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Information / News

열린게시판

제목 [Vol.37 /2013.09] 사업단소식 _ 중국관행연구총서 1: 『동아시아현대사 속의 한국화교』 출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47

[Vol.37 /2013.09] 사업단소식 _ 중국관행연구총서 1: 『동아시아현대사 속의 한국화교』 출판

 

     : 동아시아 현대사 속의 한국화교 - 냉전체제와 조국 의식

         : 왕언메이(王恩美)

         : 송승석

     : 學古房

출판년도 : 2013. 6

총서사항 : 중국관행연구총서 1

        : 신국판

I S B N : 978-89-6071-321-5

 

역자의 글

 

_ ‘상상’의 패스포트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3천 명 남짓의 이른바 구()화교는 거개가 중국대륙의 산동성을 자신의 원향(原鄕)으로 하고 있다. 한국화교를 속칭 산동화교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중수교 이후 지금까지도 그들은 웨이하이나 옌타이, 칭다오 등 자신들의 고향인 산동을 무시로 드나들면서 유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들은 중국 공항의 입국심사대를 거칠라치면, 언제나 이방인과 동렬에 서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은 타이완(중화민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교에게 타이완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타이완은 그들이 태어난 고향도 아니고 그들의 조상이 대대로 뿌리를 내린 모국도 아니었다. 적어도 중화민국정부가 타이완으로 철수하기 전까지는 무연고지역이나 다름없던 곳이 바로 타이완이다. 이렇게 보면, 그들의 국적 취득은 고향을 등진 채 정권을 선택한 격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들은 한 번도 국적을 변경한 사실이 없다. 그들에게 고향은 언제나 중국이었고, 그 중국의 국호가 중화민국이었을 뿐이다. 어쩌면 그들이 생각하는 중화민국은 타이완의 중화민국이 아니라 현존하지 않는 상상의 중화민국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 기묘한 운명은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아닌 상상의 ‘조선’에 자신의 정체성을 맡기고 있는 이른바 조선적(朝鮮籍) 자이니치(在日)와 닮아있다.

 

『동아시아현대사 속의 한국화교』는 한국화교가 생각하는 조국이란 대관절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바로 이 물음에서 출발한다. 특히,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 형성된 냉전체제와 진영논리가 한국화교의 조국의식 형성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이는 동아시아현대사라는 커다란 틀에서 한반도와 중국을 둘러싼 내셔널리즘 간의 충돌 그리고 냉전체제가 야기한 지역적·이념적 분열과 대립이, 한국화교가 중화민국을 조국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에 부여한 필연성을 역사적으로 진단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이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첫째, 동아시아 냉전체제와 한반도전쟁에 휘말리게 되면서 한국화교의 이념적 정체성은 반공의 입장으로 고착화되고 이것이 결국 그들로 하여금 고향(중화인민공화국)을 타자화하고, 이향(異鄕, 타이완)을 조국으로 인식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둘째, 내셔널리즘에 기초한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내보인 법적·제도적 차별과 한국인의 정서적 배타성이 한국화교로 하여금 거주국에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갔고, 이로 인해 더더욱 타이완의 중화민국에서 자신의 국가정체성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의 저자 왕언메이는 이상의 역사적 규명과 아울러 당면한 한국화교의 녹록치 않은 현실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진단을 내리고 있다. , 타이완의 중화민국정부가 제공하고 한국화교가 희망하는 ‘상상의 중화민국’은 한중수교 이후 이념적 혼란에 시달려야 했고 급기야는 중국이란 거대한 틀에서 벗어나고나 하는 타이완의 독자적 흐름에 격동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은 어디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것이며, 그 어디를 자신의 조국으로 여기게 될까? 아니, 상상의 중국은 여전히 유효하기는 한 걸까? 고향은 중국대륙이고, 거주지는 한국이고, 국적은 타이완 중화민국인 한국화교에게는 여전히 확답할 수 없는 물음이리라.

 

0 comments
작성자 패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