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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9 /2013.11] 기획 _ 중국의 향촌사회 (1) 향토중국의 재건 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65

[Vol.39 /2013.11] 기획 _ 중국의 향촌사회 (1)    향토중국의 재건

| 기획 | 중국의 향촌사회 (1)

 

『중국관행웹진』은 이번호부터 <중국의 향촌사회> 칼럼을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본 칼럼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중국의 향촌사회의 변화양상을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향토중국의 재건 ①

류자오훼이(劉朝暉)1) _ 중국 절강대학 인류학과 부교수

김희신 옮김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미국의 유명한 중국문제전문가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費正淸)가 바라 본 향토중국의 모습은 침식된 옅은 갈색의 구릉, 혼탁한 강물이 범람한 평원, 작은 토지들로 이루어진 녹색 세상, 그리고 한 곳에 모여 촌락을 이룬 허름한 집들, 그물망처럼 복잡한 은백색의 논, 계단식 밭과 수로이다.(費正淸, 2000) 분명 이것은 높은 곳에서 굽어본, 토지와 촌락 공간이 이루어낸 한 폭의 “전원풍경”이다. 이는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며 진정한 중국농촌사회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중국농촌 기층의 촌락사회로 들어가야만 한다. 1930-40년대 費孝通 등이 “운남의 3개 촌락”을 조사했을 때 구체적으로 개괄한 중국사회의 기본특징은 “토지에 속박된 중국”이었다.(Hsiao-t'ung Fei, et al, 1949) 중국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바로 “기층에서 본 중국사회의 향토성”이다.(費孝通, 1998, 6) 그리고 소위 “향토중국”이 의미하는 것은 결코 구체적인 중국사회에 대한 묘사가 아니며 구체적인 중국 기층 전통사회에 포함되어 있는 일종의 특수한 시스템, 사회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각 측면들이다.(費孝通, 1998, 4) 농촌문자보급론(文字下鄕), 차등적인 질서구조(差序格局) 아래의 도덕, 가족, 남녀구별 및 향촌질서의 유지 등이다.

 

1980년대 시작된 개혁개방정책은 중국농촌의 경제발전과 사회구조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왔다. 도시화 발전전략이 야기한 농업인구의 대규모 유동, 농업생산방식의 변화, 농촌관리구조의 변화 및 도시와 농촌간의 거대한 격차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농촌에서 일어난 향촌도시화(Rurbanization)는 “촌락의 集鎭化”와 “集鎭의 市鎭化”라는 두 개의 주요 단계를 경험했다.(周大鳴·郭正林, 1996) 향촌도시화의 발전은 중국 “농촌성의 폐기(去農村化)”를 가속화시켰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촌락에는 “공동화”현상이 나타나고, 일부 도시 근교의 향촌에는 “촌락의 종결”(李培林, 2004) 현상이 출현했다. 국가통계수치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중국에 존재했던 360만개의 자연촌이 2010년에 270만개로 감소했는데, 이는 10년 사이 90만개의 촌락이 사라져서 매일 평균 250개의 자연촌락이 없어진 셈이다. 2012년에는 중국 도시(城鎭) 인구가 처음으로 농촌 인구를 능가하여 도시화율(鄕鎭化率) 51.3%에 달했다. 이에 어떤 중국학자는 “당대 중국은 이미 향촌사회에서 도시사회로 전환되었다”고 단언한다.

 

