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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40 /2013.12] 연구성과소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103

[Vol.40 /2013.12] 연구성과소개

 

중국관행연구총서 2: 『제국일본과 화교―일본·타이완·조선』

 

송승석 _ 인천대학교 HK 교수

 

     자 료 명 : 제국일본과 화교―일본·타이완·조선

         : 야스이 산기치(安井三吉)

         : 송승석

     출 판 사 : 學古房

     출판년도 : 2013

     총서사항 : 중국관행연구총서 2

         : 신국판

     I S B N : 978-89-6071-322-2

 

 

역자의 글

 

_ 진정한 ‘동아시아 시민’으로서의 화교

 

1860년 베이징조약에 의해 해외도항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중국인의 해외 이동은 수적인 면에서나 행선지의 다양함에서 보듯 매우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본이나 조선 등 이른바 동북아시아로의 이주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까지도 이러한 추세는 그대로 유지되어 이 지역 거주 중국인의 수가 10만을 넘어선 경우는 없었다. 중국문화의 수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동남아시아나 그것이 거의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에 중국인이 보다 많이 이주하게 되고 문화적으로 비교적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이나 한반도로의 이주가 적었다는 것은 매우 특기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는 거주와 생활의 용이함을 넘어 성공을 위한 도전과 모험을 감행한 중국인들의 진취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보다 치밀한 지적 탐구가 뒤따라야함은 분명하다

 

1991년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세계화상대회가 2년마다 장소를 바꾸어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2005년에는 한국의 서울에서도 개최되었고, 2007년에는 일본 고베에서 개최된 바가 있다. 이렇게 보면, 상대적으로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동북아시아 화교화인에게 세계 화교화인사회가 걸고 있는 나름의 기대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따라서 이 지역 화교들 스스로도 자신에 걸맞은 응분의 역할을 찾아야 하리라고 본다.

 

동아시아에서 화교의 중요성은 다양한 차원에서 거론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동아시아 권역 내 인적이동의 추이와 그 의미이다. 특히, 개항 이후 화교들의 역내 이동은 조선인의 만주, 일본으로의 이동, 일본인의 조선, 중국으로의 이동과 함께 동아시아의 월경적 흐름을 관찰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개항을 통한 동아시아 근대는 단순히 서구에 대한 일방적 개방과 흡수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권역 내 상호 개방과 교류의 본격화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둘째, 화교의 문제는 거주국의 사회적 다원성과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체인력의 수요가 절실하고 이러한 필요성에 입각해 이주노동자의 외부유입과 역내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내셔널리즘의 경직화라는 반동적 흐름을 적절히 제어하는 동시에 새로운 이주민과 상호 융합할 수 있는 다원화된 사회적 기제들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들을 안고 있다. , 더 이상 이들을 ‘관리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와 공생’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이 지역 이주민의 60% 이상을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화교 그 중에서도 이른바 신화교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경우, 화교는 가장 오랜 한반도 이주·거주 역사를 지닌 에스닉 마이너리티이다. 이들을 이른바 구화교라 하는데, 이들의 문제를 여하히 처리하는가는 한국사회의 다문화공동체 진입 여부를 가름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셋째, 도시사회의 발전과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화교의 역할이다. 가령, 인천에는 작게나마 차이나타운이 번창하고 있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화교 자제들의 교육기관으로 인천중산학교가 있고 인천화교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자임하는 화교협회도 있다. 모두 한 세기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것들이다. 또한 인천 개항과 함께 시작된 화교의 발걸음이 인천이라고 하는 거리에 풍부한 정취를 더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더불어 그 활동이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차이나타운이라는 한정된 공간뿐만 아니라 인천을 하나의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역사적 토대이고 동시에 현재적 기반을 이루는 하나의 명확한 고리이다. 넷째, 일반적으로 화교는 자신의 고향 즉, 교향(僑鄕)과 거주지(가령, 인천)를 두 개의 축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간 지역 및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네트워크이자 가교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향후 인천을 중심으로 한 환황해 지역 간 협력과 개발의 구상이, 톈진을 축으로 선양, 칭다오, 단동을 아우르는 중국의 환발해만 개발과 연동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될 수 있다면, 화교의 중국 네트워크와 과거 이 지역에서의 교역네트워크 형성의 역사적 경험은 황해와 발해(사실은 같은 해역)를 잇는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거대 해상벨트 형성에 좋은 거울이 되어줄 것이고, 그에 따른 화교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야스이 산기치는 바로 이러한 화교들의 역사적 경험을 결코 가벼이 보지 않고 오늘날 상호간의 공존이 절실한 동아시아 지역민들에게 지혜와 성찰의 기회로 승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야스이 산기치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근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화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범위를 가지고 있었고 어떠한 사회와 조직을 구성하며 생활하고 있었던가, 또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경략에 있어 어떻게 활용되었고 식민당국 내지 거주국 주민들과는 어떠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었던가, 그리고 제국일본은 이 화교들을 어떻게 통치하고자 했는지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치밀한 해석과 차분한 설명 속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동아시아 주민 간의 상호교류와 공생이었다. 우선 그는 화교의 이동과 거주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통해 동아시아 권역 내 인적이동의 추이와 그것이 갖는 현재적·미래적 의미를 검토함으로써 지역 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교류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또한 화교의 사례를 통해 향후 동아시아 각 지역이 추구해야 할 사회적 다양성과 문화 다원성의 문제를 하나의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이 지역 주민 간의 평화적 공존과 공생의 길을 탐색하고자 했다. 아울러 그는 식민제국 일본의 화교에 대한 인식과 정책에 대한 분석적 고찰을 통해, 배타적 내셔널리즘에 대한 경계와 함께 동아시아 역사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재삼 강조함으로써 암묵적으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를 넘어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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