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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6/2015.04]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55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4)




중국내수시장 진출과 경쟁 -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이 질적으로 심화되고 중산층의 성장과 함께 막대한 잠재소비력을 가지고 성장을 계속하는 중국시장은 요즘처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황의 시기에는 전세계 기업들이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 되었다. 한국기업들도 과거에는 선진시장에 접근할 중간재 가공, 생산을 위한 진출이 많았지만 이제는 드문 진출사례가 되었다.


중국내수시장에 승부를 걸고 가치사슬의 모든 기능을 현지화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가 되면서 지역별 소비시장, 투자환경, 산업분석 등 거시적 검토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중국정부의 산업발전정책의 향방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들도 예전보다 풍부해지진 것 같다. 한국기업들의 진출분야도 B2B 사업뿐만 아니라 최종소비자시장을 직접 겨냥한 자동차, 화장품, 의류, 온라인쇼핑몰, 문화콘텐츠, 의료서비스 및 기기, 제약, 식품 등 포괄적인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제약생산 분야와 온라인쇼핑몰 시장에 진출한 회사의 사례를 소개한다.


한국의 유수한 제약기업A사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혈액 제재를 생산할 목적으로 오랜 준비 끝에 어려운 사업인허가를 받아 중국시장에 진출했는데 예상과 달리 사업초기 상당기간 동안 원재료 수급 문제로 애를 썩였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혈액 제재는 인공적으로 생산이 어렵고 혈액에서만 채취가 가능하여 시장수요가 늘 있어도 원료수급이 어려운 특성이 있다. 혈액수급이 용이한 지역으로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저소득지역인 호남성(湖南省)과 안휘성(安徽省)을 비교하다가 안휘성을 낙점하고 사업진출을 했다. 그런데, 회사의 예상과 달리 원재료 수급이 저조하여 사업을 성장궤도에 올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반면, 호남성에 원료 수급 기반을 두고 비슷한 규모로 시장에 진출한 중국경쟁회사는 벌써 상장하여 거대기업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M&A를 통하여 급격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안휘(安徽)성은 산서(山西)성의 진상(晋商))과 더불어 중국 최대의 거상인 휘상(徽商)의 본거지이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의 거상 호설암(胡雪巖)이 대표적인 휘상이다. 산세가 험하고 농업이 발달하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운하를 거점으로 차와 소금 운반을 주도하면서 치부한 막대한 자금으로 정관계에 꾸준히 진출하고 전국의 문인과 예술가들을 불러와 후세교육에 힘쓰던 전통과 자긍심이 남아있는 지역이다. 통계수치상 소득이 낮다고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의 주인공들을 쉽게 만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입지선정을 위한 많은 시장조사와 타당성 검토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진도 이 부분이 간과된 점을 아쉬워했다. 요즘 소위 말하는 Big Data를 분석하더라도 큰 흐름을 통찰하는 문화적 감수성이 더해졌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회사의 사례를 들어본다. 회사의 창업주는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처음에는 저가 중국산 옷을 무조건 싸게 한국에 들여와 팔면 되겠다고 덤빈 사업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실패가 전화위복이 되어 아이러니컬하게 비싼 한국 옷을 가져다 팔면서 재기한 사업이 지금은 중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있는 한국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처음 사업실패 후 남은 돈 수백만 원으로 재기하여 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 알리바바(타오바오)나 한국의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중국내 온라인쇼핑몰 운영을 대행해 달라고 먼저 파트너십을 제안해 오는 인지도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


필자에게도 사업초기부터 회사의 성장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회사의 비결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매우 독보적이거나 기술적 차별성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상품기획 단계부터 물류 배송까지 철저히 중국인들의 니즈에 맞게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에 있는 것 같다.


