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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5/2016.01]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1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10 조회수 37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12)



중국에서 사업하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통찰과 관찰의 힘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세계 금융 중심인 홍콩섬 중부에는 Jardine’s Lookout(渣甸山)이라는 산이 있다. 기온이 높은 홍콩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지대가 높은 곳일수록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었는데, 한국 영사관저도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로 치면 시내와 한강을 내려다보는 남산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은 윌리엄 쟈딘(William Jardine)이라는 기업가의 이름을 따서 지명을 붙였다. 이름 뜻 그대로, 홍콩이 영국 식민지로 할양된 시절에 쟈딘이 설립한 회사(이하 ‘쟈딘그룹’), Jardine Matheson Holdings(Jardines)로 영국과 인도에서 오는 배를 가장 먼저 내다보고 재빠르게 범선을 보내어 세계 각국의 정보를 먼저 취하고 이를 상업에 활용했다고 한다. 어느 날 영국 유수의 은행(Overend, Gurney & Company)이 파산하게 되었는데 홍콩에서 남들보다 한 시간 앞서 이 급전을 담은 서신을 받고 바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여 큰 피해를 모면하였다고 한다. 오늘날의 쟈딘그룹은 부동산 개발, 소매, 금융, 항공해운, 자동차부품 등 사업을 영위하는 세계 200위권의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을 했다. 영화배우 장국영이 자주 들렀다는 홍콩의 대표적인 고급호텔체인인 만다린오리엔탈호텔도 쟈딘에서 운영한다. 남들보다 앞서 시장을 내다보는(Lookout) 기업가의 기지와 상술이 오늘의 쟈딘그룹이 탄생한 배경이다. 홍콩의 즐비한 고층건물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인도회사를 운영하던 시기의 서구자본이 흘러들어와 축적되어 실물자산으로 투자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근대로 눈을 돌려 심천과 홍콩을 연결하는 통로에 있는 셔커우(蛇口) 경제특구로 가보자. 이곳은 문화혁명의 광풍과, 대약진운동의 부작용으로 거의 아사 직전으로 갔던 중국이 개혁개방을 위해 홍콩과 합작하여 개방의 시험대로 삼은 황무지였다. 이 셔커우 지역을 개발한 주역으로 쟈오샹쥐그룹(China Merchant Group)을 빼놓을 수 없다. 쟈오샹쥐는 청말 근대화를 통해 부국자강을 꾀했던 북양대신 이홍장이 설립한 해운회사에서 출발했다. 그는 당시 힘의 상징이었던 강한 해군력과 함께 해상무역루트와 국제무역 기반을 다지는 데 일생을 노력했고, 이것이 중국 민족자본으로 설립한 최초의 근대적인 운송회사인 쟈오샹쥐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의 쟈오샹쥐그룹은 해운, 물류, 부동산 개발과 금융업을 망라하는 거대기업이다. 열강들과 힘겹게 경쟁해야 하는 시기에 해운, 물류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부두, 항만 등 물류 인프라 개발에도 손을 뻗치면서 부동산 관련사업도 다지고, 물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오늘날에는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근대적인 보험 개념도 최초로 도입하면서 보험업을 추가하였다. 또한 상업자본의 근간인 은행업 등 금융부문으로도 사업영역을 넓혀갔는데, 쟈오샹쥐가 설립한 중국초상은행은 은행산업이 국유화된 중국에서도 안주하지 않고 주식회사제도나 모바일뱅킹 등을 최초로 도입하는 등 한발 앞서 진취적인 경영혁신을 지속해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쟈딘그룹도 쟈오샹쥐와 인연이 있는데, 청일전쟁시기에 쟈오샹쥐로부터 구입한 상선 네 척을 홍콩과 천진 루트에 투입해서 큰 돈을 벌기도 했다고 한다. 두 회사는 홍콩, 중국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오랜 세월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은 모두 남보다 앞서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과 기회를 창출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숲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와 같이 역사적인 뿌리를 두고 있는 거대기업의 사례 외에, 현재진행형으로서 관찰과 통찰의 힘을 이용하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의 예를 소개해보겠다.

