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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3/2015.11]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10)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9 조회수 44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10)



중국에서 사업하기: 생존과의 끝없는 싸움 _ 중국기업의 변화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지난 호에서 외자기업(外资企业)들의 사업조정방식을 살펴보았는데 이번 호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현장을 좀 더 살펴보려고 한다. 


얼마 전 중국경제성장률이 7%로 최근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로 한국의 주식시장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자산가격의 버블과 붕괴가 초래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에서는 ‘뉴노멀경제(新常态经济)’라는 단어가 종종 인용된다.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중국식 해법에는 고정자산 투자와 수출에 기반한 고도성장모델에서 탈피하여 구매력증대와 소비를 통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경제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기업들이 가격보다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 혁신을 이루도록 진작하겠다는 중국 최고위 리더쉽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이 상품무역대국 1위로 등극하면서 세계지급 결제 통화 가운데 위안화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이번에 한국이 가입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청산결제은행 등 역외 인프라도 차곡차곡 갖춰가고 있으며, 역외자산운용 등 투자통화로서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로서의 위안화의 힘은 중국정부의 정책적 수단을 넓혀주기 때문에 약간의 성장률에 손해를 보더라도 중국경제의 구조조정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력한 통화정책수단은 중국기업들에게 경쟁력을 키워줄 시간을 벌어주고 산업의 비교우위를 유지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중국정부가 ‘제조업대국’에서 ‘제조업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시진핑, 리커창 등 최고지도자까지 포함한 지도조직을 갖추어 국가적으로 밀고 있는 ‘중국제조 2025’이라는 프로젝트가 주목을 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노동집약형 제조대국에서 벗어나 전통제조업에 모바일, 사물인터넷,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여 스마트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는데, 기초소재, 부품기술의 확보와 정보기술을 활용한 산업로봇 연동, 물류관리, 고객관리, 설계와 제조의 일관화 및 제조공정의 스마트화 등 핵심제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는 그간 저임노동력을 활용한 임가공방식의 대중무역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간재 수출이라는 한국의 비교우위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근래에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시장의 경영환경 변화에 고전하다 동남아로 사업기지를 옮기거나 또는 중국시장에서 큰 손해를 입고 철수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졌다. 물론 이는 한국기업만의 사정이 아니며 다른 외국기업들도 마찬가지이고, 중국기업들도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쟁을 위해 우리기업들은 많은 고민과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기업에 비해 중국기업이 유리한 점은 무엇일까, 중국기업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질문해보면서, 실무 현장에서 공감했던 부분을 몇 가지 적어본다. 


원가경쟁력

  