중국 소비자들은 온라인(Online)에서 보고 주어진 정가(定價)에 바로 구매하기보다 실물을 보고 협상하는 과정을 선호한다고 한다. Dell이 미국에서처럼 온라인 판매방식만으로 중국시장에 진입이 어렵자, 주요 거점지역에 오프라인(Offline)매장을 두고 PC 제품을 깔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법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던 것처럼, 온라인 사이트에 단지 가격이 낮고 질 좋은 상품만 진열한다고 해서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회사 경영진은 잘 이해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이 회사는 옷이 동일한 치수라도 사람 체형에 따라서 어울리거나 다를 수 있고 이 부분에 가치(value)를 제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온라인상품 주문과정에서 중국인 직원들이 고객과 다양한 수단의 소통을 통해 적극적인 컨설팅을 제공하여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제공하려고 했다.


요컨데  ‘고객중심’의 철학을 어떤 가치로 전달할 것인지가 핵심이고 이는 중국 현지 고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중국직원들이 이러한 가치전달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훈련시키고 동기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가 중요한 경영의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직장에서 근무 중에 중간 상품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젊은 여성고객의 소비 방식을 쫓아가 SNS로 긴밀하게 대응하거나 한국 사이트를 중국어로 거의 실시간으로 변환시켜 검색할 수 있게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든지 해외 직접구매에 대응한다든지 기민하게 소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비즈니스 방식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또한,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사업파트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기본 인프라가 됨은 자명하다.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어진 한국계 쇼핑몰로서의 브랜드 구축과 시장선점효과, 벤처자금조달을 위한 협상력, 그리고 중국인만큼이나 중국어와 중국문화에 능통한 젊은 경영진의 건강하고 열린 경영 자세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인 것 같다. 그러나, 안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시기가 아니며 비즈니스모델을 계속 차별화해 가지 않으면 금방 거리낌 없이 모방하는 경쟁자가 나타나 처음에 혁신적이었던 기업도 흔적 없이 사라지는 치열한 시장이 또 중국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 전략을 구상할 때 잘못된 가정이나 전제로 인한 경영의 실수, 오판(誤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필자의 주관적인 경험이지만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회사들로부터 자주 전해 듣는 공통적인 문제와 고민거리 몇 가지를 요약해 보았다.


1 _ 목표시장의 크기와 거시적인 분석에 반영된 착시효과


경제성장율, 도시화율, 중산층인구의 증가율 등 거시적인 수치가 아무리 긍정적이라도 중국시장은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업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공간이다. 예전에 누릴 수 있었던 외자기업 우대가 없어진 지 오래고, 규모와 시장경쟁력을 갖춘 현지기업들과 다른 유수의 외국기업과 같이 중국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다투는 시장이 되었다. 중국정부가 가전 하향 정책을 펼칠 때 막대한 내수시장이 창출되었지만 저가 중국산만 정부보조금을 받아 불티나게 팔렸을 뿐 한국회사들은 팔 물건이 별로 없었다.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나 요소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한 한국기업들은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낯선 시장이다.


2 _ 예상을 초과하는 시장진입, 유지비용

 

소비시장이 절대적으로 커 보이지만 시장이 분열되어있고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에 시장접근, 유통 비용이 매우 비싸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사실 한국기업들에게는 막상 먹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 시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금만 초과이윤이 있어도 다른 경쟁자의 진입이나 모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애써 시장을 만들어도 투자비만 까먹는 경우가 흔하다.


3 _ 성공전략이 잘 통하지 않는 시장


시장규모가 큰 기간, 통신, 인프라 산업은 갖가지 진입장벽으로 막혀있고 한국에서 통했던 필승전략으로 출사표를 낸 사업이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전략적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쇼핑몰과 극장사업 등 대단위 자본이 들어가는 사업 등을 예로 들면, 한국에서처럼 새로운 설비와 서비스로 진입하면 주변의 젊은 소비자를 흡수하여 노후화된 로컬경쟁업체를 바로 고사시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중국경쟁업체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중국경쟁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영업을 하고 있어서 이미 고정비용을 회수했기 때문에 고객을 좀 빼앗겨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쉽고 가격을 더 낮추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고객을 되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높은 자본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한 경쟁자를 고사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전략을 세울 때 직관적 요소가 지나치지 않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참신한 전략과 보고서도 좋지만 이럴수록 기업가는 현장에 가서 살펴봐야 한다.


