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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44 /2014.04] 기획 _중국의 향촌사회 (5)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들어갈 수도 없는 도시 : 농촌인구 이동의 함정 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03 조회수 61

| 기획 | 중국의 향촌사회 (5)





돌아갈 수 없는 고향, 들어갈 수도 없는 도시

: 농촌인구 이동의 함정

류자오후이(劉朝暉)1) 씀 _ 중국 절강대학

김송죽 옮김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현재 향촌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농업인구의 지속적인 유실이다. 농업인구의 지속적인 유실은 첫째, 촌락에 거주하는 인구를 전체적으로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둘째, 향촌인구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즉, 수많은 청장년의 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하였고, 부녀자와 아동, 노인 등의 비노동력자만 농촌에 남게 되었다. 만약 전자가 감소하는 농촌인구의 노동력을 ‘긍정적인 에너지(正能量)’로 바뀌도록 촉진한다면 후자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촌사회를 곧 바로 ‘인력자원의 결핍’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학계와 정부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도시로 유입된 농민공(农民工: 농민출신 노동자)이 직업, 위생환경, 치안, 교육, 주거, 의료 등에서 도시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와 정부는 도시로 간 농민공이 도시와 융화되어, “도시병”을 일으키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과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대책들은 전형적인 도시중심의 발전이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농촌을 부속(依附)적이고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에서 이원적인 호적관리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농민출신의 노동자들은 도시로 간다하더라도 ‘비농업인(非农人口)’이 되는 것도 어렵고 도시주민으로 전환되기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은 단지 ‘도시과객(城市过客)’일 뿐이다. 이론상으로 말하면, 농민공은 결국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개혁개방 30여년 이래, 중국은 일명 ‘2세대 농민공(二代农民工)’이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1세대 농민공은 통상적으로 개혁개방초기(즉, 20세기 1980년대)에 도시로 일하러 간유동인구를 말한다. 제1세대 농민공은 십여 년을 비정규직(打工) 노동자로, ‘시계추(钟摆)’처럼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지냈다(周大鸣 2005). 이들은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향촌생활을 떠나지 않는(离土不离乡)’ 직업 유동인구이다. 이 시기의 농민공은 농촌의 잉여 노동력의 문제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철새(候鸟)’식의 유동인구로 경제문화와 가치관념 등 향촌사회에 큰 보답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 연령과 직업기술의 제한됨에 따라, 제1세대 농민공은 점차 향촌사회로 되돌아갔다. 그 대신 도시 내에는 일명 제2세대 ‘신세대 농민공(新生代农民工)’이라 불리우는 집단이 생겨났다. 이들은 제1세대 농민공의 자녀들이고, 부모세대를 대신하여 점차적으로 도시 농민공 집단의 주체가 되었다. 부모세대와 비교했을 때, 제2세대의 신세대 농민공은 어릴 적부터 도시생활을 경험했고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자들로, 현대도시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릴 적부터 형성된 이들의 가치관과 지식구조, 노동기술은 이들을 향촌으로 되돌아갈 수 없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제2세대의 신세대 농민공과 향촌사회의 관계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향을 경멸(鄙视)하고 현대지식을 받아들이면서 기본적인 ‘농민자질(农民素质)’을 상실했다. 즉, 이들은 농지경작의 경험도 없고, 농사지식도 부족하다. 그런데 무슨 농본사상이 필요가 있겠는가. 특히 숙명적인 것은 이들은 도시로도 들어갈 수 없다. 현재 이들은 호적, 직업, 교육, 의료, 사회보장제도 등의 모든 부문에서 무정하게도 ‘성문 밖에서 저지(阻挡在城们之外)’ 당하고 있는 꼴이다. 이들이야 말로 떠도는 ‘도시신평민(城市新平民)’이다. 도시신평민은 경제학에서 보는 빈곤집단이 아니라 농민권리를 소실한 도시의 이민자들이다(蔡禾、王进2007;Liu 2011).


조사발표에 따르면, 약 80%의 이 농민공들은 결코 ‘영구적인 도시 주민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다(马九杰2004;朱宇2004). 물론 이것은 이들이 결코 향촌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도시에 비정규직의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도시에 남기를 희망하고 동시에 향촌신분도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의 유일한 자본인 ‘토지’를 보호하기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다궁(打工)경제’가 출현한 원인이다. 다궁경제는 신세대 농민공을 향촌으로도 돌아갈 수도, 또한 도시사회로도 융화될 수 없게 만든다. 다궁경제의 속성은 숨겨진 ‘신분제 제한’의 차별대우(秦晖,2006)를 고칠 수 없다. ‘도시로도 갈 수 없고, 그렇다고 고향으로도 되돌아 갈수 없는(回不了城,回不了乡)’ 이런 상황은 결국, 도시사회의 안정과 향촌의 지속적 발전을 가져올 수 없는 이중의 곤경에 처하게 한다.