중국기업의 가장 큰 전략적 우위는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원가경쟁력이란 점에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경영의 효율화·최적화를 추구하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양적 성장을 이루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국기업의 경영의 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기민한 것 같다. 물론 규모의 경제는 처음부터 주어진 조건이 아니고,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인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나 샤오미와 같은 회사도 하루아침에 나타난 것도 아니다. 넓은 시장만큼 기업규모도 빠르게 커지는데, 역동적인 성장을 추구하면서 원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중국기업들의 경영능력은 놀랍다. 팍스콘의 어느 공장 하나에만 수십만의 생산인력이 일을 하고 있는데, 생산성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쉽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는 한편으로 세계적으로 과잉공급시기에 사업 리스크를 키우고 질적인 성장모델을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기업들은 잘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제조기업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이 다른 외국기업들에 평균적으로 월등히 높다는 통계가 있다. 불황기 때 외국기업들은 마케팅비용이나 일반관리비 등 경비를 절감해서 R&D 등 생산적인 곳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반면에, 우리기업은 마른 수건을 짜듯이 공급거래선에 매입단가를 낮춰달라고 사정해야 하고, 이게 안 되면 인력이나 투자를 줄이고 당장 아쉬운 데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절감을 도모해야 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라면 원가절감해서 어렵게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재무비용을 감당하고 나면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건설적인 투자에 나설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기업현장에서 보았던 원가절감대책의 대다수는 매년 사업계획시 손익계산서 항목에 초점을 두고, 전기대비 수 %의 인하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고민하는 대증요법이 주를 이뤘다. 인플레이션 경제에서 고정코스트와 경상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올해 인하 목표를 달성했다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같은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사실 기업들도 이러한 방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원가절감은 손익계산서의 비율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생산방식, 운영프로세스에 있는 비효율을 제거하고 개선하는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높은 물류비용을 절감하려면 물류업체의 서비스단가도 낮추어야겠지만, 그 높은 비용발생의 원인이 생산계획 차질이나 불량으로 납기를 못 맞춰 비싼 항공운송 물동량이 늘어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물류흐름상의 비효율 때문인지 면밀히 분석해서 개선해야 한다. 공급자망의 건강한 파트너쉽을 위해서는 무조건 깎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공정혁신과 비효율의 제거를 통해 절감한 코스트를 제품, 서비스 상품성 혁신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여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원가관리가 필요하다. 원가관리의 목표와 방식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가 각 부문의 참여와 혁신으로 이어지면 기업의 부가가치도 궁극적으로 증대되어 지금처럼 높은 원가율을 부담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중국기업이 가진 원가경쟁력은 여러 다양한 배경과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것으로, 한국기업들이 중국기업보다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좀 더 원가가 들더라도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훨씬 나은 상품성을 가진 제품과 서비스로 차별화 하는 방법을 쉼 없이 고민해야 한다.


빠른 추종자 전략과 창업정신

  

중국기업들은 빠른 추종자전략(Fast Follower Strategy)을 가능하게 하는 자국의 저렴한 공급망 인프라를 무섭게 활용하는 능력이 있다. 중국은 지적재산권 보호가 상대적으로 덜 엄격하고 소비자들도 산자이(三寨, Copycat)제품에 관대하다. 즉, 큰 어려움 없이 최첨단 제품을 기민하게 벤치마크, 응용할 수 있고, 또는 좀 더 진보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상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젊은 신생기업이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 심천이나 광동성 동관에는 설계도와 샘플을 가져가면 금새 금형을 찍어 제품을 생산해 줄 수 있는 중소규모 공장들이 얼마든지 있다. 필자와 동문수학을 했던 한 벨기에 친구는 심천에 자신의 IT회사를 두고 있는데, 처음에는 유럽과 중국 각지를 오가며 산업기기와 관련된 부품을 수입해 유럽시장에 팔다가, 지금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수백억의 매출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제조기반의 역동성을 활용할 수 있는 중국은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업가에게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 곳이다. 전 세계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중국으로 건너와 생산파트너를 찾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사회문화적 인지능력

  

중국 상인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문화적 전통과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중국 기업인들은 큰 시장을 두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각 지역이나 세대의 성격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는 지적 능력이 풍부하다. 필자가 만난 한 중국 벤처기업가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중국 전역에 의료진단 기기를 공급하는 기업의 영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는데, 지역마다 다른 고객의 성향과 회사 내부의 다양한 조직인력의 장단점에 대해 세세히 꿰고 있었다. 중국은 다문화의 사회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기업은 시장 접근시 사회문화적 인지수준과 시장 이해능력이 탁월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이 중국벤처기업가가 체계적인 전략서를 손에 들고 있거나, 이론으로 잘 무장되어 있어서 영업수완이나 조직 장악능력이 탁월한 것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직원들에게 동기를 불어넣으며 쌓은 신뢰와 현장 경험이 성공을 낳은 경쟁비결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끈끈한 유대감을 본국의 성공경험을 이식하여 통제, 관리하려는 외국회사의 조직문화에서는 형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소프트파워에 있어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차이를 낳는다.


