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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5/2015.03] 연구성과 소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44

연구성과 소개



김판수, 「중국공산당의 자기개조와 당-대중 개조체계의 형성(1935-1945)」, 『중소연구』 제38권 4호(통권 144호), 2015. 2


이 논문은 공산당이 중국 혁명 과정에서 어떻게 대중을 정치적 주체로 변화시킴으로써 기층에서 권력을 확장하고 또 공고화할 수 있었는지 분석한다. 중국 혁명 과정에서 공산당의 자기개조는 ‘공산당이 어떻게 대중의 지도자로서 또 대중이 어떻게 공산당의 개혁가로서 변신.성장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 정치적 담론과 제도적 실천을 낳았다. 이는 공산당이 스스로 의도한 것이라기보다 혁명 과정의 복잡한 구성물로 보아야 한다. 공산당은 위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당을 대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적 행위자를 찾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기층 대중이 정치사회적 주체로서 자기개조할 수 있는 제도적 범위를 조심스럽게 열어주었으며, 그 결과 공산당은 의도한 것보다 더 급진적인 지배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공산당이 단순히 농민을 계몽하고 동원함으로써 혁명에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면, 이처럼 귀찮고 복잡하며 불확실성이 높은 당-대중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실패를 거듭하면서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쏟지 않았을 것이다.  


1935년 1월 쭌이회의 결과 당 지도부의 자기개조는 위로부터 아래로만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위로의 조직.제도 체계가 간부와 대중에게 파급되는 토대가 되었다. 먼저, 신지도부는 공산당이 위계적이면서도 동시에 탄력적인 조직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 당 중앙은 항일 시기 일본 점령지에도 근거지가 설립되는 상황에서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상급의 명령 보다 기층 간부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간부의 정신적 자기개조를 위한 조직적.제도적 체계를 도입했다. 다음으로, 당 중앙은 기층 간부를 규율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자각된 대중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초기에는 제도적 교육 기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당 지도자들은 그 효과에 대해 기대가 점차 엷어졌다. 따라서 마오쩌둥 이외에 다른 지도자들도 대중들이 간부에 대한 심사 및 평가에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 정치적 자기 교육의 경험을 쌓도록 독려했고, 이는 당 중앙이 기층에 대한 관리 능력 제고에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이처럼 중공은 항일 시기 자기개조를 보편적인 조직관리 기제로 또 대중의 정치적 자기교육 기제로 확대함으로써 비로소 역사적.지역적.현실적 토대에 정치적.사회적으로 깊이 착근(着根)될 수 있었다.

  

당-대중 개조체계는 중국 역사 속의 전통 제국들이 지역 공동체들과 타협하며 위계적 통합을 유지했던 통치 방식이 마오쩌둥 사상 등에 근거하여 근대적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다만, 공산당의 자기개조는 위로부터의 관리뿐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능동적인 정치적 개입을 제도적 방식으로 내부화하는 것이었다. 공산당의 새로운 근대국가 만들기는 지역 대중의 자율적 정치를 내부화하는 조건에서만 성공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기에, 기층 대중의 적극적 실천은 공산당의 위계적 제도화의 방식을 변화시키고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국 혁명 신화에 대한 문제제기이면서, 동시에 현대 당-국가 신화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당-국가 체제에 사로잡혀 공산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 매우 익숙한데, 이와 반대로 당-대중 개조체계의 역사적 경험에 기반하여 현대 중국의 ‘당-국가가 무엇을 할 수 없는가’라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즉 위로부터의 조직적?제도적 힘이 벽에 부딪힐 때, 당-국가는 왜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지, 또 그 사회적 힘을 구현하는 대중들은 어떻게 당-국가 통치를 유지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사회주의적 체제’가 해체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당-국가와 각축.타협.조응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

  

중국 혁명 경험을 통해 우리는 대중 정치를 배제하고 억압함으로써만 지배 권력을 유지하려는 오늘날 당.국가 중심의 권위주의적 통치 프레임의 한계를 비판할 수 있고, 또 현대 중국에서의 아래로부터 민주적 경로를 새롭게 모색할 수도 있다. 즉 오늘날에도 중공은 ‘위로부터의 역량’ 만으로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자율적 대중정치를 매우 낮은 단계에서부터 또 조심스럽게 선택하고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도에 성공할 때, 공산당은 정치적.경제적 힘뿐만 아니라 ‘사회적’ 힘까지 내부화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지배집단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당-국가 중심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제’가 당-대중 관계에 의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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