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Information / News

열린게시판

제목 [Vol.67/2016.03】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1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2 조회수 252

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13) 



한국화교의 만두소 재료는 해음(諧音)문화와 음복(飮福)문화다

주희풍 _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해음(諧音)’이란 같은 소리를 가진 한자(漢字)를 이용한 언어수사적인 표현으로, 어휘의 소리가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의 동음이의(同音異義)와 같다고 보면 되는데, 이를 테면 우리가 숫자 ‘4’를 금기시 하는 것과 같다. 같은 맥락으로 중국에서는 선물로 시계를 준비할 경우 매우 신중해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로도 발음이 같은데, 중국어에서 시계를 뜻하는 ‘쇠북 종(鐘)’의 발음이 ‘끝나다, 마치다, 죽다’를 의미하는 ‘종(終)’과 같다. 여기에 ‘선물 보내다’의 ‘보낼 송(送)’을 더 하면 장사(葬事)에 관한 온갖 일을 뜻하는 ‘送終(송종)’이 된다. 중국어로는 “내가 너를 장례를 치러 주겠다!(我給你送終!)”의 의미가 된다. 중국에서는 붉은 색 바탕에 써는 있는 ‘복(福)’자를 거꾸로 붙인다. 중국어에서는 ‘거꾸로’의 뜻을 갖는 ‘도(倒dao)’와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의 뜻을 갖는 ‘도(到dao)’의 발음이 같다. 그래서 ‘복(福)’자가 거꾸로 되면 ‘다오푸(倒福)’가 되고, 이것이 ‘복이 닿았다’의 의미를 갖는 ‘다오푸(到福)’와 소리가 같아서, 복을 거꾸로 붙이는 것은 ‘복이 닿았다’의 의미에서다. 중국의 사회적 관습과 금기문화 등에는 이러한 해음 현상이 기저에 깔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0년 중반 크리스마스가 중국에서 대중화가 되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연인끼리 사과를 선물하는 관습이 생겨난다. 크리스마스이브는 중국어로 평안한 밤의 뜻인 ‘핑안예(平安夜)’라고 옮겨지는데, 사과의 중국어 ‘핑궈(蘋果)’의 ‘핑(蘋)’이 ‘평안하다’의 ‘핑(平)’과 해음이 된다. 그래서 보낼 ‘송(送)’을 더하면 “송핑안게이니!(送平安給你!)”가 되어 “너에게 평안함을 준다!”가 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과를 선물한다는 중국 광고


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손님 특히 구매상을 접대할 때 해음이 되는 생선을 메뉴에 올려 구매상의 발전을 기원하기도 하는데, 메기, 연어, 잉어, 붕어 요리를 상에 올린다. ‘메기 점(鮎)’, ‘연어 연()’, ‘잉어 리(鯉)’, ‘붕어 즉()’이 중국어 ‘녠롄리지(年連利積)’와 해음이 되어, “매년 연이어 이익을 쌓으십시오!”라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 ‘접대하다’의 ‘칭(請)’을 더하면 “칭녠롄리지(請年連利積)”가 되면서, “매년 연이어 이익을 쌓으시길 바랍니다!”의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메기, 연어, 잉어, 붕어 요리가 있는 접대자리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도 이러한 해음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는 ‘제로문화(齊魯文化)’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제로문화’는 도가사상(道家思想)과 유가사상(儒家思想)의 전통이 융합하여 형성된 유구한 문화다. 한국의 화교사회에서는 거꾸로 된 ‘복(福)’자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우선 붉은 색 바탕에 써는 있는 ‘복(福)’자를 자기 집 대문 혹은 사람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거꾸로 붙인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咦? 這家福倒了!”(어? 이집 복(福)이 거꾸로 있네!)라는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소리로는 ‘도(倒)’와 ‘도(到)’가 같아서 “어? 이집에 복(福)이 닿네!(咦? 這家福到了!)”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한테 “이집에 복(福)이 닿네!(這家福到了!)”라는 덕담을 받는 셈이 된다. 본래 덕담(德談)이란 실현되지 않을 일을 마치 실현된 것처럼 완료형 시제를 사용하여 그 바람을 기원하는 것인데, 해음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되기를 빌 때 혹은 저주를 할 때 하는 ‘주(呪)’의 관념이다. 점복(占卜)사상과 언령관념적(言靈觀念的) 심리에서, 만사만물이 길흉의 예조(豫兆)에 그대로 지배되고 말(言)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서 말한 대로 되리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화교들은 거꾸로 되어 있는 ‘복(福)’자를 보면 “복이 닿네요!”라는 의미의 “푸다오러! 푸다오러!(福到了! 福到了!)” 혹은 “축하드려요! 복이 닿네요!”라는 의미의 “꽁시! 꽁시! 푸다오러!(恭禧! 恭禧! 福到了!)”라고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말해주곤 한다. ‘주(呪)’의 형식적 특징인 ‘반복’의 구술과 닮아 있다. 이런 표현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예의고, 그 덕담을 받은 사람은 두 손 모아 감사를 표한다.