 

업무상 기회로 시안과 쑤저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벤처회사의 중국인 경영자와 식사를 하면서 회사의 성장사와 중국인 직원을 다룬 경험을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는 중국내 선두권의 의료진단장비를 파는 회사의 사장이었다. 자신은 항저우 사람인데 시안에서 경영을 하면서 직원들을 부리는 지리공간적, 문화적 지각능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했다. 회사가 자그마할 때부터 직원들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회사를 키워왔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이야기해주었다. 그가 고용한 직원들 중 항저우, 상하이, 강소성 지역의 직원들은 가르쳐준 대로 조립하는가 하면, 시안의 직원들은 창의성은 뛰어나지만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좀 더 편안한 방법을 고안해서 멋대로 하더라는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일하려는 특성이 있는 것인데, 이것이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한 공장에만 수십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팍스콘의 경우, 같은 공장이라도 서부 내륙지역에 있는 공장보다 상하이나 강소성에 있는 공장을 두는 것이 출하된 제품의 내구성과 품질이 나았을 것이라고 한다. 임금이 비싸도 외국과 일찍이 교류를 해왔던 지역에서 자란 직원들이 원칙에 순응하고 매뉴얼대로 일하는 특성을 보여,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작업이 가장 중요한 수작업에서 품질관리가 용이했을 것이라고 한다. 직원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경영자가 제시한 매뉴얼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순응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직원들의 성향이 작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였다. 자신의 작은 벤처회사처럼 지역에 따라 고객이나 직원들 관리방식을 다르게 접근하려고 고민하고 일상경영에 반영하려고 하는 습관과 노력은 외국기업에서는 흉내내기 힘든 중국인 사장의 능력이라고 했다. 필자는 그와의 대화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만큼 중국 상인, 즉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온저우 상인, 휘상, 진상 등의 지역적·문화적 유전인자와 기질적인 차이들이 기업경영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를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에서 기업경영을 하는 외국인 기업들은 이러한 측면들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지역적·문화적 공간지각 능력을 기르도록 노력해볼 만하다. 이러한 능력은 시대와 공간을 아울러 성공과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여러 다른 기업들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살펴보고, 세심하게 비교분석하는 관찰과 통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호에서 잠깐 소개했던 혈액제재를 만들어 판매하는 제약회사의 경우, 원재료인 혈액을 가장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소득수준이 가장 낮고 인구가 많은 안휘성에 제조공장을 설립했다가, 기대만큼 원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 초기에 애를 먹은 바 있다. 회사에서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와 시장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허삼관매혈기’의 주인공들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가? 중국 상인들 중 누구보다도 학식과 문예에 힘쓰고 인문소양에 밝았던 휘상의 고향인 안휘성의 소득수준은 중국 내에서 가장 낮았지만, 어느 지역보다 자긍심이 높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특성을 간과했던 것이 초반 사업 부진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중국 진출 초기에 인문적·지리공간적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세심한 관찰을 했더라면 리스크를 줄일 방법을 조금 더 일찍 고민했을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주어진 통계자료와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고, 상대 지역이나 거기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지역민들의 특성까지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던 온라인 상거래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알리바바의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사로, 한국의 다른 온라인 상거래 사업자들이 중국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선택한다는 회사이다. 처음에는 한국산 의류상품을 자기의 온라인사이트에 광고를 하면서 한국어로 된 온라인 상품정보를 중국어 사이트로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기술을 적용하여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기술의 우위성이나 가격경쟁만 내세웠다면 오늘처럼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웹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의류를 구매해보면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다를 수 있고, 아무리 표준화된 색감과 치수의 옷이라도 실제 입어보면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는 불안감이 가치 전달과정에 개입되어 있다. 이 회사는 고객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만지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대신해서 꼼꼼히 따져볼 수 있도록 구매지원에 충실히 답하고 소통함으로써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를 확보했다. 