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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7/2015.05] 기획 _ 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통해 (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5 조회수 33

[Vol.57/2015.05] 기획 _ 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5)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 만큼 중국사회도 하루가 다르게 빠른 변화를 겪는 것 같다. 요즘 중국사회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키워드를 예로 들자면 ‘중국의 꿈’ (中國夢), 토지, 호구제도개혁 (土地、戶口制度改革), 위어바오 (餘額寶), 2자녀정책 (二胎熱), 바우허우(85), 유령도시(鬼城), 신재생에너지 (新能源) 등이 종종 열거되는데, 그중에서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오늘의 중국사회뿐만 아니라 근대시기 이전에도 찾아 볼 수 있는 키워드이다.

 

체제 특성상 강력한 언론통제와 검열이 이루어지는 사회이기는 하나, 소통의 수단과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주류언론매체가 아니라 비주류매체를 통해서도 의사를 표현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어느 순간 공론화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중국사회의 변화가 빠른 만큼 소비자의 의식도 높아졌고, 좋은 기업이나 나쁜 기업에 대한 각성과 그 수준도 높아졌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형성된 여론이 쉽게 공격성을 띈 형태로 나타나는 것 역시 비단 대한민국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예로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중국네티즌들이 적은 기부금을 낸 외국기업들을 도마에 올려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우리나라 기업을 예로 들자면, 금호타이어가 중국 CCTV의 고발프로그램의 표적이 되어 소비자의 비난을 강하게 받으면서 수십 년 간 중국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왔던 기업이미지가 무너지고 회사의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받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내 주요완성차업계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성공적인 기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호타이어를 공급받는 거래처입장에서는 해당 이슈들이 주행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품질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하더라도 소비자 비난이 집중된 회사와 공급관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중국정부나 단체도 기업의 CSR참여에 직간접적으로 요구하는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고 이를 법제화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정부가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비정부조직)나 이익단체의 정치적 활동은 근본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벽지촌, 농민공 자녀등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환경문제 등 공익성 있는 NGO의 활동들은 큰 제약을 받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예전에 필자와 중국에서 유학을 같이했던 동기 중에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환경보호단체의아시아지역 리더로 북경에서 근무하며,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오가며 다양한 활동과 세미나를 주관하고 있는 싱가포르 출신의 화교 친구가 있다특히, 경제성장의 그늘인 중국의 환경오염과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 현재까지도 환경 관련 이슈나 행사에 대한 글을 보내오고는 한다. 이 친구도 한때는 미국에서 세계적인 금융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회계분야도 친숙한 편이다. 하루는 전화가 와서 동남아에 주된 사업장을 둔 자원개발회사에 대한 그룹지배구조와 재무구조를 분석하는 데 필자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상장회사임에도 현지에서 정도를 넘은 산림파괴행위를 일삼는 것이 의심된다는 것이 의뢰의 이유였다.

 

또한 CSR활동에 대해 증권 상장 시장의 규범에서 요구하는 기업정보 공개의 범위와 수준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그가 속한 NGO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그 회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금융기관 등에 영향력을 넣어 과도한 환경파괴 행위를 계속 할 경우 금융지원이나 거래관계를 끊겠다고 압력을 넣을 것과 이를 통해 기업 활동의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아무리 상장회사라 해도 감사보고서나 공개적인 사업보고서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필요한 주식 정보들이 충분치 않으니 큰 도움을 주기가 어렵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NGO의 내부인력자원이나 지역네트워크 수준이 높고 활동 방식도 상당히 심층적으로 이루어진다. 올해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주춤해지면서 그동안 전세계로부터 블랙홀처럼 빨아들여온 건설용목재의 수요가 한풀 꺽인 느낌이다. 그러나 중국의 건설경기가 호황기를 되찾는다면 이러한 질문을 다시 받을 수도 있겠다.

 

시장에는 늘 감시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시장의 제재나 외부적 감시자를 염려해서 CSR 활동을 하고자 한다면 바른 기업상(企業像)이 될 수 없다. 그러기에 한국기업들도 중국시장에서는 기대수준이 높은 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IQ를 높여 기업전략을 짜야 한다.  CSR이 현대경영학의 화두로 많은 주목을 받고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각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키워드이지만 이는 근세의 중국 상인들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말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을 가장 천대했던 한국의 유교적 관념과 달리, 국민이 장사에 능했다는 고대 상나라()사람이란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 중국에서의 상인(商人)은 상대적으로 편견이 덜했던 것 같다. 청나라 후기 교가(喬家)상인 교치용(乔致庸)은 ‘표호’(票號)라는 전국적인 어음유통을 통해 근대적인 금융시스템을 발전시키면서 막대한 자본을 축적했던 사람이다.

