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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1/2015.09] 논단 _ 오늘의 중국 일대일로 계획의 내용과 의미에관한 단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5 조회수 55

[Vol.61/2015.09] 논단 _ 오늘의 중국    일대일로 계획의 내용과 의미에 관한 단상

한동훈 _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일대일로 계획은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야심 찬 거대 프로젝트로서, 당나라 시기의 육상 실크로드에서 차용한 실크로드경제벨트(丝绸之路经济带)와 명나라 시기의 해상실크로드에서 차용한 21세기해상실크로드(21世纪海上丝绸之路)를 결합한 개념이다. 일대일로 계획의 본질이 무엇인가 혹은 이를 어떤 각도에서 바라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 정치적 측면을 강조하는 일부 학자들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고, 어떤 사람들은 G2체제 혹은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의 수립을 위한 거대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혹자는 지정학(geopolitics)의 회귀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19세기 초 중앙아시아와 중동을 둘러싼 러시아와 영국의 쟁탈전을 지칭하는 거대게임(Great Game)의 재현 즉 신거대게임(New Great Game)으로 이를 묘사하기도 한다.

 

 

경제적인 측면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하거나 더 나아가 이 기회를 통하여 아시아 금융시장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를 주목한다. 더 크게는 중국이 생산공장, 미국이 소비시장 역할을 하며 달러화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는 현재의 글로벌불균형(global imbalance) 체제의 지속 불가능성에 직면하여 이를 해소하고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중국의 시도로 이를 해석하는 논자도 있다.

 

일대일로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든지, 이 계획은 거대 프로젝트로서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고 있거나 결과적으로 다양한 측면의 결과들을 파생시킬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하나의 거대 아이디어 차원이며 향후 전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모양을 달리 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의 수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본은 인프라 건설을 위주로 하는 막대한 투자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바, 일대일로의 경제적 측면을 세계경제와 중국경제로 나누어서 고찰해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 회귀 정책, 셰일 에너지 혁명과 석유 증산에 기인한 저유가 등에 힘입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일본은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럽 역시 유로존 위기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으며 중국은 고도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고속 성장 시대에 진입하고 있고 러시아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중국의 고도성장에 기인한 자원경기를 향유하던 신흥경제들은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종결로 인하여 심각한 경기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될 경우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국의 잉여자금은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아시아를 위주로 거대한 인프라 투자수요가 존재하나 세계은행과 대륙별 개발은행 등 국제 개발금융기구들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여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의 기본 원칙으로 원조 외에도 차관, 투자 등 시장경제 원리를 중심으로 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신개발은행(NDB), 상하이협력기구(SCO)은행, 실크로드기금 등을 설립하여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이 지원기구들은 모두 이미 설립되었거나 곧 설립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는 선진국의 잉여자금과 개도국의 인프라 투자를 시장 원리로 결합시키는 개발지원의 새 모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로 묶는 구상으로 물론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미국의 실크로드 계획 등의 이름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면 왜 유독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발표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일대일로는 세계 GDP 29%, 세계 수출의 24%를 차지하는 29개국 44억명의 인구를 하나로 묶는다는 구상으로, 이를 추진할 동기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더욱 긴밀한 통합은 아시아의 성장동력과 유럽의 시장 및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유라시아 경제의 추가적 도약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저감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천명한 일대일로의 원칙은 정책 교류, 인프라 연결, 무역원활화, 자금융통, 민심상통의 다섯 가지이다. 정책 교류는 지역협력 계획의 공동 수립과 추진을 의미하고, 인프라 연결은 철도, 도로, 항만, 에너지 파이프라인 등의 연결을, 무역원활화는 자유무역지대, 통관표준화 등으로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자금융통은 통화 스왑 등 통화안정시스템의 구축, 채권시장의 발전, 개발금융기구 강화 등을, 민심상통은 문화, 스포츠, 과학기술, 인력의 교류를 그 내용으로 한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인프라 연결이며, 나머지는 프로젝트의 추진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거나 부수적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로를 다소 과장되게 해석한다면 중국의 새로운 자본수출 모델로 볼 수 있다. 저축-투자 갭 즉 저축 가운데 투자되지 않은 잉여분은 결국 무역수지 흑자로 나타나게 되는데 중국은 그 동안 높은 저축률에 힘입어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거양하였고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는 등 자본과잉 상태에 빠져 있다. 과도한 외환보유고는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 및 관리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 동안 중국 정부는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여 왔으나 기술력을 가진 해외 기업의 인수에는 별 성공을 거두지 못 하고 해외자원 확보에만 제한적인 성과를 보여 왔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해외 인프라 건설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일대일로는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인프라 건설을 위주로 하는 본격적 자본수출 모델로 볼 수 있다.

 

일대일로는 또한 수출 확대를 통해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며 특히 인프라 투자 위주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 등 인프라 관련 산업의 과잉 생산능력의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토목건설 및 고속철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지역 균형발전 전략과 산업고도화의 측면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서부대개발, 동북진흥, 중부굴기 등 다양한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하여 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 하였다. 연해지역 산업시설의 내륙 이전이 다수 이루어졌지만 생산품을 다시 연해지역으로 운송해야 하는 한계로 인하여 연해지역 유턴이 종종 발생하여 왔다. 유럽까지 육로로 효율적으로 연결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산업의 내륙지역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 지역 이전을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 계획의 중요한 목적으로 자원안보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석유, 가스, 지하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음과 더불어 미군의 영향력 하에 있는 말래카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운송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일대일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자원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미국의 TPP에 맞서 아시아 경제통합을 주도하기 위한 의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통해 AIIB 등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들의 추동력을 확보함으로써 국제금융에서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의도, 추가적인 개혁개방의 추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기 등을 들 수 있다.

 

해양 실크로드는 이미 중국이 사용권 혹은 영향력을 확보한 거점 항구들을 연결하는 수준으로 통관 등 주로 소프트웨어적 측면에 중점이 주어질 것으로 보이며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수반되는 육상 실크로드가 일대일로 계획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 철로, 에너지 수송 파이프라인의 연결, 확장, 신설이 그 내용이 될 것이다. 일대일로의 구체적 노선은 결정되지 않고 개괄적 방향만 제시된 상태이며,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 노선,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페르시아만-지중해 노선, 중국-동남아-남아시아-인도양 노선, 중국-남중국해-인도양-유럽 노선, 중국-남중국해-남태평양 노선 등 세 개의 육상 노선과 두 개의 해양 노선이 공식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핵심 노선은 발트해와 흑해의 북쪽을 지나가는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 노선과 발트해와 흑해의 남쪽을 지나가는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페르시아만 노선이 될 것이며 이 가운데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여러 국가들을 경유하는 후자의 노선이 더 중요한 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계획은 8조 달러 이상의 막대한 투자 자금 문제, 당사국간 협력과 조정의 문제, 이익과 부담의 배분 문제 등 수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는 초장기에 걸친 초국가적 프로젝트이므로 그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으나, 중국 경제 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나아갈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한 것으로 생각된다. 분단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대륙과 연결되지 않은 사실상의 섬이며 아울러 해양을 통한 유럽 운송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므로 일대일로 계획이 우리에게 당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일대일로 계획이 완성되기 전에 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대일로 계획은 통일 한국이 유럽과 육로로 연결되는 획기적인 통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대일로 계획의 진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참여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경주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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