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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50 /2014.10] 연구성과소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4 조회수 60

[Vol.50 /2014.10]  연구성과소개



김지환, 「랍빈철도 부설과 중국 동북지역 물류유통의 변화」, 『중국근현대사연구』 63, 2014.9


 


근대 이래 철도는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지, 반식민지에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주요한 침략 수단이었으며, 러시아(이후 소련) 역시 중동철도의 부설 및 발전을 통해 중국 동북지역에서 자신의 배타적 세력권을 확대해 나갔다. 러일전쟁에서의 승리 이후 후발주자로서 남만주지역을 자신의 배타적 세력권을 형성한 일본으로서는 북만주로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세력의 억제가 불가결함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소련이 배타적 세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근거는 중동철도를 통한 물류유통의 장악에 있었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의 경제와 무역의 명맥이 중동철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만주철도를 통해 남만주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던 일본의 입장에서 북만주로 자국의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동철도의 영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련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본의 대만주정책은 전통적으로 소련 세력의 견제, 즉 중동철도의 경제적 효과를 약화시키는데 집중되었다. 이를 위해 만주사변 이전에 일본은 이미 만주에서의 대철도망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러한 계획의 주요한 목적은 한결같이 중동철도의 세력을 견제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만주에서 수립한 대철도망계획의 핵심에 바로 랍빈철도의 부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랍빈철도는 중동철도의 거점인 하얼빈을 관통하여 북만주로 노선을 전개함으로써 기존 북만주의 물류유통을 독점하고 있던 중동철도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부설된 것이다. 랍빈철도는 만주에서 가장 비옥한 지역인 중동철도 동부선과 남부선 사이를 관통하여 해당 지역의 물류유통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더욱이 북만주지역으로부터 해외로 수출되던 유통경로를 크게 단축함으로써 블라디보스톡을 경유하던 중동철도에 비해 운임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 기존의 노선 독점으로 말미암아 높은 운임을 부과하고 있던 중동철도를 경유하지 않고서도 북만주와 하얼빈 이북의 물류가 랍빈철도를 경유하여 수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동철도의 세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일본은 랍빈철도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본 노선을 연장하여 북만주 내지로 더욱 깊숙이 진입하고자 시도하였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랍빈철도를 북만주지역의 호해선과 연계하는 정책이었다. 이를 위해 송화강에 부두를 설치하고 랍빈선 종단 삼과수로부터 부두까지 인입되는 지선 철도를 부설하였다. 이를 통해 송화강 하류지역의 수출입 화물을 적극 랍빈철도로 흡수함으로써 철도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이와같이 랍빈철도의 경제적 효용성은 호해철도와의 연계를 통해 일층 제고되었으며, 이를 통해 호해철도 연선지역의 농산물 운송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일본상품의 수출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일본은 랍빈철도를 통해 북만주에서 생산된 상품을 수출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철도의 운임을 바탕으로 일본상품이 이 지역에서 상당 부분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북만주지역을 일본산업의 수출시장으로서 조성해 나갔다. 이러한 유통망은 비단 북만주 물자의 수출뿐만 아니라 일본상품의 수입 가격을 경감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의 유통을 크게 촉진시켰던 것이다.


 


소련 역시 랍빈철도를 부설하는 목적이 자국 소유의 중동철도를 견제하는데 주요한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랍빈철도 부설과 중동철도의 횡단에 대해 반대와 항의가 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외무성은 랍빈철도의 부설 및 중동철도의 횡단 주체를 만주국 교통부로 위치시키고 실질적인 공사의 주체인 남만주철도주식회사를 교통부의 공사청부업체로 의미를 축소시켰다. 이러한 결과 대외적으로 독립자주국을 표명한 만주국 교통부가 자국의 국유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중동철도를 횡단하는 사실에 대해 소련으로서는 이를 반대하거나 저항할 마땅한 명분을 찾기 어려웠으며, 결국 이와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랍빈철도의 부설이 중동철도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었는 근거는 무엇보다도 유통 거리의 단축을 통한 운임에서의 경쟁력을 들 수 있다. 랍빈철도의 출현은 종래 유통경로의 단축을 통해 운임의 경감을 도모한 것이며, 이러한 이유에서 기존 중동철도를 통한 물류유통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었다. 랍빈철도가 나진항으로부터 랍법, 하얼빈, 호란, 해륜, 극산 등으로 세력권을 확대하면서 직통열차의 운행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북만주와 일본 사이의 운송 경로가 크게 단축되었다. 하얼빈으로부터 중동철도 남부선을 통해 대련으로 출하되거나 중동철도 동부선을 통해 블라디보스톡으로 출하될 경우와 비교하여, 랍빈철도를 통해 나진으로 운송될 경우 유통거리가 단축되었으며, 높은 운임을 부과하고 있던 중동철도를 경유하지 않고도 상품의 유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만주지역의 수출입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마침내 소련은 1935년 중동철도의 소유권을 만주국, 실질적으로는 일본제국주의에 매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각의 이유는 매년 중동철도에서 발생하는 거액의 적자를 유지할만한 경제적 가치가 크게 저하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철도의 경영이 크게 악화된 주요한 원인은 바로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제국주의가 입안한 만주에서의 대철도망계획이었으며, 그 핵심에 랍빈철도의 부설 및 새로운 유통망의 출현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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