 

한국으로 치면 의주를 주무대로 했던 만상(灣商)의 임상옥 (林尙沃)에 비견되는 거상으로 그가 살았던 고저택(喬家大院, 교가대원)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표호의 주무대였던 산시성의 핑야오(平遥) 고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정도이다.

 

필자처럼 직업적인 호기심은 아니더라도 ‘표호’가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유통시켰던 어음의 진본을 구분하고, 당시 기축통화였던 은의 교환을 위해 준비한 정교한 회계자료를 관심 있게 들여다 본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현재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을 이 교가상인의 수준과 저력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화폐유통은 국가권력의 기본 인프라인 만큼, 민간의 어음유통이 정경유착이나 부패한 권력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 했으리라 상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교치용은 근대적인 금융시스템, 종업원 인센티브제도 등 혁신적인 경영 비젼을 가지고 있었고, 평생 축적한 부를 청조말기의 멍들어가는 나라를 살리고자 외국의 침략을 막는 현대적인 대양 해군을 건설하는데 군자금을 보탤 정도로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한, 청조가 영국에 넘겨준 산시 지역의 광범위한 철광석 채광권이 민중의 반발을 사자, 이를 포기하는 대가로 은 3백만량( 1량은 10, 37.5g이라 함)가까이 되는 사재를 털어 영국으로부터 채광권을 다시 사오기도 하였다.

 

상인으로서의 교치용의 포부와 상도(商道)는 오늘날 중국인들이 기억하는 문화적 유산임과동시에 중국기업들이 교치용을 상도 정신의 표본으로 삼으며, 많은 CSR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도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가라면 한번쯤 상도의 현대적인 해석이 무엇일까 고민해 볼 만하다. 중국정부가 유도하든 아니든 많은 중국내 국유기업, 민간기업, 외국기업이 다양한 CSR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의식이나 관심도 꽤 높아져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나 가치전달에 관심을 가지고 좁게는 기부, 기증활동에서 시작하여 넓게는 공급망에 있는 하청기업들과의 상생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역할은 단순히 이미지 증진과 고객 만족을 위한 인적, 물질적 기부나공헌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기업 거버넌스(Governance), 환경, 노동, 인권에 대한 책임과 규범을 이행하고 지역사회 참여와 동반성장을 추구 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이념적 토대로 하는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덕목이다.

 

그러기에 우리기업들도 중국 경영의 성적표를 사업확장이나 수익성 위주의 전통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이나 환경기여도와 같은 CSR 지표도 추가하여 경영진의 능력을 평가하게 될 때가 곧 도래하게 될 것으로 본다

 

한국보다 사업하기 어려운 외국에서 이러한 활동을 수행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누구나 참여한다고 하지만, 그 기업의 능력과 성격에 맞게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맞춤형 CSR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어렵고, 동참하고 후속관리를 도와 줄 신뢰성 있는 NGO 파트너를 찾기도 어렵다.

 

CSR은 계속 진화하고 기업의 CSR에 대한 IQ도 또한 높아져야 시대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효용과 사회적 효횽 간에 적절한 균형 감각과 비전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맞는 CSR을 전략적으로 실천하는 성숙하고 존경받는 한국기업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필자소개>

필자는 공인회계사로서 삼일 및 PricewaterhouseCoopers(세계최대회계법인) 홍콩지점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홍콩을 거점으로 주요 한국 기업의 중국 및 아시아지역 진출을 돕고 있다. 다수의 해외기업인수 및 실사와 관련한 자문 업무를 수행했고 중국 및 홍콩에 진출한 주요 상장회사,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사 및 경영 자문 업무를 수행해오며 기업 현장의 목소리와 실무를 접해오고 있다. 또한, 중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을 위한 국제상사분쟁 지원업무, 기업부정적발/조사업무, 로열티/라이센싱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계전문가로서 기업의 지적재산 평가와 관리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북경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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