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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5/2015.03] 연구성과 소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38

연구성과 소개



김희신, [중국동북지역의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관행 - 1920년대 奉天紡紗廠을 중심으로], 『中央史論』 제40집, 2014.12.


본 논문은 중국의 기업발전과정에서 보이는 기업구조의 다양성을 염두에 두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제도의 실질적 운용과 개방성의 정도가 지역마다, 기업마다 어떻게 반영되고 구조화하고 있는가 하는 근대 기업연구의 일환으로 시도되었다. 특히 동북지역 근대 기업발전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개별기업의 사례연구로 1920년대 官·商 합자기업인 奉天紡紗廠의 기업지배구조에 주목하였다.


봉천방사창의 지배구조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공사조례>의 ‘股分有限公司(주식회사)’ 규정에 따라 기업의 설립에서부터 청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제도화됨으로써 방사창의 지배구조는 전통적인 합자기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첫째 기업공개를 통해 股分 발행을 통해서만 자본을 모집하고, 출자액만으로 책임이 제한되는 ‘유한책임’이었기 때문에 광범위한 자본 모집이 가능했고, 자본모집 범위가 全省에 걸쳐 있다. 둘째 股東은 익명이 아닌 기명을 사용해서 소유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외국인이 아니라면 방사창의 사전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股票를 거래할 수 있었다. 전통적 合股기업에서 출자자의 익명투자가 광범위한 관행이었고, 전체 고동의 승인과 내부 거래를 우선시했던 합고의 양도관행과 달랐다. 셋째 고동은 방사창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고동이 기업 및 경영상태 전반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한 의사결정수단은 股東會나 董事會를 통한 의결권행사였다. 官商 합자기업으로서 고동의 대표로 구성되는 동사회의 구성이나 방사창의 업무를 총괄할 경영자의 선임과정에서 고동의 권리행사를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 방사창의 결산과 관련해서 회계는 신식부기를 사용하여 양력에 따라 작성되었고, 2-3년 마다 장기적 결산을 주로 했던 합고기업과는 달리 1년 단기적 결산방식을 취했다. 또한 이익분배구조에서 전통적인 官利 지불규정이 없다. 관리관행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자본의 투기성이 기업자본의 내부적 축적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방사창은 기본적으로 유동자금의 내부적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국가의 법률 제도화를 통해 기왕에 존재했던 지역간, 혹은 기업간의 지배구조 혹은 관행의 차이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른 동질화라는 방향성은 존재했다. 다만 고분유한공사가 출현하고 제도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동북지역의 사회경제시스템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봉천방사창의 규정은 광범위한 자본모집이 가능한 구조였지만 商股 청약자는 여전히 드물었다. 지역 세력을 대표하는 商會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商民측의 자본조달은 방사창 초기자본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고, 최종적으로는 관영기업이었던 동삼성관은호를 商股로 삼아서 관·상고 자본의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官商 합자라는 기업 특성상 官이 50% 이상의 자본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주주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없어 방사창의 경영은 官을 중심으로 한 독단적 경영체제 구축이 가능했다. 또한 股票는 중국인이라면 방사창의 사전승인 없이 자유로운 매매를 보장했다 해도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거래소와 같은 시장시스템이 형성되어야 했다. 즉 고분유한공사의 지배구조가 정착되는 실질적 과정은 동북지역의 사회경제발전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


한편 고분유한공사가 근대적 기업형태였지만, 봉천방사창의 지배구조에는 전통적 합고 상점기업관행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사창 <장정>에는 官利 지불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방사창 紅利의 분배율이 65-76%의 고율에 달하고 있어 官利 관행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홍리 명목에 포함되어 배당되도록 변용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고동에게 귀속되어야 할 홍리 중 일부가 경영진 이하 직원에게도 분배되었던 것은 전통 합고조직의 노무출자자로서 경영자 이하 직원에게 홍리를 분배했던 관행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봉천방사창에는 대주주 권한의 남용에 의한 자본평등성의 부재, 경영책임에 따른 경영인 및 직원층에 대한 이윤분배 시스템, 변용된 형태의 官利 등과 같은 전통성이 채무청산에 대한 유한책임구조, 근대적 재무관리와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자유로운 양도권 등의 근대성과 혼재되어 존재한다. 전통과 근대적 부분이 결합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기업이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를 관철시키고 기업경쟁력을 제고해 갈 수 있다면, 근대시기 전통은 극복의 대상이면서도 여전히 지속가능한 활용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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