 신령이 있고 양측에 2~4명의 시중드는 사람이 있다. 신령 앞에는 탁자나 행업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 놓여 있거나 아예 해당 업종의 작업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대개는 행업신의 명칭도 쓰여 있다.


양조업에서 사용한 ‘杜康’의 神馬


염색업에서 사용한 ‘染布缸神’의 神馬


神馬는 제사를 지낼 시기가 되면 신마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에서 구입했다. 해당 상점은 각 업종이 매년 제사 지내는 때를 잘 파악해 두었다가 신마를 준비해 둔다. 신마를 구입할 때에는 경건하고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구입한 신마는 적당한 곳에 붙인다. 예컨대, 요리사들이 숭배하는 부엌신(灶君神) 신마는 부뚜막 위의 벽에 붙이고, 도공들이 섬기는 窯神 신마는 가마 위에 붙이는 식이다. 제사 의식이 끝난 후에는 신마를 모두 문밖에서 태워 보냈다.


‘關羽’ 神馬‘財神’ 神馬



(※ 다음 호에서는 행업신 숭배의 구체적인 집회 및 금기, 역사 연혁 등에 대해 살펴보고, 그 이후에는 개별적인 행업신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나갈 예정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李喬, 『行業神崇拜 - 中国民衆造神史硏究』, 北京出版社, 2013, 105~106쪽.

http://blog.sina.com.cn/s/blog_5e68a7e80102dzdx.html


0 comments
작성자 패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