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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60/2015.08] 기획 _ 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통해 (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5 조회수 45

[Vol.60/2015.08] 기획 _ 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7)

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활용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중국에서 기업활동을 할 때에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늘 신경을 쓰게 된다. 중국정부가 자국의 경쟁력 기반을 확보하고 질적 재고를 위해 지적재산권 분야의 제도와 관행을 빠르게 개선시켜 오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피해 사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술 유출이나 특허침해의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지만, 특히 법률상의 취약점을 악용하여 상표를 선점, 도용 하거나 유사 상표를 등록하는 경우 그리고 의장권처럼 부분적으로 디자인을 도용하는 경우 한국 기업들이 대응 방법을 쉽게 찾기 어려운 침해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홍삼 브랜드인 “정관장”을 되찾아 오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였다.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이러한 침해 사례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한중FTA협상과정에서 주요한 쟁점 분야의 하나는 한중 양자간의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의 개선이었다. 그 이유는 중국정부의 관련 법률 집행 의지 부족 등 전반적인 지적재산권(이하“지재권”)보호 수준에 대해 한국정부가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한중FTA협상에서 일반적인WTO 지적재산권협정(TRIPS) 수준 이상의 보호를 받을 장치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필자는 한국, 중국, 대만, 동남아 각국에 소재한 수십여 곳의 전자업체, 유명브랜드 상품 제조업체의 상품, 기술 등의 라이센싱(Licensing)계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업무를 수행했다. 각 회사의 경영진과 지적재산권 및 라이센싱과 관련하여 여러 논의를 하는 가운데 국가별, 지역적 특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대체로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수행할 때 자료 접근이 쉽고 투명한 편이었던 반면, 대만 기업들은 합리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자료 관리는 수준 이하였다. 그 중 가장 열악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었다. 중국 기업은 기업의 규모나 명성에 부합되지 않게 투명성이 낮고 자료에 대한 접근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거나 거부했으며, 자료나 설명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국내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나 기술라이센싱의 계약 이행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싱가포르, 타이완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쿤산, 소주 등이었다. 그러나 같은 전자산업이라도 중국 본토의 제조공장이 밀집해 있는 광동성 지역은 이러한 보호 의식 수준이 낮고 기술 모조품 등의 침해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조사과정에서 계약위배 방법이나 조사회피 방식이 다분히 고의적인 사례를 많이 접했다. 한 중국회사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기술 도입을 계약한 회사와의 장부상 매출거래를 누락하거나 로열티를 과소 보고했다. 또한 외주 제조업체를 통해 이득을 얻고 시장에 제품을 출하했다. 또한 기술 계약 당사자의 기술은 아니지만 그와 관련된 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관련 기업의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출하되는 정황들을 포착하여 회계 자료나 관련 기업에 대한 접근의 협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법무팀을 통해 조사와 상관없는 계약상 형식적 절차 문제를 제기하거나, 일관성 없는 가공된 자료의 제공, 시간 끌기 등의 방식으로 우리들의 조사를 지속적으로 방해했다. 당시 이 중국 회사는 현지에선 계열회사를 다수 거느린 꽤 규모가 큰 회사로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외국시장에도 수출을 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중국 국내에서는 효과적인 제재수단을 찾기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그 대안으로 이 회사가 진출한 해외시장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를 사유로 수입통관을 금지시키는 방법으로 제재수단을 강구했다.

 

