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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3/2015.11] 논단_ 중국의 자질구레한 이야기(小說)를 통해 본 대중문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9 조회수 62

논단_ 중국의 자질구레한 이야기(小說)를 통해 본 대중문화

                                                                                                                          박계화 _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전통시기 중국에서의 ‘소설(小說)’ 개념은 현대의 ‘소설(fiction, novel, narrative)’과는 좀 차이가 있다. 즉 ‘대설(大說)’, ‘대도(大道)’와 상반되는 말로서, ‘작고 하찮은 말’, ‘자질구레한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중국의 소설은 오랜 기간 동안 정통 문학의 언저리에서 말류로 취급받았지만, 孔子가 “볼 만한 것이 있다(必有可觀者焉)”고 언급했듯이, 그 안에는 인간의 삶과 욕망, 호기심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중국인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이 되어 전해졌다. 송대 이후 도시 경제가 발전하고 민간인들의 오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이야기꾼들에 의해 더욱 유행하게 된 소설은 대중들의 대표적인 오락거리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이 이야기들은 무대를 통해 공연되는 희곡과도 상호작용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에 어김없이 설치되는 무대(戱臺)에서의 공연과 명대 이후 급격하게 발전하는 출판문화에 힘입어 더욱 널리 전파되는 대중적인 소설 텍스트들은 이러한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에 더욱 강렬한 생명력을 부여하였다.

  

이들 이야기의 범위는 생활 전 영역에 이르고 있지만, 그중 가장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와 현명한 판관이나 협객들이 억울한 상황을 해결해주는 이야기였다. 당나라 때 유명한 청춘 남녀의 자유연애 이야기 [앵앵전?], 현종과 양귀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 [장한가전]은 희곡작품으로 재창작되어 수없이 공연되었으며, 명나라 이후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긍정한 사조의 영향으로 ‘정(情)’을 강조한 수많은 러브스토리들이 탄생하였다. 그 중 ‘정으로 인해 산 자도 죽을 수 있고, 죽은 자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정’의 극치를 노래한 [모란정]의 유행은 당시 여성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고 여성의 욕망 표출에 눈을 뜨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귀신과 인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천녀유혼]도 청나라 때 소설 『요재지이』에 나오는 [섭소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남녀의 영원한 사랑 이야기는 중국 대중문화의 가장 흥미진진한 원천인 것이다. 한편 드라마 [포청천]으로 유명해진 송나라 때 판관 포증의 범죄 사건 해결 이야기는 명나라 말 증가하는 민간 소송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면서, 억울함을 풀어주는 청렴한 지도자를 갈구하는 민심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명·청대 공안협의 소설들의 유행은 이러한 대중들의 요구와 상업적 출판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현대 중국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러한 오래된 이야기들이 주요 소재가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고전 속 ‘자질구레한 옛 이야기들’이 중국인들의 문화적 원형으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는 중국의 주요 문화 관광지에서 그 지역의 인문 컨텐츠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결합하여 실경(實景) 공연인 ‘인상(印象) 시리즈’를 기획하였는데, 그 중 하나인 인상서호(印象西湖)는 항주(杭州)의 유서 깊은 호수인 서호(西湖) 위에서 항주의 전설인 [백사전(白蛇傳)], [양산백과 축영대] 등을 주제로 연출한 것이다. 이 두 이야기는 중국의 4대 전설(두 이야기 외에 [맹강녀(孟姜女) 이야기], [우랑직녀(牛郞織女)]가 있다)에 포함되며, 중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전설이자 소설 작품으로서 후대에 경극 등의 희곡과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작되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현대 중국의 대중문화와 중국인의 문화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옛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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