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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4/2015.12] 논단_한류의 거울, ‘홍류’(홍콩영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9 조회수 35

논단_한류의 거울, ‘홍류’(홍콩영화)


                                                                                                                                          윤영도 _ 성공회대학교


1997년 무렵부터 중국에서 시작된 한류의 열기가 어느덧 이제 곧 2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7년 중국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1991년 국내 방영)에서 비롯된 드라마 한류는 2014년 <별에서 온 그대>로 이어져왔고, 역시 1997년 무렵 HOT·클론 등에서 비롯된 K-pop 한류는 최근의 싸이·빅뱅·엑스오 등에 이르기까지 더욱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 밖에도 <아빠 어디가>나 <런닝맨> 같은 예능프로그램 포맷 수출과 같은 방송 한류까지 가세하면서 그 장르의 범위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지역적 범위에 있어서도 가히 전방위적이면서도 글로벌한 대중문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류가 막 가시화하기 시작하였던 2000년대 초반 무렵만 해도 한류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을, 아니 이렇게 크게 확대될 것을 예상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매번 유행 주기가 지날 때마다 위기론이 대두되었고 한류라는 현상 역시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유행주기가 지날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 발전해왔고, 어떤 이는 이를 두고서 한류 1.0은 K-Drama, 한류 2.0은 K-Pop, 한류 3.0은 K-Culture, 한류 4.0은 K-Style이라 설명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장기간 동안의 확대 발전의 배경에는 문화산업 관련자들만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국가적 기획이자 전략으로 올인해왔던 사회적 맥락을 비롯해 다양한 측면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이러한 한류의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한 한류의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돌아보는 것은 하나의 참조체계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동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한 범위까지 크게 유행하였고, 그러한 흐름이 40여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문화적 흐름이 있었다. 바로 홍류(중국식 한자 명칭을 놓고 보자면 항류(港流), 내지는 항류(香流)라 하는 것이 맞겠지만, 여기서는 국내에 통용되는 명칭의 편의상 홍류라 하고자 함)이다.

  

지금 한류가 있다면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홍류가 있었다. 1950-60년대에 헐리우드 키드가 있었다면 소위 70-80년대에는 홍콩(영화)키드가 있었으며, 이는 비단 한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다. 동남아시아와 대만을 비롯해 일본, 한국, 그리고 전 세계 화교권에 이르기까지 홍콩영화와 쿵푸는 중국문화를 상징하였고, 헐리우드 다음 가는 제작편수와 시장 범위를 자랑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중장년 세대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는 외팔이 왕우나 이소룡을 비롯해, 성룡이나 주윤발, 장국영과 같은 굵직한 대스타가 그러한 홍류 시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스타들이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공연을 하거나 광고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로 홍류는 급격히 수그러들고 한류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쇠퇴의 이면에는 1997년 홍콩 반환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류의 쇠퇴뿐만 아니라 그 흥망성쇠의 전 과정에는 단지 정치적 사건만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요소들의 작용이 있어왔으며, 이는 지금의 한류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이미 쇠락해버린 홍류를 주의 깊게 되돌아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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