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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4/2015.02] 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102

기획_한국중화요리, 그 ‘식(食)’과 ‘설(說)’ (2)



서학보 _ 인천차이나타운內 중국음식점 경영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 자신의 기억 그리고 자신의 생활습관에 따라 자신들만의 고유한 맛과 음식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인 음식과 맛이 곧 그들의 음식문화가 된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음식문화는 인간의 이동에 따라 또 다른 음식문화와 끊임없이 융합되어 또 다른 복합적인 음식문화를 창출한다.


중국은 광활한 영토와 다수의 종족을 품에 안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지난 수 천년동안의 종족 간 교류는 세계 최고·최다의 음식문화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그 영역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근대 개항과 더불어 한반도에 수많은 중국인이 건너오게 되면서 중국 특유의 음식문화도 자연스럽게 이 땅에 들어오게 되었다.


필자는 앞으로 그 수많은 중국의 음식문화 가운데 일부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중국북방 음식문화 그 중에서도 특히 산동요리(山東菜)와 베이징요리(北京菜)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중국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아마 “네.”라는 대답이 99%는 될 것이다. 그만큼 중국음식이 낯설지 않고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말일게다. 그러나 그 역사와 내용을 제대로 알고 맛보는 이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오늘은 누구나 좋아하고 즐겨먹는 탕수육 이야기부터 해볼까 한다.


탕수육은 중국어로 탕추러우(糖醋肉)라고 한다. 따라서 정확한 한자어는 ‘당초육’이어야 한다. 말인즉슨, 설탕과 식초로 만든 고기요리라는 말이다. 탕수육이라 불리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중국인의 발음을 흉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게 필자의 추측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정확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오늘날에는 고기를 튀기고 그 위에 소스를 얹으면 모두 탕수육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탕수육은 산동지방의 요리로 돼지고기에 잘 혼합한 전분을 발라 고온의 기름에 튀겨내고 이를 설탕과 식초를 섞은 소스에 버무림으로써 설탕의 단맛과 식초의 신맛이 잘 어우러진 맛있는 음식이다. 이것이 훗날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수많은 형태의 탕수육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많은 형태의 탕수육 가운데 오늘은 탕추리지(糖醋里肌)와 궈바오러우(鍋包肉, 일명 찹쌀탕수육) 그리고 쥬라오러우(九老肉, 일명 사천탕수육)에 대해서 간단하게나마 언급하기로 하겠다.


탕수육(糖醋肉)탕추리지(糖醋里肌)궈바오러우(鍋包肉)쥬라오러우(九老肉)


우선, 탕추리지는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탕수육의 모양과 유사하다. 다만, 고기재료로 돼지의 안심만이 쓰였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본래 안심은 부드럽고 연해서 굵직하게 손가락 모양으로 썰어야 한다. 하지만 안심은 과거에는 일반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어서 자연히 탕수육도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못되었다. 더군다나 설탕이라는 재료 또한 오늘날처럼 값이 저렴하지 않았던 탓도 클 것이다. 따라서 이 요리는 부유층에서나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에 비해, 궈바오러우는 상대적으로 서민층이 접하기 쉬웠다. 왜냐하면 궈바오러우는 돼지의 후지(後肢, 뒷다리살)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안심에 비해 후지는 비교적 흔하고 값도 저렴했다. 이 후지를 얇게 썰어 전분을 발라 튀겨내고 그 위에 설탕과 식초를 섞은 소스를 발라내면 그런대로 꽤 먹을 만한 요리가 된다. 게다가 얇게 썰어 전분에 발라 튀기기 때문에 소용되는 고기의 양도 자연 적어지게 된다. 다만, 소스 안에 설탕이 덜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라 단맛보다는 신맛을 강하게 느끼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한편, 궈라오러우는 스촨(四川) 지역의 요리답게 매운맛이 첨가되고 칼질에 있어서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그 외에는 탕추리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모든 탕수육을 즐기는데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포인트가 있다.


맛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다만, 잘 만들어진 탕수육은 튀김이 바삭거리되 딱딱하지 않다. 물론 그 차이를 구별해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우리 입천장과 잇몸에 부담이 가는지 그렇지 않은지만 판단하면 될 듯싶다. 아울러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연하고 부드러우며 무엇보다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씹을 때 튀김옷을 포함한 고기의 식감이 질기거나 돼지냄새가 난다면 이는 결코 좋은 요리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중국음식점에서 탕수육을 먹을 때, 많은 이들이 간장에 찍어 먹는 걸 볼 수 있다. 탕수육은 갓 만들어 식탁에 올렸을 때에는 별다른 소스 없이 먹어도 맛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가 어느 정도 떨어져 요리가 식었을 때이다. 이때는 튀김의 기름과 단맛에서 좀 느끼한 맛이 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잡아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간장을 찍어먹게 되는 것이다. 그야 개인의 취향인 탓에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본래 간장은 탕수육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는 볼 수 없다. 필자는 이때 간장 대신에 식초에 찍어먹기를 권하고 싶다.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데에는 식초가 무엇보다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물론, 사람들은 식초가 지닌 그 특유의 냄새 탓에 꺼려할 수도 있겠지만, 식초는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무엇보다 탕수육의 단맛과 잘 조화되어 식초 특유의 맛 또한 제대로 살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맛의 궁합이라 할 것이다.


모쪼록 이 글을 통해 탕수육이 산동지방의 토속음식이라는 점을 알고, 동시에 탕수육을 맛있게 먹기 위해선 간장이 아닌 식초를 찍어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서학보(徐學寶)

1959년생. 인천화교소학, 인천중산중학 졸업, 국립타이완사범대학 중퇴.

현재, 인천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음식점 “만다복(萬多福)”, “본토(本土)” 경영.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image.baid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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