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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5/2015.03]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35

기획_중국 현지 비즈니스 컨설팅 - 중국의 상관행과 기업관행 분석을 통해 (3)



한국기업의 제조경쟁력 리부트(Reboot)를 위한 키워드

김동언 _ 홍콩 주재 공인회계사


필자가 거주하는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동성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 제조업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등소평의 남순강화(南巡講話)가 시작된 곳이고 상해 등 다른 임해지역에 비해 좀 더 실험적인 가공무역구조를 시험했고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다국적기업들이중점 제조기지로 활용하는 국제분업의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삼성, LG 등을 비롯한 수많은 한국기업도 광동성에 둥지를 트고 있다. 세계 에어컨의 80%, 컴퓨터의 90%, 휴대폰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조립되는데 광동성의 대표적인 제조기지가 동관시이다.


최근 중국언론에서 중국 제조업의 위기를 다루면서 설 연휴 직전 동관에서만 100개가 넘는 대형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가동 중단에 들어가고,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들은 자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거나 나이키, 삼성 등 글로벌 기업은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에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중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간 기간시설투자와 대규모 부동산 투자가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제조업 노동력의 부족현상은 동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연평균 임금상승율이 15% 수준을 유지하고 모든 요소비용이 급격히 올랐다. 여기에는 노동인구의 소득증대와 산업구조 고도화를 도모하여 질적 성장을 지향하는 중국정부의 정책과 수출의존형에서 내수주도형 성장으로 바뀌고 있는 배경도 있다. 기술의 이전효과가 미미하고 환경에 부담되는 외국기업의 진출이나 전통제조업종은 더 이상 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중국정부의 일몰시한에 맞춰 필자가 회계감사를 수행하고 있는 광동성의 적지 않은 한국계 제조 기업들이 가공창(加工廠)에서 내수가 가능한 독자법인으로 전환하면서 많은 산고를 치렀다. 실질은 가공무역 그대로인데 중국시장을 공략할 만한 내수기업으로서의 조건과 역량을 기를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이다. 환경의 변화를 빨리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중국에서의 한국 제조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한 가지 사례로 들어본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가휴대폰에 메탈소재 사용이 대세가 되면서 그동안 플라스틱 사출공정에 주력했던 한국의 주요부품업체들은 메탈가공을 위한 투자부담과 생산수율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팍스콘(애플 조립업체)이 장기간의 시행착오와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거쳐 완성한 품질력을 따라가야 하는데, 메탈소재의 단가가 훨씬 비싼데 공정은 복잡하고 인력의 경험이 부족하고 손이 많이 가다보니 초기 생산요구수율 30%를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오는 수율이 낮으면 부품업체간의 품질이슈가 늘어나면서 정작 생산인력 확충보다 전수품질조사를 위한 QC인력을 배로 뽑아야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쯤 되면 첨단가공 조립 산업이 아니라 손으로 일일이 다듬고 손질해야하는 가내수공업이 된다. 많은 한국 IT제조업이 중국에서 당면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가 공정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는데  인건비, 원자재, 설비의 비용은 올라가고 매출단가는 내려가고 무엇보다 제품 사이클이 극도로 짧아지면서 안정된 생산주문량 수주나 생산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경쟁업체보다 빨리 규모의 경제를 이루거나 혹은 효율적 아니 적어도 탄력적인 원가구조를 갖추기가 매우 어렵다. 이익이 박한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대형고객이 요구하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어야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차입을 통해 설비투자를 계속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다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시 큰 그림을 살펴보자. 그동안 중국의 성장에 따라 국제 분업 구조에서 중간재를 공급해왔던 한국의 대중수출을 살펴보면 절반 정도가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설비, 부품, 원자재 수입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경유(經由) 수출이 주된 홍콩에 대한 한국의 무역수지흑자가 미화250억 달러를 상회하는데 그만큼 한국이 거두는 막대한 대중국 무역수지흑자에서 가공무역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중국 내수용 수입시장에서 점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중국이 수출가공무역을 정책적으로 억제하면서까지 산업고도화와 내수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지금의 방식으로는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시장에서 경쟁국에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그럼 더 이상 중국에서의 제조업하기가 언론보도처럼 정말로 위기이고 매력이 없는가?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중국의 성장률은 7%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공업화와 도시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소득증대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내수시장이 열리고 있고 통화강세를 바탕으로 중국기업의 해외투자가 가속화되면서 지속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와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높은 저축율과 인프라, 고정자산 투자율과 FTA등 지속적인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의 효율과 질적 수준을 꾸준히 높이고 있고 이러한 중심에는 제조업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높고 빠른 임금과 요소비용의 상승은 한국기업뿐만이 아니라 중국기업에게도 같은 고민이다. 세계의 공장은 중국에서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연해안 지역에서 조금 더 저렴한 임금과 인력이 풍부한 서쪽으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어려운 경영환경일수록 혁신과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가 많이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도 IT기술과 인터넷을 활용한 제조업의 혁신이 연구개발, 생산, 물류, 판매 및 사후서비스 등에까지 파급되면서 전통제조업의 자동화와 제조와 고부가 서비스의 융합이 중국기업의 새로운 특징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샤오미와 같이 제조형 서비스업에 강점을 보이는 기업이 등장하고, 통신기기 전문회사인 화웨이처럼 후발주자가 가격을 강점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동유럽 등 선진기업이 등한시했던 지역으로 진출하여 전체매출액의 2/3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기술력을 쌓아 오히려 선진국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추게 된 세계적인 기업도 나오고 있다.

