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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2 /2014.12] 논단 _ 21세기 중국, 문화산업에 주목하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69

[Vol.52 /2014.12] 논단 _ 21세기 중국, 문화산업에 주목하자!

권기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2011 10 15일부터 18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공176중전회(중국공산당 제17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는 대단히 특별한 의미를 지니면서 대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왜냐하면 이 회의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최초로 ‘문화’라는 단일한 주제만으로 진행된 회의였으며, 준비기간만 6개월이 소요되었고, 그 준비과정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3차례나 직접 회의를 주재했을 만큼 중국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회의였기 때문이다. 이 회의는 마지막 날 <문화체제개혁의 심화와 사회주의 문화 대발전ㆍ대번영에 관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켰는데, 그 핵심 내용은 향후 중국의 국가비전을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로 설정한다는 것과 핵심 추진전략으로 ‘문화산업을 국민경제 지주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이 다음과 같은 4가지 배경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세계 경제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러시아 경제학자 콘트라티예프에 의하면 세계경제는 50~60년을 주기로 주기적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데 많은 경제학자들은 현재 세계경제가 제5(1990~2040)에 진입했으며, 이 시기를 주도할 기반기술로는 정보통신 기술을, 그리고 경제성장을 주도할 핵심산업으로는 정보, 바이오, 서비스, 문화산업 등을 꼽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는데 1997년부터 ‘창조산업’ 육성을 추진했던 영국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중국 역시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둘째,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가능케 했던 발전모델, 즉 자본투입 확대와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방식이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개혁개방의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경제학자 우징롄(吳敬璉)은 “중국이 중진국가가 됐으나 기술진보와 효율성 제고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의 전환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것은 두 가지 방향, 즉 소비 위주의 경제구조 전환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방향으로 집중되었다. 문화산업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과제에 적합한 대안 산업의 하나로 주목받게 되었는데 실제로 중국의 문화산업은 2004~2010년 기간 동안 연평균 23.6%의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소비시장을 급속히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셋째는 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와 관련된다. 경제학자 딩쉐량(丁學良)은 ‘중국모델’이 거두었던 주목할 만한 성취는 상대적으로 약한 집단ㆍ약한 지역ㆍ약한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착취 내지 수탈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실 중국정부는 개혁개방 이후 연해지역의 우선 발전을 포함하는 이른바 ‘선부론(先富論)’이라는 불균형 발전 전략을 채택했으며, 이는 東西간 경제격차를 더욱 심화시켰고, 서부지역의 경제적 낙후는 사회적 불균등뿐만 아니라 인적ㆍ물적 자원의 동부지역으로의 유출과 내수시장의 위축을 가져와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었다. 지역발전을 통한 국가 불균형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에 직면하여 중국정부는 지역의 문화적 자원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산업에 주목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안보 및 소프트파워와 관련된 것이다. 2004년 중국정부는 문화안보를 정치안보, 경제안보, 정보안보와 함께 국가 4대 안보전략으로 확정했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전지구화 경향 및 중국의 WTO 가입, 그리고 인터넷을 비롯한 뉴미디어의 확대 등으로 인한 중국의 문화정체성 문제와 서구 미디어 패권에 대한 위기의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더불어 중국의 경제규모가 G2로 격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가이미지와 국제적 영향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국가의 문화정체성 형성이 과거와 달리 주로 문화시장을 무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서구의 문화적 침입이 문화상품의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문화산업은 안보적 차원 혹은 소프트파워 강화를 통한 종합국력의 제고 차원에서 중국정부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국정부의 문화산업 육성 전략은 내용적 측면에서 중국 전통문화의 진흥과 매우 밀접하게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중국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경향은 냉전 해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다시 말해 냉전의 해체는 과거 중국의 주류 이데올로기였던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의 대립구도를 동방 대 서방의 대립구조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동방의 맹주 혹은 동방문화의 원류를 자처하는 중국은 전통문화의 화려한 부활을 통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부상하길 원했다. 2004년 베이징에서 거행된 <2004 Cultural Summit>에서 채택된 <갑신문화선언(甲申文化宣言)>은 “중화문화의 인격, 윤리, 이타, 화해를 존중하는 동방 품격과 인문정신이 인류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는데 중요한 사상적 계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는 중국의 이러한 의도를 선명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중국의 문화산업은 중국 정부에 의해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되면서 향후 급속한 발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중국의 영화산업은 이미 세계 제2의 시장으로 부상했고, 문화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닌데, 특히 한류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중국 문화시장에서 이미 그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향후 대중국 진출의 핵심 산업의 하나로 부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역 발전과 관련하여 대중국 교류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지방정부들은 이러한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예컨대 인천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인천지역에서 외국에 진출한 업체 가운데 중국에 투자한 업체가 1,530개로 전체의 55.6%를 차지하고 있는데 90%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고(업체는 1,253, 금액은 15 680만 달러로 90.2%에 달함), 전문ㆍ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은 4.6%에 불과한 실정이다. 물론 인천시 역시 도시발전과 관련하여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다. 인천시 정부가 수립한 인천시 미래비전에도 문화도시 건설을 주요한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고, 인천시 남구를 거점으로 ‘인천 문화산업진흥지구’를 구축하는가 하면 ‘사운드 시티, 인천’을 구호로 음악도시 건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MICE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도 수립했다. 그러나 인천시의 이러한 계획은 시 전체 발전전략에서 중심적 위치를 점하지 못하고 있으며, 추진 사업들 역시 장기적 비전에 입각한 종합적 계획이라기보다는 단기적ㆍ이벤트성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중국 진출의 핵심 관문 도시로서 인천시의 위상과 미래 역할을 고려할 때 상술한 바와 같은 중국의 변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21세기 인천은 이제 과거 서울권에 압도되어 날개를 맘껏 펴지 못했던 국면에서 벗어나 수도권의 모든 자원을 인천이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부상은 인천에게 그러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19세기 열강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진행되었던 개항의 역사를 이제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래 전략은 인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중국을 대비하는 준비가 지금 절박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scmy.wenming.cn/tpxw/201306/t20130624_6979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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