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중국 행업신 이야기 - 동업자들의 세속화된 신성 (1)

『중국관행웹진』에서는 이번 호부터 「중국 행업신 이야기 - 동업자들의 세속화된 신성」을 연재합니다.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업종마다 조상신 내지 수호신으로 섬기는 신령이 있었는데, 이를 보통 ‘행업신(行業神)’이라고 합니다. 각각의 행업신은 전설이나 신화를 포함해 행업과 관련이 있는 사적(事迹)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행업신을 통해 신령에 관한 중국의 문화 코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연재에서는 행업신이 유래된 사적을 통해 수많은 신령이 어떤 맥락에서 해당 업종의 행업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의 세속화된 신성(神聖)’의 세계를 밝혀보려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중국 행업신 숭배의 형성과 작용

박경석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2016년 2월 23일 中國新聞網 보도 :

福建省 泉州에서 붉은 색의 예복을 입은 주제관 陳應鴻이 엎드려 절하는 鞠躬禮를 행하고 있다. 闽南 방언과 戲劇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장엄하고 엄숙한 제례가 시작되었다. 戲劇界의 행업신(田都元帥)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1시간 정도의 의례가 끝난 후, 젊은 戲曲 배우들이 한명씩 분향하고 祭拜했다.

2월 23日, 福建 泉州의 木偶劇院이 근래 보기 드물게 떠들썩했다. 1년에 한번 하는 ‘春季 戲神 儀式’이 거행되어, 北京, 福建 등의 戲劇 전문가 및 지방 戲劇 배우들이 몰려들어 祭拜했다.

이상과 같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행업신 숭배는 대개의 민간신앙이 그렇듯이 오늘날에도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행업신 숭배는 중국 민간신앙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중국 전통문화의 다양한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다. 필자는 향후 행업신에 관한 사적을 통해 수많은 신령이 어떤 맥락에서 해당 업종의 행업신이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나아가 중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문화 코드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행업신의 개요’를 간략히 소개한다.

1. 행업신이란 - 정의와 분류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업종마다 조상신(祖師) 내지 수호신으로서 자기 행업과 관련이 있는 신령을 섬겨왔는데, 이를 보통 ‘行業神’이라고 한다. 물론 그 의도는 자기 행업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있었다.

行業神 숭배는 일찍이 春秋戰國時期부터 나타나지만 당시에는 일반적인 민간신앙과 구분되지 않았다. 宋代 이후 특정 ‘조상신’을 숭배하면서 융성하기 시작해 明淸代에 절정을 이룬다. 근대 이후에는 대체로 쇠락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도시 상공인의 신앙의식 깊은 곳에 잠재되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행업신 숭배의 전체 역사에 비추어 볼 때, 행업신은 크게 祖師神과 守護神으로 나눌 수 있다. 祖師神은 祖師, 祖師翁, 師祖, 本師, 先師, 師傅 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대개 해당 행업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업종의 종사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직업이 祖師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종사자들이 섬기는 祖師는 신령 숭배의 산물이기 때문에 섬기는 대상이 진짜 행업의 창시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祖師로서 숭배하게 되면 祖師神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역사상 명확히 창업의 공이 있더라도, 祖師로 숭배되지 않으면 祖師神이 되지 못한다. 예컨대, 리본 장식업(紮彩業)의 경우 唐代의 致公禪師가 처음으로 창도한 것이지만, 그들은 魯班을 祖師로 숭배한다.

동업자들은 섬기는 祖師에 神性을 부여하였다. 즉, 초인적 능력과 고도의 덕성 및 신비주의 색채를 덧씌우면서 행업의 주재자이며 수호신으로 숭배하였다. 어떤 동업자들은 자신이 종사하는 행업을 하나의 종교로 여겨, 祖師를 유교, 불교, 도교의 교주와 유사한 존재로 인식하기도 했다.

동시에 祖師神은 일정한 ‘人性’, 즉 사람의 면모와 특징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원시인의 관념 속에서, 신령은 단순히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간의 스승이자 동료라는 인식이 있는데, 祖師神은 이런 인식과 매우 잘 부합한다. 祖師 전설 중에는 神性의 신비로움과 함께 人性이 반영된 매우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守護神은 祖師로서 숭배되지 못하는 행업신을 말한다. 대개 행업의 창시자(祖師)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우 행업신은 해당 행업을 총괄하거나, 행업의 필요에 따라 일정한 직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軍人이 존숭하는 關羽는 軍事를 총괄하고, 서점과 곡물 상인이 숭배하는 火神은 불을 총괄하며, 어민이 제사 지내는 天妃(天后)는 바다와 하천을 총괄한다.