또 어떤 학자는 중국의 점점 쇠미해져가는 향토성 현상에 대해 “新향토중국”이란 개념을 제기하고 토지 속박의 감소, 시장 요소의 증대, 지인사회(熟人社會)에서 半지인사회로의 이행 등을 기본적 특징으로 보았다.(賀雪峰, 2003) 필자도 일찍이 이 “향토사회를 초월한” 농촌발전의 경로를 택한 것에 고무되어(劉朝暉, 2005), 중국농촌사회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발전의 세기적 기회라 여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향토성을 초월한” 중국의 기층사회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 즉 대량의 인구 유출, 공동화된 촌락, 규범을 상실한 향촌질서, 악화된 자연환경, 그리고 쇠퇴한 향토문화에 직면해 있음이 드러났다. 중국 중앙정부는 2013년부터 “인적 도시민화(人的城鎭化)”를 핵심으로 하는 “신형 도시화(新型城鎭化)” 전략의 추진을 계획했다. 중앙정부의 꼭대기 설계로부터 지방정부의 능동적인 발전 위치확정(發展定位)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식인엘리트의 이론 구축으로부터 일반민중의 사회참여에 이르기까지, 즉각적인 “농민의 도시진입”(농촌에서 도시로의 유동이든, 농민의 현지도시화든 관계없이)이 도농발전일체화(都農一體化)가 실현가능한 목표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우리는 이런 발전전략이 역사와 미래의 검증을 견뎌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의 ‘대역사’에서 중국문명사는 실제 농경문명의 기초위에 건립되었던 것인데, 수천 년간 축적된 향토문명이 백년, 심지어 수십 년 내에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한가. 정부정책상에서 현재 도농의 이원적 구조 체제아래 제도 설계, 예를 들어 호적제도, 사회보장제도, 사회유동기제 등이 이 발전전략의 실행을 지탱하기에 충분한가. 구체적 실천측면에서 신형도시화 전략이 초래할 새로운 사회모순, 예를 들어 토지를 상실한 농민의 집단적 사태, 지방정부가 도시화를 위해 지출한 거액의 채무 등을 즉각 유효하게 해결할 수 있는가. 결국 우리에게 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농촌성의 폐기”라는 발전 목표가 필요한가, 목표를 완수할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중국은 이론의 발전, 여론의 주도, 사회 인지 등 현실 측면에서 이 “역사적” 발전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충분한가의 문제이다.

 

역사와 현실기초에 대한 숙고에 근거하여 향토중국의 재건은 세 가지 기본적인 관념에 입각한다. 1)중국은 농촌성을 없앨 방법이 없다. 적어도 예견할 수 있는 상당히 장기간 내에 유럽이나 미국과 유사한, 도농발전이 일체화된 그런 사회형태를 실현할 방법이 없다. 2)농촌, 농업과 농민에 뿌리박힌 “향토성”은 결코 “낙후”, “非문명”, “단순”, “전통” 등의 특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 문명과 비교해서 그것은 일종의 생활방식이며 가치 관념이지 소위 “고저”, “우열”, “문명과 야만”의 구별이 아니다. 3)농경문명은 중국전통문화의 근본이며, 전 세계를 휩쓴 현대화의 충격에 직면하여 향토문명의 보호와 발전은 문화 다양성의 발전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민족 부흥을 실현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에 기초해서 우리는 향토중국의 재건이란 명제를 제기한다. 향토중국의 재건은 “토지에 속박된” 시대로 단순히 회귀하는 것이 아니며, “향토본위”에 근거한다는 전제하에서 현대성의 구조와 융합하여 향토사회의 관리구조, 사회질서, 산업형태, 생활방식, 향토문화, 인간관계 등을 재건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費孝通, 1998, 『鄕土中國』, 『生育制度』, 北京大學出版社.

費正淸, 2000, 『美國與中國』(4), 北京: 世界知識出版社.

賀雪峰, 2003, 『新鄕土中國』, 廣西師範大學出版社.

李培林, 2004, 『村落的終結』, 商務印書館.

劉朝暉, 2005, 『超越鄕土社會』, 民族出版社.

周大鳴·郭正林, 1996, 「論中國的鄕村都市化」, 『社會科學論戰』 第5.

Hsiao-t'ung fei, Tse-i Chang, Paul Lemen Cooper, Margaret Park Redfield, 1949, Earthbound China: A Study of Rural Economy in Yunnan, Routledge.

 

 


1) 절강대학 인류학부교수, 중국절강대학 인류학연구소집행소장,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캠퍼스, 동아시아·태평양연구소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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