 

생산과잉이 극심한 산업에 대해서는 환경보호, 에너지소비, 기술표준에 대한 요구조건을 까다롭게 하여 시장경쟁을 통한자연도태와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중국정부의 산업정책도 주도면밀하지만 연간 8백만 명씩 쏟아지는 대졸인력과 세계 2위의 R&D 규모는 중국제조업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달성하는 밑거름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위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과도하게 몰린 자금과 인력이 기술혁신에 유입되어 제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초가 된다. 

 

세계의 공장이자 동시에 거대한 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고 한국의 제조업이 성장을 계속할 수 없다. 국내에서 제조업의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부분적으로 동의를 하지만 중국에 나와 보기 바란다. 일본, 한국의 제조업체에서 몸담았던 많은 경험 인력들이 본국에서 지속하기 어려운 고용기회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수만 개의 한국 기업들이 고용한 한국 인력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업들이 실패하고 돌아가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을수록 이와 거래하는 많은 한국의 회사들이 고용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유지해갈 수 있다. 그러면, 중국에서 한국기업의 제조경쟁력 리부트(Reboot)를 위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답을 구하기보다 건설적인 물음을 던져볼까 한다.


1 _ 비지니스모델의 지속적 혁신

  

한중 FTA가 당장 개별기업에 엄청난 기회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예상되었던 철강 등 중간재 분야의 기업 경영진들에게 물어보니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체계화할 만큼 FTA의 적용에 대한 실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기에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중 FTA의 실리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면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중간재 공급을 주로 하는 한국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향후 수년간의 시간은 벌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도 중국정부가 개방경제정책을 가속화하고 다른 국가와의 FTA 체결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연구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급망(Supply Chain)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와 산업 내 가치사슬 구조변화에 대한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거래처, 수요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기회를 발견하고 회사만의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포착해야한다.


2 _ 현지 경영을 위한 인적 Infra에 적극적인 투자

  

중국의 성장정책과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회사만을 상대로 중간재를 판매하는 가공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중국의 제조업의 무게추는 연해지역에서 서부내륙으로 지형 이동하고 있다. 결국 도시화와 소비력을 갖추어 가는 중산층 내수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중국내 산업 가치사슬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세밀히 관찰하여 어떻게 중국시장에서 차별화하고 현지화 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이것은 똑똑한 한국사람 몇 명이 모여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지 경영은 중국인들이 주도적으로 기업의 생존방식을 찾아가도록 도와주고 능력을 길러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3 _ 비용절감의 원칙과 사업구조조정

  

경영여건이 어렵다고 인적자본, R&D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줄이면 지속적인 성장은 요원해진다. 마른수건 짜낸다고 협력업체의 신용을 잃어버리거나  핵심인력이 기업을 떠나는 자기파괴적인 상황까지 몰아가는 원가절감만을 강조해서는 더 이상 승부가 안 된다.  결국, 사업네트워크, 정보력, 노하우와 조직이 핵심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경영의 기본으로 돌아가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해보기 위한 조직과 투자를 정비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술적, 전략적 사업구조조정은 항상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제조업은 몸이 너무 무거워서는 안 되고 쌓인 부실은 빨리 털어내야 한다.  정말 경쟁이 안 되어 중국에서 발을 빼더라도 몸이 가벼워야 철수도 쉽고 손실도 최소화한다. 


4 _ 시행착오와 장기적인 접근

  

중국에 나오면 자꾸 성공만 하려고 한다. 그리 만만하게 덤빌 시장이 아니라는 점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전략이나 접근법이 중국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중국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오랜 공이 들어간 회사다. 한국기업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려면 약간의 실패라도 이를 기반으로 성공 잠재력을 키워가는 조직문화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본사가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고 이를 통제하는 것보다 현지 경영진의 전략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책임지고 중국시장을 접근하게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많은 한국주재원이 본사를 위한 보고서 작성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쓰는 것 같다. 그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비(非)부가가치 활동을 줄이고 다른 가치 있는 업무를 발굴하여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현지 경영진이 제대로 숙고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5 _ 현장 경영을 통한 해법고찰


홍콩은 한국의 GDP의 평균소득을 올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와 고비용을 자랑하는 곳이다. 홍콩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을 졸업한 인력의 초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기업의 절반수준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은 경쟁국가에 비해 경영관리비와 인건비가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다. 고급인력일수록 대도시와 같이 편한 곳이 아니면 주재근무를 꺼리는 것이 당연하다. 주관적인 의견이기는 하나 필자가 체험한 다른 아시아기업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한국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그런데, 핵심인재는 근무하기 좋은 지역에 관리자로 파견될 것이 아니라 문제와 고민을 안고 있는 현장으로 파견되어야한다. 파견이든 현지채용이든 부서 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일꾼을 현장으로 보내자.


6 _ 과감한 투자기회에 대한 Entrepreneurship

  

한국기업의 장점은 경영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인들만의 DNA가 있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으로서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창의력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내수시장에서 선전하는 한국기업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투자기회를 잡은 이들이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금융 및 정책적 지원시스템을  한국이 어떻게 갖춰가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좀 더 면밀한 전략과 창의적인 노력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춰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필자는 공인회계사로서 삼일 및 PricewaterhouseCoopers(세계최대회계법인) 홍콩지점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홍콩을 거점으로 주요 한국 기업의 중국 및 아시아지역 진출을 돕고 있다. 다수의 해외기업인수 및 실사와 관련한 자문 업무를 수행했고 중국 및 홍콩에 진출한 주요 상장회사, 다국적기업에 대한 감사 및 경영 자문 업무를 수행해오며 기업 현장의 목소리와 실무를 접해오고 있다. 또한, 중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을 위한 국제상사분쟁 지원업무, 기업부정적발/조사업무, 로열티/라이센싱 관련 자문 업무를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계전문가로서 기업의 지적재산 평가와 관리 분야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북경대 국제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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