한편, 한국의 화교들은 유가(儒家)의 전통적 사상인 음복(飮福)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이 음복문화 안에서 해음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한자문화권에선 명칭이 달라도 일반적으로 설을 쇤다. 한국의 화교들은 중국 ‘제로문화’의 풍습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제로문화’ 세찬(歲饌)의 대표격인 만두와 ‘만터우(饅頭)’를 먹는다. 우리가 말하는 만두는 중국에선 일반적으로 ‘쟈오즈(餃子)’라고 부른다. ‘쟈오즈’와 ‘만터우’의 가장 큰 차이는 그 조리법에 있다. ‘쟈오즈’는 국수처럼 물에 삶지만 ‘만터우’는 찐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화교사회에서는 ‘쟈오즈’를 ‘주보보(煮饽饽)’라고도 한다. ‘주(煮)’는 물에 ‘삶다’의 뜻으로, ‘주보보’는 ‘보보(饽饽)’를 물에 삶는다는 뜻이다. 또한 ‘만터우(饅頭)’를 ‘보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보보’는 한자 ‘발(勃)’과 중국어 발음이 같다. ‘보(勃)’자를 중첩하면 ‘보보(勃勃)’가 되는데, 고문(古文)에서는 “사물이 한창 일어나는 현상”의 의미를, 현대 중국어에서는 “왕성하다”, “발랄하다”, “강렬하다”, “욕망이 강렬한 모양”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주보보’나 ‘보보’에 동전, 대추, 밤, 땅콩, 등을 더해 일종의 희망을 표출한다. 예를 들면, ‘만터우’에 붉은 대추를 아홉 개를 꽂아 찌는데 ‘구(九)’는 ‘오래다, 변하지 않는’(지오 久), 대추(棗)는 ‘이르다’(자오 早)의 의미로 “일찍 오래 동안 왕성하다”가 된다. 여기에 대추가 붉기 때문에 “훨훨 타다(강열하다)”의 의미까지 해서 “일찍 오래 동안 강렬하게 왕성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만터우’, 즉 ‘보보’는 설 차례 상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붉은 대추를 꽂은 ‘만터우’는 ‘제로문화’의 상징적 제사 음식이다. 보보는 환갑잔치나 돌잔치 등에도 쓰인다. 잔치가 끝나면 이것을 하객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보보’를 나누워 주는 것을 ‘창보보(强勃勃)’라고 하는데. ‘보보(勃勃)’를 더 강하게 한다는 수식어 ‘창(强)’을 더하여 그 의미를 더 부각시킨다. 


붉은 대추 아홉 개를 꽂아 찐 만터우(饅頭)


마찬가지로 ‘쟈오즈’에도 동전(錢 돈), 붉은 대추, 밤(栗: 리(利) 이롭다, 통하다), 땅콩(花生 후손 혹은 생명 번성, 번창) 등을 소에 넣어 만든다. 각각 “재물이 풍성한”, “좋은 운수(붉은 색의 상징)”, “매우 순탄한”, “장수 혹은 번성”의 의미를 갖게 된다. 쟈오즈도 설 차례 상에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차례 음식이다.


만두소에 동전을 넣는 모습


만두소에 대추, 밤, 땅콩을 첨가해서 만든 만두


기실 설명이라기보다는 해석이지만, 한국의 화교들은 ‘제로문화’의 전통을 상당 부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찬의 대표 격인 ‘쟈오즈’와 ‘만터우(보보)’를 통해 한 해의 소망을 빈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는 형식으로, 또는 그것을 먹는 형식으로 그 부여된 의미를 기원하는 것은 복음문화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고, ‘쟈오즈’와 ‘만터우(보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은 해음문화가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0 comments
작성자 패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