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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9 /2013.11] 기획 _ 이미지로 보는 중국 (11) 사자상(獅子像) 순례 놀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38

[Vol.39 /2013.11] 기획 _ 이미지로 보는 중국 (11)    사자상(獅子像) 순례 놀이

| 기획 | 이미지로 보는 중국 (11)

 

『중국관행웹진』에서는 2013 1월부터 <이미지로 보는 중국> 칼럼을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인천대 HK사업단 및 소속 연구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포스터, 사진, 그림 등의 각종 이미지 자료 중의 일부를 선정하여 설명과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이미지들에 내재되어 있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의미를 함께 읽어 나감으로써 중국 일상의 여러 단편을 새롭게 조명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사자상(獅子像) 순례 놀이

서은미 _ 사진작가

 

 

일주일간의 단동취재를 도왔던 C는 동갑내기 여사진가에게 기어이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나섰다. 약속장소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중국풍’의 식당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식당 입구에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던 두 마리의 돌사자였다. 그 놈의 사자들은 회사일로 뒤늦게 나타난 초췌한 C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어딘가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묘한 ‘포스’를 풍겼다. 식사하는 내내 그 낯설고 기이한 ‘중국풍’의 조형물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자상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그때가 시작이리라. 하지만 기억을 되새겨보면, 내가 사자상을 접한 것은 그날이 처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딱히 내 시선을 끌지 않았을 뿐이지, 중국이나 차이나타운의 호텔이나 식당 입구에 늘 그렇게 서 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친 김에 C에게 물었다. C의 대답은 이랬다. 중국인들이 돌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자라는 동물이 친근하거나 혹은 특별히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민간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그의 장황한 설명은 계속되었다. 중국인에게 사자는 용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상상 속 동물이었는데, 그것이 재앙을 막고 재산을 지켜준다고 믿었기에 건물의 입구마다 그렇게 사자를 늘어 세워 놓은 것이란다. , 암수 한 쌍의 사자는 본래 음양의 조화를 뜻하는 것으로, 암사자는 다리에 다산을 상징하는 새끼사자를, 수사자는 권력을 상징하는 구슬을 각각 밟고 있는데, 사실 이 암수 한 쌍의 사자는 원래 황실 권력의 영원함을 기원하는 뜻에서 청나라 이후 고궁 등 황제의 거처에 세워놓았던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건물 앞이든지 이 돌사자 암수 한 쌍을 세워놓는다. 종종 사자의 목에 행운을 뜻하는 붉은 천을 감아 놓은 것도 볼 수 있다. 단순한 정보였지만 이는 내게 꽤나 묘한 호기심과 흥미를 가져다주었다.

 

 

나의 사자상에 대한 관심은 북한에서 대학까지 다녔다던 동갑내기 북한화교 C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 관심은 중국이나 차이나타운 이곳저곳에 있는 돌사자들을 일부러라도 찾아다니는 일종의 ‘사자상 순례 놀이’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수시로 접하게 되는 사자상을 보면, 마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가는 곳마다 조금은 그 모양과 형태를 달리하고 있는 그 놈의 사자들은 때로는 우스꽝스런 모습에 실소를 짓기도 하지만 때로는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두려움에 순간의 전율을 느끼게도 한다.

 

사자상 순례 놀이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누군가 볼라치면 꽤나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도 그것을 제대로 알고자 하면, 여행이 주는 피곤함과 외로움에서 잠시 벗어나 삶의 활력소를 되찾게도 하며, 여정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아는 만큼 즐거운 것일지도 모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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