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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2/2010.10] 자료소개 _ ≪圖說360行≫ (그림으로보는 360개 직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2 조회수 64

[Vol.2/2010.10] 자료소개 _ ≪圖說360≫ (그림으로 보는 360개 직업)

허혜윤 _ 인천대학교 HK연구교수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다양한 직업이나 직업군을 통칭하여 360개 직업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에서의 360개는 대략적인 숫자일 뿐이다. ≪그림으로 보는 360개 직업≫은 360개 직업을 묘사한 삽화와 이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삽화는 오늘날 담배그림(煙畵)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담배그림이란 무엇일까? 20세기 초, 서양인이 상해에 담배회사를 많이 세웠고 이어서 중국인도 많은 담배공장을 열었다. 중국인과 서양인이 운영하는 담배회사는 각각 시장에서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담배 한 갑에 작은 그림 한 장을 증정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그림을 상하이말로는 ‘담배 상표(香煙牌子), 천진에서는 ‘모편(毛片)’이라 부르고, 요즘에는 담배그림(煙畵)이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이들 그림은 증정품이자 담배회사의 광고용이었으며, 담배 그림 속에 담겨진 내용도 다양했다. 중국 고전소설 홍루몽, 수호지와 경극의 얼굴분장, 동식물, 미인도 등이 있었다. 또한 많은 담배회사들이 ‘360개 직업’ 담배 그림을 내놓기도 하였다. 각기 다른 회사에서 나왔지만 만터우가게, 떠돌이이발소, 목화 타는 사람, 군고구마 파는 사람, 무녀, 기녀 등 업종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담배그림은 최근에 와서는 애호가들의 수집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담배그림은 상해의 담배그림대왕이라고 불렸던 펑쑨메이(馮孫眉)가 그의 아들 펑이여우(馮懿有)에게 물려준 소장품과 펑이여우가 새로 수집한 그림들이다. 펑이여우는 자신이 소장한 담배그림을 보러 찾아오는 수집애호가들과 민속학 관련 인사들이 많아지자 이를 책으로 출판할 생각을 하고 란샹(藍翔)과 함께 360개 직업관련 담배그림에 설명을 붙이는 방식으로 이 책을 편찬하였다. 이 책은 이렇게 좀 특이한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다.

 

이 책에서는 360개 직업을 농업, 수공업, 상업, 서비스업, 의약업, 무속업 등의 분야로 나눠서 각 직업을 설명한다. 구걸, 도박이나 사기, 아편, 매춘업까지 포함되어 있다. 각 직업의 기원, 발전, 변화, 전설, 창시자, 에피소드 등 다양한 설명이 실려 있다.

 

여기에 실린 직업들의 무대인 상해는 중국의 한적한 어촌에서 19세기 중반 개항을 거쳐 근대 중국의 중심지역으로 발전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주변 지역의 인구가 유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로 성장함에 따라 전통적인 직업 이외에도 도시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신종 직업들이 생겨났다.

 

이 책은 20세기 전반기, 상해를 중심으로 한 주변 강남지역의 다양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다채로운 물산의 생산과 유통,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근대적 산업화 과정에서 고통받거나 희생되는 하층민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또한 외국 조계(租界)의 상황이나 청방(靑幇)계의 거물에 관한 이야기 등 대중의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일화도 포함되어 있다. 당시 상해 지역에 관한 생활사나 풍속사, 사회경제사, 민속학 분야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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