농민공이 일으키는 도시문제의 해결은 농민공의 ‘도시로의 융화’가 아니라, 농민공의 ‘향촌으로 복귀’의 시각에서 출발해야한다. 누가 진정한 향촌건설과 발전의 실천주체가 될 것인가? 역사와 현실이 이미 증명해주고 있듯이, 선각자적인 지식인은 ‘플라톤의 이상국가’의 실천행위자이다. 또한 이런 이상주의 색채를 지닌 향촌건설자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토지와 분리될 수 없는 농민이야 말로 향촌재건을 실현할 수 있는 진정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도시 주민과 비교하면, 도시 내의 농민공은 지식과 시야, 사회자본의 축적 등 여러 방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촌향도 하지 않고 계속 촌락에 살고 있는 농촌 주민들은 도시로 일하러 갔던 농민공이 도시 내에서 지식과 시야, 자본을 배워 와서 농촌발전의 새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농민공이 건설한 것은 자신의 고향이다. 그러나 앞에 상술한 향촌건설자는 타인의 고향을 건설하는 것이다.

   

농촌의 토지사용권리(农村土地赋权)는 현재 농민공을 역방향으로 이동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토지는 향촌재건 과정 중, 가장 의존할 수 있는 물질자원이고 또한 농민에게 유일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자본이다. 현재 농민이 토지에 대해서 ‘헌신짝 버리듯(弄之如)’하는 근본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토지의 물질가치와 정신가치의 평가절하이다. 토지는 이미 전통적인 사회보장 기능을 상실했다. 게다가 농민의 윤리가치였던 토지는 그 의미마저 퇴색해 가고 있다. 둘째, 국가와 집체(集体)가 현재 실행하고 있는 토지제도를 처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토지를 빼앗긴 농민의 권리항쟁은 점점 더 사회모순의 핵심이 되었다. 이 때문에, 국가와 집체는 적극적으로 토지사용권리(土地赋权)정책을 추진하여 농민이 토지사용권에 대해 최대한 만족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권과 처리권(处置权)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다른 한 편으로, 농촌 노동력의 가치 증대는 농민공을 역방향으로 이동하게 하는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근대이래, 도시공업과 향촌농업 사이에서 노동자의 경쟁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경쟁의 직접적인 결과는 곧 “농업발전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공업발달은 자원을 증가시켰고, 농경지를 경작했던 농민의 부담을 감소시켰다. 이런 과정 중, 인간의 노동가치는 향상되었다(费孝通 2007). 이런 ‘상대가치(相对价值)’의 노동력 증대 이외에도, 유동적인 농민공은 도시경험과 현대지식, 그리고 강렬한 향촌의 소속감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내구력이 있다. 농민공이 갖춘 시장의식과 도시경험은 향촌과 도시에서, 농·공의 산업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도록 만든다. 농민공은 21세기의 ‘토지에 의해 속박 당하는’ 농민이 아니다. 이들은 인본적인 현대 농민의식을 가지고 농촌과 도시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신농민이다. 또한 이들은 농민현대화건설의 기능과 자질을 갖추고, 또한 전통을 계승 및 부흥시킬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한 문명화된 농경인(耕读文明)’이다.

    

향토사회 재건은 과거의 촌락생활 형태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 향토사회 재건은 향토본위(乡土本位)의 전제 하에, 어떻게 해야 전통적인 향토지식과 민간지혜를 재이용, 개선 및 발굴하여, 현대화의 사상과 결합시키며, 자신의 새농촌을 건설할 수 있는가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개선과 정책제정은 이들이 향촌사회로 돌아가도록 돕고 향촌의 재건과정에서 인력자원 건설의 초석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蔡禾、王进,2007,“农民工”永久迁移意愿研究,社会学研究,第6期。

费孝通,2007,江村经济,上海人民出版社。

马九杰,2004,农民工迁移非持久性的影响因素分析,农村改革,第2期。

秦晖,2006,离土不离乡:中国现代化的独特模式-秦晖文集,最后浏览日期:2013.1.17,http://www.snzg.net/article/2006/1109/article_1559.html。

周大鸣,2005,渴望生存----农民工流动的人类学考察,中山大学出版社。

朱宇,2004,户籍制度改革与流动人口在流入地的居留意愿及其制约机制,南方人口,第3期。

Liu Zhaohui: An Empirical Analysis of the Community Life of New Urban Migrants Guangzhou, Dongguan, Hangzhou, Chengdu, Zhengzhou, and Shenyang, Chinese Sociology & Anthropology, Volume 43, Number 3 / Spring 2011, P5-37.




1) 劉朝暉: 절강대학 인류학부교수, 중국절강대학 인류학연구소집행소장,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캠퍼스 동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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