이러한 구매 경험을 소비자들이 구전하면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는 무한경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상품가격이 좀 더 싸다고, 또는 구매력이 있는 시장에 일방적으로 브랜드를 노출시킨다고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것은 아니다. 상품은 넘쳐나는데 선택에 대한 가치를 보장하고 이를 일관되게 신뢰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기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회사는 한국 경영진이 중국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심리와 구매행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어떻게 신뢰를 쌓아갈지 깊이 고민했기 때문에 중국에서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카카오택시보다 훨씬 앞서 중국에서는 2012년부터 디디다쳐(滴滴打?)와 같은 회사가 콜택시서비스를 안착시켰다. 필자도 1년에 반년 정도는 중국 각지로 출장을 다니고 있는 셈인데, 함께 가는 홍콩직원들로부터 중국 출장 갈 때에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필수앱으로 추천받아 종종 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이용자만 1억명이 넘고, 3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 초에는 동종업계 2위 사업자와 합병을 발표했는데, 세계 최대 콜택시 사업자로 예상되며 기업 가치가 수 조원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가입된 택시 수만 해도 1억5천여만 대에 이른다고 하니, 미래에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플랫폼 사업자라고 평가받았을 만하다. 요즘은 호텔에서도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디디다쳐를 통해 불러주는 곳이 많아졌다. 서비스가 이렇게 확대된 데에는 궁극적으로 바쁜 시간 또는 외진 장소에서도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편이성과, 무엇보다 택시 가격을 속일 수가 없고 늦은 밤길에도 불안감 없이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도 중국사회에서 부족한 사회적 자본인 ‘신뢰’의 간극을 IT기술을 활용하여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이기는 하나, 중국이 법치(法治)를 이상적 국가이념으로 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실무를 하면서 깨우칠 때가 있다. 다층, 다원적인 중국사회에서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도록 보장하는 시스템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일벌백계하여 본보기를 보일 수 있는 수단으로 법체계를 유지하는 것 같다. 사회를 다스리는 통치의 철학은 관례와 리더의 인치(人治)를 좀 더 따른다고 해석한다면 너무 편협한 결론일까? 현대 중국은 사회주의체제와 문화혁명의 변혁을 거친 뒤 너무 급하게 성장하여 물질만능사회로 변하면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독자 중에 중국기업과 사업을 하면서 채권관리의 어려움을 겪어본 분이라면 중국기업과의 사업적 신뢰를 쌓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알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가방을 앞으로 메고 가는 중국 사람들을 흔히 본다. 먹을 것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무너진 것을 이용하여 홍콩으로 넘어와 분유 등을 사재기하는 중국 보따리상인들 때문에 생필품 부족과 높은 생활물가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이들을 막아달라며 홍콩시민들이 시위를 하는 장면이 자주 뉴스에도 보도가 된다. 앞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데서 얻어진 개개인의 경험이 비즈니스 기회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관찰하는 기업이라면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이러한 부족한 사회적 자본을 보완해줄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관찰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디서 부가가치가 생성이 되는지 가치사슬(Value Chain)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표피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마치 T형 구조처럼 한 분야를 꾸준히 깊이 있게 파내려가야 하고, 어느 순간 다른 분야의 관찰결과와 연관 지어 탐색하다 보면 H형 구조처럼 통섭할 수 있는 분야가 생겨난다. H형이 합쳐지고 모이면 벌집구조처럼 촘촘한 가치사슬의 네트워크를 형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이 나와도,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끊임없는 관찰의 힘은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게 해주고, 통찰의 힘은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기업과 기업가들도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느끼고 중국인과 숨 쉬고 다가가도록 하자.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마음을 담아 고객에 가치 있게 전달한다면 100년이 지나서도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회사라면 이 넓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배우고 깊이 교류해갈 것이라 생각한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me2.do/FD4LLVrk

http://me2.do/xDiGGm3O

http://me2.do/GhXppaf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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