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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4/2010.12] 관행기행 _ 안후이성 지시현 마을들의 현황, 그리고 현지조사의 어려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2 조회수 67

[Vol.4/2010.12] 관행기행 _ 안후이성 지시현 마을들의 현황, 그리고 현지조사의 어려움

장정아 _ 인천대학교 교수

 

필자는 우리 사업단과 협력교류관계를 맺고 있는 상하이대학 연구진과 장기적 협력방향을 논의하고 조사가능지를 물색하고자, 2010 3월에 중국 상하이를 거쳐 안휘(安徽)성 지시(積溪)현에 가서 자펑(家朋)향의 칸터우()촌과 상좡(上莊)진의 자이탄(宅坦)촌ㆍ상좡(上莊)촌을 방문하였다. 방문에는 이 지역들에서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장기간 수행한 상하이대학 대학원생들 그리고 미국 와이오밍대학 인류학과의 마이클 하킨(Michael E. Harkin) 교수가 동행하였고, 역시 이 지역들에서 10여 년간 민간법과 재산권 등의 주제를 가지고 현지조사를 수행한 상하이대학 사회학과의 장페이궈(張佩國) 교수와 상하이대학 ethnicity 연구센터(族群硏究中心)의 주임인 우다(巫達) 교수와 만나 향후 협력방향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먼저 방문한 상좡진의 상좡촌과 자이탄촌은 상하이에서 버스로 7-8시간 걸리는 곳으로, 상하이와의 직통버스는 하루에 한 번만 다니므로 보통은 지시현까지 가서 작은 버스로 갈아타고 마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영업용 택시가 아니지만 택시처럼 운행하는 차들을 잡아타고 가는 경우에는 80-100위안 정도 든다고 한다.

 

자이탄촌은 후이저우(徽州)연구 중심기지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각종 자료와 기록(檔案)들을 포함하여 농업ㆍ생활사 관련 실물자료가 많이 보존ㆍ전시되어있어서 이곳을 직접 대상으로 한 논문과 연구도 많이 이루어져 왔다. 이 마을은 특히 촌주임이 여러 자료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그를 통해 사람 소개를 비롯한 조사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자료가 많이 보존되어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며, 촌주임은 내게 자기 마을이 조사지로서 가지는 또 다른 큰 장점은 표준어에 능하면서 교육수준이 괜찮은 사람들을 몇 명 확보하고 있으므로 현지에서 직접 조사보조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이 지역에서 현지인들과 표준어로 소통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보조원들을 통해 표준어로의 통역을 비롯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보조원 경비로는 하루에 4-50위안 정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 지역은 또한 후스(胡適)의 옛집(故居)이 있는 곳임을 큰 자랑으로 삼고 있어서, 우리도 이곳을 함께 방문하였다.

 

다음으로 찾아간 자펑향 칸터우촌은 위의 자이탄촌에서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 나가서 현내(縣城)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들어가는 곳으로, 현내에서는 상하이로 직접 가는 버스가 있는데 약 6-7시간 소요되었다. 이 마을에는 특히 오래된 사당(祠堂)과 패방(牌坊)들이 많아서 역사적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다만 현재 사당들은 학교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보존되어있었다. 이 마을 방문에는 현지인 출신인 황산(黃山)시 툰시(屯溪)일중학교 교사 쉬샤오쥔(許曉駿)씨가 동행하였는데, 그는 직접 현지(縣志) 편찬에도 참여한 바 있고 학술적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매우 좋은 제보자의 역할을 하였다. 우리는 그의 도움으로 마을 곳곳을 돌아보며 사람들 집에도 여기저기 들어가서 일상생활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마을의 경우 앞의 자이탄촌만큼 많은 자료가 보존된 곳은 아니어서 의미 있는 자료가 얼마나 수집가능할지는 다소 회의적인 부분이 있고, 따라서 쉬샤오쥔 교사처럼 열의를 가진 현지 제보자가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 현지에서 집중적으로 자료조사 및 수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1년 이상 현지조사를 수행하여 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은 내게, 자신은 사실 현지조사 경험이 너무 힘들어서 이제 공부를 그만두려 한다고 솔직하게 토로하였다. 즉 중국인인 자신도 이렇게 현지에서 조사를 하면서는 언어의 어려움이 너무 컸고, 어떤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할 때 관련 현상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계속 막막함과 절망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현지조사의 어려움은 앞의 자이탄촌에서 1년 이상 현지조사를 수행한 박사과정 대학원생의 경우 역시 심해서, 그 역시 자신이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지조사를 하는 내내 언어의 벽을 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점, 그리고 재산권ㆍ소유권 관련 의미 있는 분규나 사건들을 찾기란 더더욱 불가능하였음을 토로하였다. 즉 그는 장기간 조사를 수행하면서, 단순히 피상적인 관찰이 가능한 주제들이 아니라 소유권ㆍ재산권처럼 구체적 분규나 사건의 관찰 또는 그로 인한 사람들의 관념과 가치관을 심층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주제의 경우에는 1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친 방문과 자료축적이 없이는 사실상 제대로 된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지에서 직접 장기간 조사를 수행해본 중국인들의 솔직한 이야기와 이 마을들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지역들은 여러 가지 자료들이 종합적으로 잘 축적 및 보존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촌주임이나 상하이대학 교수들, 그리고 현지출신 핵심 제보자를 통한)이 높다는 점이 조사지로서 가지는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특히 일반적으로 도시에서 구하기 힘든 농촌의 구체적인 기본 자료들을 구하기에 좋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사지로서 가지는 장점은 크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하였듯 중국인들도 절망을 느낄 정도의 언어 장벽 문제, 그리고 특히 우리 사업단이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주제 관련 현지조사나 자료 수집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는 점을 볼 때, 당장 조사지로 택하기는 힘들고 장기적ㆍ다각적 교류방향을 세밀하게 모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 사업단의 세부 연구 및 실태조사 방향들이 잡혀가면서, 이에 맞추어 현지에서 필요한 조사방향과 자료 성격 조정과 함께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그 밖에도 상하이대학 ethnicity 연구센터(族群硏究中心) 주임 우다 교수는 본인과 부인이 모두 이족(彛族)으로 박사논문도 량산(凉山)에서 이족에 대한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는데, 현재 맡고 있는 직책으로 인해 중국 각지의 소수민족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많이 구축하고 있어서 관련 협력이 가능하며, 특히 민간법 관련 조사연구의 협력은 용이하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부분 역시 향후 우리 사업단이 전체 사업구도 속에서 언제 어떤 방식의 교류와 협동연구가 필요할지 논의해 나가며 구체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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