한국의 특허청, 중소기업청, KOTRA는 중국 현지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다양한 침해 사례와 유형, 그리고 대처 절차를 정리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은 이러한 자료를 참고하여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기술, 상표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 다른 외국 기업에 비해 우리 기업의 중국 국내 지적재산권 특허 취득 건수는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여 왔다. 따라서 예전처럼 미처 준비를 못해 허술하게 지적재산권을 침해 받는 사례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침해사례와 유형에 대한 대비 이외에도 중국기업을 비롯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어떻게 신뢰를 쌓고 지적재산의 활용도를 어떻게 더욱 높일 것인가에 대해 한국기업이 좀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이 중국의 합작 상대방에 기술이나 브랜드를 라이센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라이센싱 비즈니스는 얼마나 체계적인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그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무단으로 복제되지 않고 빠짐없이 사용료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를 하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컴퓨터 뒷면에 붙어있는 윈도우의 시리얼 넘버의 인쇄나 이의 사용도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책임과 역할이 분산되어 있다. 공급 업체간 사용데이터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비정기적인 재고 실사를 통해 특이 사항이 있는지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급망 내 사용데이터 간에 수량이 맞지 않거나 임의의 재고실사에서 있어야 할 레이블 재고가 없는 경우 그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바로 다음 날 현장 조사관이 들이 닥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처럼 체계적인 라이센싱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관리할 전담 조직을 별도로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라이센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매출액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기업도 자신들이 보유한 지적재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효율적인 라이센싱 매니지먼트를 통해 로열티 수익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함과 동시에 재무 및 영업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라이센시와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비즈니스 기반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한국의 대학, 공기업 등이 가지고 있는 지적 재산의 활용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 기관의 공통적인 고민은 연구개발을 통해 가득한 특허 보유 건수는 많지만 실제로 상업성 있는 기술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기술이 사용될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기술 가치 평가의 한계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짝짓기 등 지적 재산 활용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은 전통적인 특허 보유 국가나 브랜드 강국이 아닌 국가나 지역에서도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세계적인 금융허브인 홍콩과 싱가포르가 지적 재산권 거래의 허브가 되려는 정책이나 조세 정책에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에 선뜻 이해가 안 갈 것이다. 홍콩의 모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홍콩정청은 홍콩과 중국의 기술 특허가 상호인증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정책 로비를 펴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홍콩에 지적재산권을 등록하면 자동적으로 중국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법적, 제도적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은 홍콩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시장이 창출되고 기술 특허 관련 금융거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위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에서의 지적재산의 보호와 활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어려운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의사결정이 빠른 경영에 있는데 중국 기업은 이보다 더 빠른 모방과 재 모방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하여 시장에 내어놓은 상품은 보기에는 좋은데, 중국 기업은 금새 비슷하거나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훨씬 싼값에 시장에 내어 놓는다. 회사의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지재권 침해 사례에는 당당히 대응하여야 하겠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중국 경쟁자를 밀쳐내도 또 다른 경쟁자와의 싸움에 직면해야 할지 모른다.

 

요즘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은 상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것은 기능은 웬만한 고급 사양을 갖추면서 가격은 시중에 나와 있는 비교 상품의 반값도 되지 않는 중국산 제품을 지칭한다. 실수가 아니면 이러한 가격에 시장에 출시 될 수 없다는 표현에서 붙인 재미있는 별명이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큰 시장과 방대한 공급망, 그리고 넘쳐나는 젊은 기술 인력들을 이용하면 약간의 기술적 변용으로도 충분히 비슷한 제품을 설계해서 시장에 바로 내어 놓을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아무리 코스트를 절감해 보려고 해도 근본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제조 경비, 연구개발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부담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지식과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식의 유연한 생산체제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 중국 기업이 산업자본이 풍부해서 처음부터 이러한 것을 달성해 내는 것은 아니다. 많은 통계에서 지적하듯 금융 대출은 주로 부동산, 건설, 공기업 부문으로 정책적으로 공급이 많이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민간기업의 자본 수요의 상당 부분은 사채 등 비금융 부문에서 조달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내수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기업들이 세계를 넘보고 있다. 이제는 중국 기업이 단순히 기술과 상표를 모방해서 쉽게 따라온다는 것을 푸념할 시기는 지났다. 중국 기업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그보다 빠르고 지속적인 혁신뿐이다. 우리기업들도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더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노력하고 투쟁을 할 각오로 일해야 한다.

 

잠재력 있는 중국 내수시장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에서 경쟁해줄수록 그 만큼 해외시장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수많은 마이너리그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살아남고 국제적인 경험을 갖추면서 메이저리그로 나오고 있다. 중국의 마이너리그 플레이어들은 한동안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법과 게임 운영을 모방하여 터득하다가 이제는 자기방식으로 인터리그 경기에서 원하는 대로 장타, 단타를 때려낼 수 있는 출중한 재주를 지녔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훨씬 저렴한 삯을 받고 말이다. 관중은 경기를 보고 흥분할 수밖에 없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g5.imgtn.bdimg.com/it/u=3320147579,1185203128&fm=21&gp=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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