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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2010.11] 기획 _ 이야기가 있는 중국의 전통 먹거리(2) - 녠가오와 홍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2 조회수 101

[Vol.3/2010.11] 기획 _ 이야기가 있는 중국의 전통 먹거리(2) - 녠가오와 홍단*

란샹(藍翔)ㆍ펑이여우(馮懿有)

허혜윤 _ 인천대학교 HK연구교수 옮김

 

3 _ 녠가오()

중국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해가 바뀔 때 집집마다 설떡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떡은 먹기에는 좋지만 만들기는 매우 복잡하다. 과거에는 제분기가 없어 돌절구를 사용해 찹쌀을 빻았다. 절구에 빻는 방법은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손에 떡메를 들고 빻기, 두 번째는 발판이 있는 떡메로 빻기, 세 번째는 수력으로 디딜방아를 움직이게 하여 빻기였다.

 

중국인은 돈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모두 한 해를 보낼 때 떡을 먹었는데, 가난한 사람은 떡을 먹으면서 나날이 좋아지길 희망하였다. 그럼 왜 한 해를 보낼 때마다 떡을 먹었을까? 정사(正史)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민간 전설이 오히려 생동감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오왕(吳王) 부차(夫差)가 섭정을 하고 있을 당시, 그는 제나라를 손에 넣고 싶어 오자서(伍子胥)의 ‘연제항월(聯齊抗越: 제나라와 연합하여 월나라에 대항)’ 전략을 듣지 않았다. 오나라가 제나라를 물리친 후 모든 조정 대신들은 승리를 자축하였지만 오자서만이 전전긍긍하였다. 그는 자신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고 예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나라도 화를 입을 것이라 생각하였으므로 그는 급히 소주(蘇州)에 합려대성(闔閭大城)을 축조하였다. 성곽축조한 후 오자서는 ‘사통제국(私通齊國: 제니라와 내통함), ‘조요공제(阻撓功齊: 제나라 공격을 방해함))’라는 죄목으로 왕이 내려 준 검으로 자결을 하였다. 오자서는 죽기 직전 은밀하게 몇몇 측근에게 말하길 "내가 죽은 후 나라는 반드시 재난을 당할 것이니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을 때 합려성의 상문(相門)을 파 식량을 얻어 백성들을 구하라"고 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월나라 왕 구천(勾踐)은 오자서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군대를 보내 오나라를 공격했고, 소주 일대는 재난에 휩싸여 백성들의 식량은 바닥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가 바로 연말이었다. 성을 지키던 장군은 오자서가 한 말이 생각나 상문 성벽을 파기 시작했는데, 벽돌 하나하나가 모두 찹쌀가루를 찐 후 굳혀 만든 것이었다. 백성들은 찹쌀 벽돌을 잘라 다시 끓여 배를 채우고 해를 보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오자서는 월나라가 공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합려성벽을 축조한다는 핑계로 찹쌀 벽돌을 만들어 백성을 구하도록 준비한 것이다. 그 후 오자서를 기념하기 위해 소주에서는 춘절 때 집집마다 찹쌀로 벽돌모양 떡을 만들어 먹었고 이것이 점점 중국 전역에 퍼져 해가 바뀔 때 떡을 먹는 풍습이 내려온 것이다.

 

지금의 떡은 단순히 흰색의 기다란 모양뿐만 아니라 붉은색의 계화당(桂花糖), 장미라드떡과 같은 종류도 있고 ‘선득래(鮮得來)’의 갈비떡도 있으니 이미 상하이의 유명하고 독특한 간식으로 발전하였다.

 

 

4 _ 홍단(紅蛋)

 

홍단(紅蛋)이라는 글자를 보면 붉게 물들인 달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상하이에서는 홍단을 살 수 없으므로, 홍단이 필요하면 붉은 색 염료를 사서 직접 물들여야 한다. 당시 청말 중화민국 초기의 시장에서는 홍단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상하이의 농촌과 강소성 곤산(昆山) 지역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세 가지가 필요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홍단이었다. 포인세티아의 붉은 가루를 8개의 달걀에 물들여 조심스럽게 혼수품인 요강에 넣는다. 혼례가 끝나고 신혼 첫날 밤을 치를 때 신혼부부를 놀리던 사람들이 ‘자손통(子孫桶)’이라 불리는 요강에서 붉은 달걀을 꺼내면 사람들이 서로 먹으려 달려든다. 상하이 말로 ‘단()’과 ‘대()’는 발음이 비슷해 신혼 초야를 치를 때 이렇게 달걀을 서로 뺏어 먹으면 ‘대대로 전해진다’는 덕담을 말하는 것으로, 가문과 자손이 번성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신부가 결혼 후 임신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모두 행운을 뜻하는 홍단을 친구와 이웃에게 보낸다. 옛날 상()나라의 商族은 봉황과 제비 등 조류를 토템으로 숭배했는데, 《시경(詩經)· 현조(玄鳥)》편에 ‘하늘이 현조에게 명을 내려 지상에서 살게 했다’고 기재되어 있고, 《사기(史記)· 은본기(殷本記)》에는 ‘상()의 시조인 계()의 어머니는 간적(簡狄)출신이었는데, 즉 굴원(屈原)이 쓴 ’이소(離騷)‘에 나오는 ’유융()의 질녀‘였다. 그녀는 황제의 후궁이 되었으나 아이를 낳지 못했다. 하루는 사람들과 같이 목욕을 한 후에, 현조의 알을 삼키고, 계를 임신했다’라고 기록했다. 이로써 상나라 사람들은 그들의 조상 계()가 현조(제비)의 알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의 후손들은 한족(漢族)에 융합되었으므로, 새알도 한족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식이 되었다. 닭은 조류이고, 새알은 구하기 힘드나 달걀은 구하기 쉽고, 어떤 닭은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한족에게는 달걀을 행운의 음식이라고 여기는 풍습이 생겨났다.

 

결혼식 때 먹는 홍단, 아이가 태어나면 먹는 홍단, 생일 때 먹는 홍단, 이 역시 ‘좋은 결과를 바란다.’ 혹은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라는 덕담인 것이다. 그러나 홍단을 자를 때, 붉은 염료에 물들기 쉽고, 염료에 물들인 것이라 건강에도 나쁘기 때문에 홍단을 먹는 풍속이 상하이에서 점점 사라져서, 지금 상하이에서는 홍단을 파는 가게를 찾아볼 수 없다.

 


* 藍翔ㆍ馮懿有, 2005, ≪圖說360行≫, 臺北: 三言社’에서 발췌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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