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중국동북이야기 (2)    凝集力을 위한 信仰儀式 - 中國의 行業神 信仰과 東北

박경석 _ 인천대학교 HK 교수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行業神이라는 것이 있다. 行業神은 각 행업의 수호신으로서 자기 행업과 관련이 있는 신령을 숭배한다. 중국에서 行業神 숭배는 일찍이 春秋戰國時期부터 나타나는데, 당시에는 일반적인 민간신앙과 분명히 구분되지는 않았다. 宋代 이후 특정 ‘祖師’를 숭배하면서 융성하기 시작해 明淸代에 절정을 이룬다. 근대 이후에는 대체로 쇠락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도시 상업 집단의 신앙의식과 조직심층에 잠재되어 면면히 이어진다. 

行業神은 크게 祖師神과 단순 守護神으로 나눌 수 있다. 祖師는 대개 해당 행업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동업자들이 여기에 초인적 神性을 부여하면서 행업의 주재자이며 수호신으로 숭배하였다. 단순 수호신은 창시자는 아니지만 해당 행업을 총괄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예컨대 軍人이 존숭하는 軍神 關羽는 軍事를 관할하고, 서점과 곡물 상인이 숭배하는 火神은 불을 총괄하며, 어민이 제사 지내는 天妃(天后)는 어업을 총괄한다.

행업신은 종사자들이 자기의 필요와 일정한 근거에 의거해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을 신격화하여 행업신으로 만든 경우도 있고, 기존의 신령을 행업신으로 선택한 경우도 있다. 전자로는 木匠이 모시는 魯班, 茶業이 모시는 陸羽 등이 있고, 후자의 예로 요리사들이 숭배하는 火神(부뚜막 신령)과 연극인이 숭배하는 二郞神은 모두 민간의 일반 신령이 행업신으로 선택된 경우이다. 어떤 경우든 일정한 근거와 이유가 있는데, 대개는 전설이나 신화를 포함해 행업과 관련이 있는 事迹이 내포되어 있다.

사적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어떤 발명이나 창조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黃帝는 冠服을 발명했기 때문에 재봉 일을 하는 사람들의 행업신이 되었고, 魯班은 공구를 발명했기 때문에 머리빗, 우산, 목기, 석기를 만드는 사람들의 행업신이 되었다. 둘째, 행업의 형성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경우이다. 춘추시대의 管仲은 처음으로 官妓를 설치하였고, 唐나라 明皇은 극장의 子弟를 가르쳤고, 孫矉은 가죽신을 만들었기 때문에 각각 극장, 기녀, 갖바치의 행업신이 되었다. 셋째, 해당 행업에 종사한 적이 있거나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경우이다. 예컨대, 蕭何는 漢나라 때 胥吏를 한 적이 있고, 老君(老子)은 八卦爐(老君爐)를 주조하였고, 文昌帝君은 책을 간수하였고, 關公(關羽)은 재물을 가볍게 여기고 의리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각각 서리, 철공, 문구점 및 서점, 상업(財神)의 행업신이 될 수 있었다. 넷째, 행업과 유관한 신성으로 인해 행업신이 된 경우이다. 예컨대, 요리사들은 매일 접하는 부뚜막 신령(灶神)을 행업신으로 모셨고, 玉器業은 관음보살이 입고 있는 흰 옷이 순백의 옥기를 연상시켜 白衣觀音을 모셨다. 이런 근거들의 출처도 매우 다양한데, 史書, 宗敎 典籍, 필기 잡기, 고대 신화, 민간 전설, 통속 소설 및 희곡, 회화 및 彫塑 등을 망라하고 있다.

행업신은 기본적으로 행업의 정신적 지주로서 祈福의 대상이나, 행업신 숭배의 실질적인 목적과 작용은 동업의 통합에 있었다. 동업 조직이나 규약(行規, 業規)만으로는 동업 인원을 단결시키고 통제하기에 부족했고, 정서적 차원에서 통합의 정신적 권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행업신에 제사 지내는 자리에서 행업신의 권위를 빌려 공동의 규약을 준수하기로 맹세하였고, 행업신 앞에서 행업의 사무나 규약의 개정을 의논함으로써 의사 결정의 권위를 확보하였다. 또한 행업신의 이름으로 규약 위반을 징계함으로써 징계의 정당성을 높였다.

동북의 경우에서도 응집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앙 의식으로서의 행업신 숭배를 확인할 수 있다. 『滿鐵調査月報』(14卷 9號, 1934.9.)에 따르면, 하얼빈 부근의 道外라는 곳에 재봉 일을 하는 사람들의 縫紉公會가 있었는데, 1931년에나 정식 성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1917년부터 成衣硏究所라는 조직을 두고 재봉 가격을 협정하는 등 상당한 응집력을 발휘하였다. 九道街에는 縫紉公會의 行業神인 黃帝를 모신 神廟가 있었고, 음력 6월 13일은 행업신의 탄생기념일이어서 同業者들 모두가 휴업하며 경축하였다. 道外의 동업단체 중에는 동업에 대한 통제가 잘 되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縫紉公會처럼 행업신 숭배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했던 동업단체는 동업에 대한 통제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행업의 응집력을 확보하려는 동업단체(行會, 同業公會)는 행업신을 숭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였다. 제사는 會館이나 公所와 결합되어 세워진 神廟에서 거행했는데, 神廟에는 神像이나 위패를 모셔 두었다. 제사 중에는 행업신의 탄신을 慶賀하는 제사가 가장 중요하였고, 업무를 개시하거나 업무의 매듭이 지어지거나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에도 제사를 지냈다. 제사는 대개 廟會의 형식을 취하였는데, 祭物, 祭拜, 祝文을 포함한 일반 형식의 제사를 지낸 후에 경축의 의미로 퍼레이드를 하거나 演戱를 개최하였다. 또한 신령을 존숭하는 의미로 다양한 禁忌가 엄격하게 지켜졌다. 예컨대 東北의 백두산 지역에서는 산삼을 캐거나 벌목을 할 때 山神이 깃들어 있는 큰 나무에 걸터앉으면 절대 안 되었다.

행업신 숭배는 중국 전역에 존재했던 민간신앙의 일환으로서 일정한 ‘通祀’的 성격을 가졌다. 요컨대 魯班, 孔子, 財神 등과 같이 세력이 강한 신령은 전국 어디에서나 木匠, 塾師, 商家의 행업신이었다. 하지만 행업신 숭배는 일정한 지역성을 갖기도 했다. 지역성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동일한 행업이라도 지역에 따라 숭배하는 신령이 달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陶瓷器의 경우, 대개는 明代 景德鎮에서 도자기를 굽는 일에 종사해 이름을 떨쳤던 童賓을 窯神이나 風火神으로 숭배했으나, 東北에서는 黃帝의 陶正을 숭배하였다. 또한 娼妓는 최초로 官妓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管仲을 行業神으로 모시는데, 동북에서는 이와 함께 胡仙까지 行業神으로 제사 지냈다. 이는 여우를 신격화한 胡仙이 삼림지대가 많은 동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지역성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양상은 상이한 자연환경, 경제구조, 역사문화, 풍속습관에 따라 모종의 행업신이 특정한 지역에서만 유난히 유행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東北의 營口에서는 개항 이후 상업이 활성화되고 부두가 활기를 띠면서 뱃사람들의 행업신인 天后를 숭배하는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고 한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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