4 _ 자금조달방안의 부족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 경영진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이 자금조달 경로와 방법에 대한 것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금융회사간 금전의 대차거래는 원칙적으로 중국내 자기업 간에도 금지되어 있고 외국기업이 중국내자기업에 무역거래 목적 이외에 자금송금에는 제한을 받는다. 외환자본계정에 대한 통제도 강하여심지어 수백억의 외화자본을 증자해놓고도 자본금계좌에서 풀지 못해 앉아서 수십억의 환차손을 본 회사도 있다. 또한, 중국에서 돈을 차입하려 해도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은 주로 토지사용권 등 자산담보로 대출을 해주는데 신규로 진출한 회사나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부족한 회사는 신용을 일으키기가 매우 어렵고 신용을 일으켜도 차환이 쉽지 않다. 그나마 중국에서는 은행권의 신용대출이 주로 국유기업에 모여 있어 실제로 규모가 작은 중국내자기업이나 외자기업이 중국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높은 차입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한 민간 중국 기업들 상당수는 사채를 끌어다 쓴다.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담보설정이나 권리이행 절차의 번거로움으로 본사 지급보증 형태로 자금조달을 해준다. 본사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안 되므로 엄밀하게 중국현지에서 신용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빌려오는 것이라고 봐야겠다. 중국진출은 장기간의 싸움이므로 자금조달방안에 대한 긴 안목을 필요로 한다.


5 _ Business Trust가 부족한 시장

 

처음에 믿었던 합자, 합작 상대방이나 회사내부자, 거래처로부터 결정적인 순간 사업을 뺏기거나 배신을 당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봤다. 모범적인 사례도 많지만 높은 스탠다드를 가지고 원칙대로 경영하는 외국기업이 느끼기에 전반적으로 중국시장은 아직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고 뿌리 깊은 부정부패로 기업들의 코스트를 높인다.


6 _ 진출 방식

 

중국진출방식은 크게 직접투자와 홍콩을 경유한 간접투자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진출방식에 대해서는 장단점을 세심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배당/과실송금의 측면에서는 간접투자 방식이 조세측면에서 다소 불리하나 외환규제나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없는 홍콩을 이용한 Financing이나 홍콩과 중국 간 CEPA 활용을 통한 사업진출(예, 극장사업 또는내륙 항공 운수 인허가)에 유리한 부분도 있으므로 사업성격에 맞추어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7 _ 체계적인 가치사슬관계(Value Chain)를 분석한 자료가 없다

 

중국의 주요 산업들은 산업클러스터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산업의 전후방이 촘촘하게 엮여있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가 만만찮다. 만약, 각 산업별로 단계별로 가치사슬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디서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창출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주어진다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쉽게 전략을 세우고 사업하기가 좋을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방법론은 기업자신의 몫이지만, 가치사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관계분석을 통해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학계나 연구기관에서 많이 연구를 해주어야 한다. 중국시장, 산업에 대한 가치사슬에 대한 연구 자료는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다. 이러한 연구가 많아져야 FTA 협상도 과실이 한국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 한국의 정부와 학계,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시장이 크고 넓은 만큼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 충분히 고민하고 나와야 하고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필자소개>

필자는 공인회계사로서 삼일 및 PricewaterhouseCoopers(세계최대회계법인) 홍콩지점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홍콩을 거점으로 주요 한국 기업의 중국 및 아시아지역 진출을 돕고 있다. 다수의 해외기업인수 및 실사와 관련한 자문 업무를 수행했고 중국 및 홍콩에 진출한 주요 상장회사,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사 및 경영 자문 업무를 수행해오며 기업 현장의 목소리와 실무를 접해오고 있다. 또한, 중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을 위한 국제상사분쟁 지원업무, 기업부정적발/조사업무, 로열티/라이센싱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계전문가로서 기업의 지적재산 평가와 관리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북경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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