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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8/2016.04] 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1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2 조회수 196

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14)



만두(饅頭)와 만터우(饅頭) 그리고 자오쯔(餃子)

주희풍 _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만두의 한자는 만두 만(饅), 머리 두(頭)를 쓴다. ‘饅頭’라는 단어는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한·중·일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모양의 음식을 연상시킨다. 우리에게는 만두(饅頭)가 연상되는가 하면 중국 사람들에게는 만터우(饅頭), 일본 사람들에게는 만쥬우(まんじゅう, 饅頭)가 떠오를 것이다.


한국의 만두(饅頭)


중국의 만터우(饅頭)


일본의 만쥬우(まんじゅう, 饅頭)

  

이렇듯 한자문화권의 나라에서는 같은 한자어가 지칭하는 대상이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하거나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만두도 이러한 경우에 속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문화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그 뚜렷한 이유나 원인을 찾기가 매우 까다롭다.

  

한·중·일 이 세 나라의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들이 많다. 우선 만두와 만터우의 차이는 소가 ‘있고’, ‘없고’의 차이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의 만두와 비슷한 것을 자오쯔(餃子)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만터우와 비슷한 것을 찐빵이라고 부른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중국과 비슷하게 만두를 교오자(ギョ一ザ, 餃子)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중국의 자오쯔를 만두(饅頭)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부를까?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의 《목은선생문집(牧隱先生文集)》 3권에는 ‘둘째 아들 집에서 아침에 만두를 맛보다(二郞家朝餉饅頭)’라는 문장이 나온다. 또한 고려가요 ‘쌍화점(雙花店)’에 등장하는 만두는 회회(回回)아비(아랍상인)가 팔던 것으로 모양이 서리처럼 희어 ‘상화(霜花)’ 또는 ‘상화(霜華)’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유추해 보면, 당시의 만두는 오늘날의 찐빵과 비슷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후기에는 중국의 만터우와 비슷한 것을 ‘만두(饅頭)’라고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중국에는 바오쯔(包子)라는 것이 있다. 우리에게 딤섬(點心, dimsum)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음식의 총칭이다. 바오쯔는 그 크기가 다양해서 큰 것은 어른주먹만하고, 작은 것은 한입크기 정도이다. 큰 것은 한 끼 식사대용으로 충분하여 주식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작은 것은 차, 곡식음료와 함께 간단하게 아침식사나 디저트로 먹는다. 얼핏 보기에 바오쯔는 우리의 만두와 유사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바오쯔와 자오쯔의 구분이 명확하다. 자오쯔는 ‘삶고’, 바오쯔는 ‘찐다’.


어른주먹만한 바오쯔(包子)


한입크기의 바오쯔(包子)

  

장쑤(江蘇)성 남부, 저장(浙江)성 일부지방 및 상하이(上海) 일대에서 사용하는 오(吳)방언에서는 바오쯔를 만터우라고 한다. 만두라는 이름은 송나라 문헌 《사물기원(事物紀原)》에서 기원한다. 이에 따르면 제갈량이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심한 풍랑을 만나 남만인의 풍습인 사람 머리 99개를 물의 신에게 바쳐야만 풍랑이 가라앉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에 제갈량이 밀가루로 사람 머리 모양을 한 음식을 빚어 제사를 지내자 풍랑이 가라앉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속일 만(瞞)’, ‘오랑캐 만(蠻)’과 음이 같은 ‘만(饅)’을 빌려 ‘만두(饅頭)’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설(異說)도 많아 시기와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명나라의 《수호전(水滸傳)》 27회에서 무송(武松)이 손이낭(孫二娘)의 주점을 지나가면서 만터우 스물세 개를 주문했는데 “무송이 상에 있는 만터우 하나를 손으로 팍 치고는 ‘주모! 이 만두는 인육 만두요? 아님 개고기 만두요?’(武松取一個拍開看了,叫道:‘酒家,這饅頭是人肉的,是狗肉的?)”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현재 중국 사람들이 이 대목을 보면 상당히 혼동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만터우와 바오쯔가 명확히 구분되는데, 여기서 언급된 만터우는 분명 현재의 바오쯔와 매우 유사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현재 중국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딤섬 가게이다. 상호가 한자로 남상만두점(南翔饅頭店)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딤섬 가게는 샤오롱바오(小籠包)가 매우 유명하다.


샤오롱바오(小籠包)가 유명한 상하이(上海)의 만두 가게


그 동안 우리는 “한국의 만두는 중국의 자오쯔”라는 말을 해오곤 했다. 다시 말해 한국과 중국에서는 만두와 자오쯔를 같은 음식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만두와 자오쯔는 외형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중국에서는 ‘자오쯔는 물에 삶고 만두는 물에 찐다’는 것에 분명한 차이를 둔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http://matzzang.net/

http://image.baidu.com/

http://www.yahoo.co.jp/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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