이상의 祖師神과 守護神은 일정 범위에서 구분되지만 대개는 양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2. 행업신의 형성

행업신은 종사자들이 자기의 필요와 일정한 근거에 의거해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을 신격화하여 행업신으로 만든 경우도 있고, 기존의 신령을 행업신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다. 전자로는 木匠이 모시는 魯班, 茶業이 모시는 陸羽 등이 있고, 후자의 예로 요리사들이 숭배하는 灶神(부뚜막 신령)과 연극인이 숭배하는 二郞神은 모두 민간의 일반 신령이 행업신으로 선택된 경우이다. 어떤 경우든 일정한 근거와 이유가 있는데, 대개는 전설이나 신화를 포함해 행업과 관련이 있는 事迹이 내포되어 있다.

사적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어떤 발명이나 창조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黃帝는 冠服을 발명했기 때문에 재봉 일을 하는 사람들의 행업신이 되었고, 魯班은 공구를 발명했기 때문에 머리빗, 우산, 목기, 석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행업신이 되었다.

둘째, 행업의 형성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이다. 춘추시대의 管仲은 처음으로 官妓를 설치하였고, 唐나라 明皇은 극장의 子弟를 가르쳤고, 孫臏은 가죽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각각 극장, 기녀, 갖바치의 행업신이 되었다.

셋째, 해당 행업에 종사한 적이 있거나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경우이다. 예컨대, 蕭何는 漢나라 때 胥吏를 한 적이 있고, 老君(老子)은 八卦爐(老君爐)를 주조하였고, 文昌帝君은 책을 간수하였고, 關公(關羽)은 재물을 가볍게 여기고 의리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각각 서리, 철공, 문구점 및 서점, 상업(財神)의 행업신이 될 수 있었다.

넷째, 행업과 유관한 신성으로 인해 행업신이 된 경우이다. 예컨대, 요리사들은 매일 접하는 부뚜막 신령(?神)을 행업신으로 모셨고, 玉器業은 관음보살이 입고 있는 흰 옷이 순백의 옥기를 연상시켜 白衣觀音을 모셨다.

이런 근거들의 출처도 매우 다양한데, 史書, 宗敎 典籍, 필기 잡기, 고대 신화, 민간 전설, 통속 소설 및 희곡, 회화 및 彫塑 등을 망라하고 있다.

3. 행업신 숭배의 목적과 작용

중국에서 수많은 행업신 숭배가 생겨난 이유는 대개의 다른 민간신앙이 그렇듯이 사회적, 자연적 압박 가운데 정신적 위안을 얻기 위함이었다. 신령을 찾아 복을 기원하고 보호를 요청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특유의 강력한 조상 숭배 및 ‘崇德報功’의 관념이 행업신 숭배가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공적이 큰 조상이나 혈연관계가 가까운 조상에 제사 지내는 조상숭배는 중국 민간신앙의 뿌리이자 기초이다. 이런 조상숭배 관념이 행업신앙으로 확대되어 발전한 것이 행업 祖師神 숭배라고 할 수 있다. 祖師는 바로 행업의 조상이었던 것이다.

또한,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자신에게 덕을 베푼 신령에게 제사나 연희 등으로 보답하지 않으면, 다시는 그 신령의 은덕을 받을 수 없거나, 심한 경우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관념이 강하였다. 이런 ‘은덕을 숭상하고 공적에 보답하고자’ 하는 관념이 행업신앙으로 확대되어, 祖師의 은덕에 보답하고자 행업신 숭배가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행업신 숭배는 행업 종사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해당 행업의 사회적 위신과 지위를 높이는 작용을 하였다. 전통적으로 행업신의 위신과 지위는 바로 그 행업의 위신과 지위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해당 행업의 종사자들은 행업신을 통해 스스로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요컨대, 祖師를 선정할 때 가급적 여러 사람들의 주목과 존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였다. 祖師가 정착된 이후에는 자기들이 섬기는 행업신을 가급적 치켜세우고 뽐내는 활동을 지속하였다.

행업신은 기본적으로 행업의 정신적 지주로서 祈福의 대상이었다. 행업신 숭배의 실질적인 목적과 작용은 동업의 통합에 있었다. 동업 조직이나 규약(行規, 業規)만으로는 동업 인원을 단결시키고 통제하기에 부족했고, 정서적 차원에서 통합의 정신적 권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행업신에 제사 지내는 자리에서 행업신의 권위를 빌려 공동의 규약을 준수하기로 맹세하였고, 행업신 앞에서 행업의 사무나 규약의 개정을 의논함으로써 의사 결정의 권위를 확보하였다. 또한 행업신의 이름으로 규약 위반을 징계함으로써 징계의 정당성을 높였다.

(※ 다음 호에서는 행업신 숭배의 활동, 역사 연혁, 특징 등에 대해 살펴볼 예정임.)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www.chinanews.com/cul/2016/02-23/7769637.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