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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40 /2013.12] 기획 _ 중국의 향촌사회 (2) 향촌 지식, 향촌 교육 그리고 사회이동 ②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51

[Vol.40 /2013.12] 기획 _ 중국의 향촌사회 (2)    향촌 지식, 향촌 교육 그리고 사회이동

류자오후이(劉朝暉)1)·리페이(李沛)2) _ 중국 절강대학

손승희 옮김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향촌과 도시는 각각 다른 지식체계를 가지고 있다. 향토지식은 하이에크(Hayek)가 말한 '묵시적 지혜'(默會智慧), '언어로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잘 숙지하고 있는 지혜'의 차원에서 구현된다. 鄧正來는 이를 ‘생존적 지혜’로 표현했는데, 이는 생활세계에서 생존을 위한 각종 도전에 동원되는 ‘지혜’이다.(鄧正來, 2011) 도시지식은 ‘과학’이나 ‘이성’ 등 상당한 ‘지식 지향’을 띤 가치판단과 이데올로기 하에서 더욱 구현된다. “도시사람들의 눈에는 향촌인이 ‘우매’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향촌인은 도시 물정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이것은 지식의 문제이지 지혜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사람들이 향촌에 오면 개조차도 못 쫓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費孝通, 1998) 이 두 종류의 지식체계의 차이로 인해 전통 중국사회에서는 과거제도를 통해 ‘소통’하고 향촌인은 ‘사서오경’을 읽음으로써 일련의 지식체계를 습득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문자의 향촌보급(文字下鄕)’ 형식으로 보완함으로써 향촌인이 향토지식을 갖게 하는 동시에 현대문명 지식을 획득하게 했다. 당대 사회에서는 ‘지식 지향’의 교육체제가 이미 도시나 향촌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하여 ‘빈틈없이 철저하게’ 인류사회의 생존적 본능을 해결했다.

 

전통 중국의 향촌교육은 본질적으로 일종의 도덕 교화이며 이러한 교화와 신사계층의 권위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교화의 내용은 주로 ‘禮’이고 소위 ‘과학지식’은 아니다. 이러한 ‘禮’는 심오하고 어려운 문언문 속에, 쓰기도 힘든 번자체 한자 속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문언문을 이해하고 한자를 쓸 수 있었던 신사계층이 향토사회의 교화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제도는 전통 중국사회에서 다른 계층으로의 사회이동 메카니즘를 구축했다. 즉 평민계층 출신자가 사서오경을 읽음으로써 과거에 합격하여 공명을 얻고 신사의 신분을 쟁취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아침에는 소 치는 목동, 저녁에는 조정대신”의 염원은 모든 하층 민중에게 사회이동 실현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향촌지역에서는 ‘농사’와 ‘독서’가 늘 함께 따라붙었고 대대로 전해져 공부해서 과거보는 것이 ‘토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가 되었다.

 