중국기업의 혁신 DNA


중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전국적인 물류유통망과 제품, 서비스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면 높은 자본과 코스트가 필요하다. 전국적인 시장접근과 고객서비스망을 갖추려면 엄청난 자본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유통업체의 파워가 세고 진입장벽이 높다. 샤오미와 같은 회사는 보조금이 없는 중국휴대폰 시장에서 고급소비층보다 구매력이 부족하나 IT기기 활용도가 높은 젊은 대중을 타깃으로 잡고 직거래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유통마진을 줄여 이를 고객에게 돌려주었다. 이 회사는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과 사용경험으로 차별화하여 가격보다 가치를 전달하는데 역량을 모았기 때문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내었다.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했더라면 그저 그런 저가제품을 만드는 중국업체였을 것이다. 중국인터넷기업인 바이두(百度)나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서비스 수준과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래 축적된 기술과 시간이 필요한 기초소재, 공정보다는 상품화기술의 적용에 능한 점이 한국기업의 장점이었는데, 중국기업들은 이러한 능력을 빨리 따라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적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 대륙의 실력으로 ‘수퍼노멀(Super Normal)’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국기업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몇 개 사례를 보고 중국기업의 혁신 DNA를 논하는 것이 너무 어설픈 생각이 아닐지 모르지만, 항공우주, 모바일 분야 등 미래먹거리 산업에서 중국기업은 빼어난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정책적 지원과 국가의 리더쉽

  

중국기업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경쟁우위는 정부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이다. 업종마다 다르겠으나 선도 기업은 막대한 정부보조금과 세수혜택이 주어지고, 금융지원도 정책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시장에 진출할 때는 반덤핑 문제가 제기되지만 기업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시장 내에서 충분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경쟁력 부족으로 외국기업에 쉽게 내어줄 수 있는 주요 산업과 시장은 개방속도를 조절해오거나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중국시장에 공을 들여온 SK 그룹이 다른 다국적 기업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낸 것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주력 분야인 통신이 규제산업으로 진출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수 사례이긴 하겠으나 중국기업 중에는 외국기업에 비해 기업윤리나 기업활동방식에 대한 요구수준이 좀 더 완화된 환경에서 경쟁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도급프로젝트, 자본재시장, B2B시장에서 만연화되어 있는 커미션 관행, 문화 때문에 엄격한 외국기업으로서는 경쟁수주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필자가 과거에 투자자를 도와 재무실사를 수행했던 여러 곳의 중국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사업수주와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 높은 커미션을 부담하고 있었다. 만약 기업활동방식에 제약이 많고 엄격한 외국경영자들이었다면 이러한 업무관행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는 그러한 방식을 버리고도 그만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해낼까 의문이 들었다.


저자가 근무하는 홍콩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로 한 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중국 심천은 화웨이, 텐센트, 샤오미가 탄생한 곳이다. 이곳에는 삼성, 소니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부품생산이 가능한 중국기업이 많이 둥지를 트고 있다. 외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제조능력을 이용하거나 부품을 소싱하려고 몰려드는 곳이다. 중국에서 경쟁력 한계에 부딪쳐 베트남으로 사업장을 이전한 한국기업들 중에서도 여전히 구매조직을 중국에 두고 부품을 구매하여 베트남에서 최종조립하기도 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한 홍콩변호사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자문업무나 기업들의 지적재산, 송무를 담당해오다가, 얼마 전에 법무법인에서 보장된 자리를 뛰쳐나와 글로벌 투자은행의 퇴직임원, 중국·홍콩 등지의 지적재산권전문 변호사 등, 뜻을 함께하는 각 방면의 전문가들과 클라우드 펀딩과, 중국 및 아시아지역의 신생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자문사를 설립해서 일하고 있다. 심천의 많은 신규 스타트업기업에 자신의 인큐베이팅과 투자자를 적재적소에 연결해주면 그 중에 몇몇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꿈을 꾸고 있다. 전 세계의 인력과 아이디어를 끌어당기고 있는 IT, 제조클러스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기초 체력이 새삼 부럽다.

  

한국에서 나온 중국 주재원과 유학생 수가 수십만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들 중에서, 또는 앞으로 나올 우리의 젊은이들이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세계시장에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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