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Information / News

열린게시판

제목 [Vol.59/2015.07] 출판물 특별기획 _ 『외면당한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전도(田濤) 著, 김지환·허혜윤·김희신·강소연 譯, 學古房, 2015.05.2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5 조회수 39

[Vol.59/2015.07] 출판물 특별기획 _ 『외면당한 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전도(田濤) , 김지환·허혜윤·김희신·강소연 譯, 學古房, 2015.05.27.

 

『외면당한 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김지환 _ 인천대학교 HK 교수

 

자료명
 

저자

역자

출판사

출판일자

총서사항

판형

외면당한 진실
-
중국 향촌사회의 제도와 관행

전도(田濤)

김지환·허혜윤·김희신·강소연

學古房

2015. 5. 27

중국관행연구총서 8

신국판

 

본서는 상해대학 법학원의 田濤 교수가 저술한 『被冷落的眞實』(法律出版社, 2005)을 번역한 것이다. 본서는 인류학적 현지조사 방법을 동원하여 중국 향촌사회가 국가권력과는 별도로 관행적 질서와 규율을 통해 운용되어 왔음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사회의 초안정적 지속성을 잘 보여주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서의 저자인 田濤 교수는 조사단을 구성하여 2001 11 24일부터 12 2일까지 절강성 台州市 황암현에 직접 가서 현지조사를 진행하였으며, 2002 6 16일부터 6 22일까지 두 번째 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소송당안을 비롯하여 민간에 남겨진 분서(재산분배증서), 종족 내부의 문서 등 수많은 희귀 문헌자료를 발굴하였으며, 이를 다시 조사, 정리, 분류하는 일련의 작업을 거쳐 마침내 2004 11월 『黃岩訴訟檔案及調査報告』上, 下를 法律出版社에서 출판하였다. 본서는 전통시대 황암지역에서 논과 밭, 가옥과 도로 등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경위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상권의 부제는 <黃岩訴訟檔案>이며, 하권의 부제는 <黃岩調査報告>이다. 이와 함께 양권에는 <傳統與現實之間:尋法下鄕>이라는 또 다른 부제가 있다.

 

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도 교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마침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향촌사회가 국가권력 및 제도, 법률과는 별도로 뿌리깊은 전통적 관행질서에 의해 규율되고 운용되어 왔음을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성과와 관점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2005년 법률출판사에서 출판된 『被冷落的眞實』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서는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田濤 교수 일행이 황암 소송당안의 사건 발생지역인 황암촌을 직접 방문하여 기록된 당사자나 소송 분쟁과 관련된 대상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깊이있는 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조사의 과정에서 족보, 비지(碑志), 계약문서 등 귀중한 문헌자료의 수집을 통해 역사적으로 향촌사회 내부의 규율과 질서가 어떻게 운용되어 왔는지에 대해 깊이있는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본서는 현지조사 방법을 통해 중국 향촌사회 내의 관행과 질서에 대한 진실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조사를 통해 중국 향촌사회가 국가권력과는 별도로 관행적 질서와 규율을 통해 운용되어 왔음을 규명함으로써 중국사회의 초안정적 지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록 국가권력과 그것이 구현되는 형식인 법과 제도가 존재하였다 하더라도 실제 향촌사회의 질서는 스스로의 법칙, 즉 관행을 통해 제어되고 유지되어 왔으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영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被冷落的眞實』은 현지조사 방법을 통한 사료의 발굴과 연구를 통해 중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기존 관방의 역사 기록은 민간의 세세한 사정과 실제 생활상을 그대로 전하는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발굴된 문서에 기록된 소송 분쟁의 내용 역시 당시 국가권력 측의 공식 기록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田濤 교수 일행이 황암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미 청대 소송당안 가운데 ‘연못의 물을 사용하고 처리하는 문제와 관련된 소송안건’이 당시 관방에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연못의 물 사용과 처리에 관해 고소가 제기되자 관방은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친족 안에서 관련 사안을 해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권력과 법, 제도가 실제 분쟁 사안에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촌락 내부의 자치적 조정을 기대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관행은 현재의 황암촌에서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집체재산에 대한 침해 사안과 관련된 경우 그 처리 방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촌민이 공동체의 승인 없이 죽순을 캔 경우 이에 대한 규제는 관방이 아니라 황암촌 내의 자치조직인 촌민위원회의 개입과 제재를 통해 실현되었다. 촌민위원회는 죽순을 캔 당사자로 하여금 마을의 한 장소에서 영화를 상영하여 촌민들에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 대가를 치루도록 하였다. 즉 죽순을 훔친 대가로 촌민이 영화 스크린 앞에서 마음 편히 감상하고, 이 자리에서 사과의 뜻을 표명함으로써 분재의 조정이 일약 모두의 축제로 승화되게 된다.

 

촌민 사이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분쟁은 촌민위원회 내부에 존재하는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의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안은 효력을 발생하게 되어 당사자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규약으로 받아들여졌다.

 

촌내의 촌민위원회는 촌민 사이에 발생한 분쟁의 조정, 해결뿐만 아니라 가족계획 관리를 비롯하여 촌민 간의 재산권의 분쟁, 혼인, 출산, 경제이익의 분배 등 모든 분야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비록 국가권력의 외형적 형식인 법과 제도, 행정조직이 엄연히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향촌사회 내부의 규제와 운용은 이와 같은 제도적 규제와는 별도로 자치적 질서와 관행에 의해 운용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거듭되는 분열과 통합의 과정 속에서도 중화제국으로서의 질서를 유지하고 회복시켜 왔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의 근저에 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일종의 무형적 사회운영시스템인 관행이 작동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체계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이 사회 전반에 대한 강제 집행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기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공동체는 국가권력과 대립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집단과 공동체가 국가의 개입과 법률적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혹은 공식적 법체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일정한 강제력을 발휘하며 효율적인 집행단위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던 것이다. 이와 같은 지속성은 현재의 중국사회를 이해하는 데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즉 국가와 사회, 국가와 개인, 나아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간의 관계에서 관행이라는 무형의 공동체 규범이 역사적으로 더욱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 볼 수 있다.

 

중국의 국가권력은 관행적 질서에 의해 운용되는 다양한 공동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조화를 추구하며 상호 의존적 관계를 형성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국가권력은 공동체의 관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통제함으로써 공동체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한편으로 이를 국가권력에 종속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관행과 개인, 공동체, 국가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었으며, 관행은 바로 중국사회의 장기안정성을 확보하는 열쇠였음을 알 수 있다.

 

0 comments
작성자 패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