1905년 과거제가 폐지되고 학당이 설립되어 현대 교육제도가 점차 확립되었다. 필자는 福建 厦門 新江村을 대상으로 향촌교육이 어떻게 역사와 민족의지를 발현하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 민국시기(1912-1949) 신강촌의 향촌교육은 평민교육을 실행한 바 있는데, 총리(손중산)를 신 같은 존재로 삼아 關公, 공자와 함께 제사하고 학교 경영이념과 교육사상에서 ‘촌락의 경계’를 타파했다. 또한 의식적으로 현대 사상의 주입을 강화하여 학동들이 ‘村外’의 사람과 일을 이해하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했다. 이러한 ‘新學敎育’은 향토 지식 이외의 현대성을 획득하는 하나의 과정이었고 또한 ‘향토성 폐기’의 사회화 교육과정이었다.(劉朝暉, 2005) 다시 말하면 중국 현대교육의 발전은 “새로운 민족국가 관념의 지도하에 중국의 위급상황에 대한 일종의 원인과 반응”이었다.(李書磊, 1999) 이것은 지속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지향했다. 하나는 국가가 현대과학 지식을 이해하는 인재를 배양하는 것으로 이는 공업화와 현대화를 위한 것이었다. 두 번째는 통일적 국가의식과 민족의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국가의 독립과 통일을 위한 것이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후 신정권은 적극적으로 도시 향촌 간 교육의 차별화를 없애고자 했다. 그러나 20세기 60년대 도시와 향촌 간 교육상의 차별은 축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확대되었다. 일종의 도시와 향촌의 이원적 교육구조가 형성되었다. 10년 문혁시기(1966 -1976) 동안에는 ‘문화평균주의’가 실행되어 형식적으로 이원 교육구조는 소멸되었다. 고시제도 또한 소멸되었고 ‘추천제’가 실행되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오히려 농촌 청년의 교육을 통한 사회적 상승이동 실현을 제한했다. 상승할 수 있는 통로가 닫혀있었기 때문에 ‘꽌시’에 의지하고 뒷문으로 대학 입학자격을 추천받는 현상도 드물지 않았다.(余秀蘭, 2004) 1977년 고시제도가 부활되어 향촌청년의 사회적 상승이동 통로가 다시 열렸고 향촌교육이 왕성해지는 상황이 나타났다. 21세기에 들어온 후 최적화 교육자원의 목표를 기초로 ‘향촌학교 통폐합정책(撤村幷校)’이3) 실시되어 수많은 향촌 소학이 사라지게 되었다. 한편, ‘대학정원 확대정책(高校擴招)’은4) 본래 향촌청년에게 ‘향촌사회를 벗어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집 자녀가 공부 잘하기 어렵다’는 말과 ‘讀書無用論’이 향촌사회를 떠들썩하게 할 줄 누가 알았겠나. 이것은 교육자원의 부족과 낮은 질적 수준으로 인해 향촌의 아이들이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받을 방법이 없고, 설사 대학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강력한 ‘사회관계’가 없어 시종 도시 사회의 주변에만 머물고 도시의 주류사회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쁜 것은 그들이 받은 현대교육은 그들을 ‘진퇴양난’에 빠지게 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 공업문명과 도시문명을 기초로 하는 근대 서양 과학지식이 가지고 있는 현대성이 그들의 유일한 지식의 통로이며 그들이 향토문명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도시 사회에 융화되기 위한 기초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정 평등하게 도시사회에 녹아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향토성’을 상실한 그들은 다시 향토사회에 돌아올 방법도 없고 향토를 근원으로 하는, 鄧正來가 말하는 ‘생존적 지혜’도 이미 상실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상, 전통교화를 기반으로 하는 ‘농사’와 ‘독서’에 비하면, 현대 교육제도와 향토지식, 향토사회는 모순적이고, 그것이 향토성을 사라지게 하고 향토사회를 배척하게 된다는 것이 현실에서 증명되었다. “교육을 체계적으로 주입하는 것은 符號의 폭력”(布迪厄, 2002)이고 부호의 기원은 도시이며 비향토적 생활영역이다. 때문에 만일 합리적인 제도의 안배가 없다면 향토인이 이러한 부호체계에 들어가 교육을 통해 사회적 상승이동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교육제도와 향토성 모순 관계를 조화시키는 것은 필연적이고 필수적이다. 우리는 현대 교육제도를 뒤집고 皇權 紳士시대로 돌아가 사숙 엘리트 교육을 중건하자는 것이 아니다. 향촌교육의 몰락을 못 본 척 하고 농촌 아이들의 ‘독서무용’ 논조를 그대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향촌교육의 중건이 시급하다고 여기는 것은 농촌학생의 사회적 상승이동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만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다시 향토성, 생존적 지혜, 지역적 전통문화를 현대 교육체계 속에서 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향촌교육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참고문헌>

布迪厄、帕斯隆, 2002, 『再生産:一種育系統理論要點』, 商務印書館.

鄧正來, 2011, 「生存性智慧模式」, 『吉林大學學報』 第二期.

費孝通, 1998, 『鄕土中國 生育制度』, 北京大學出版社.

李書磊, 1999, 『村落中的“國家”』, 浙江人民出版社.

劉朝暉, 2005, 『超越鄕土社會』, 民族出版社.

余秀蘭, 2004, 『中國育的城鄕差異』, 育科學出版社.

 


1) 劉朝暉: 절강대학 인류학부교수, 중국절강대학 인류학연구소집행소장,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캠퍼스 동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학자.

2) 李沛: 절강대학사회학과 석사연구생.

3) 향촌 인구의 대폭 감소로 인해 2001년 정부가 학교 경영비용 절감, 최적화 자원의 배치, 교육의 질 제고, 교육 균형발전을 목표로 향촌 학교 통폐합을 추진했다. 그 후 10여 년 동안 실행한 결과 향촌 소학의 수는 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원래 제시했던 목표에 대한 성과보다는 학생들의 통학 거리가 멀어지면서 통학버스 안전사고, 식중독으로 인한 급식사고 등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4) 1999년부터 실시되었는데, 고등교육 수혜 인원은 확대되었지만 고학력 실업자(이른바 개미족)를 양산하게 되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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