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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7 /2013.09] 기획 _ 동북의 오늘 (9) 선양시 톄시구의 공간변화와노동자 ④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3 조회수 33

[Vol.37 /2013.09] 기획 _ 동북의 오늘 (9)    선양시 톄시구의 공간변화와 노동자

| 기획 | 동북의 오늘 (9)

 

인천대 HK사업단에서는 HK사업 2단계 기간(2012.09 - 2015.08) 동안 중국의 동북 지역(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중점 연구 권역으로 설정하여 연구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중국관행웹진』은 동북 권역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 지역에 대한 국내 학계의 관심을 제고하고자 <동북의 오늘> 칼럼을 기획하여 2013 1월부터 연재 중입니다. <동북의 오늘>에서는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현지조사를 수행한 바 있는 전문가들의 현지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경제체제의 확산과 심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일상의 변화 양상을 살펴볼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선양시 톄시구의 공간변화와 노동자 ④

박철현 _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 연구교수

 

_ 노동자의 상황과 인식

동북진흥책으로 선양의 노후공업기지 개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1년 잡지 <南風窗> 9월호에 "선양: 빈곤에 의해 찢겨진 번영(瀋陽:被貧困撕裂的繁榮)"이라는 제목의 탐방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노후공업기지 개조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무너진 톄시구 노동자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는 이 기사의 내용에서 묘사되는 당시 선양을 분석해 보기로 하자.

 

...선양에 오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얼굴을 억지로 갖다 붙인 도시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 중심의 허핑구(和平區)와 선허구(瀋河區)에는 호화아파트 고급호텔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베이징 창안가(長安街)에서 보다 벤츠나 BMW가 훨씬 더 자주 보인다. 그런데 큰 공장들이 몰려 있는 톄시구는 5층 이상의 그럴 듯한 호텔도 찾기 어렵고, 택시도 가자고 하면 별로 돈이 안되니까 어서 오십시오 하지 않는다. 선양의 70만 하강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39km2면적에 인구 75만의 전통 중공업 지역에 살고 있다...

 

선양은 1991년부터 토지 유상사용제도가 생겨 토지사용권의 거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이 기사가 나온 2001년은 토지사용권을 국가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국가로부터 구입한 이 사용권을 개인간에 거래하는 것도 가능해 진 것이 이미 10년이다. 따라서 톄시구에 인접한 허핑구는 물론 도심에 위치한 선허구는 계획경제시대에 이곳을 차지하던 공업기업과 노동자 주택은 철거되고 비싼 토지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상업시설과 고급아파트들이 들어선지 이미 오래였다. 한편 위에서 지적했듯이 아직 본격적인 노후공업기지 개조가 시작되지 않은 때라, 톄시구는 시장경제시대에 들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중대형 국유기업과 소속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이렇게 보면, 토지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정부가 톄시구를 본격 개발하고자 나설 경우 기존의 허핑구나 선허구처럼 톄시구도 바뀔 수 있다.

 

이 기사는 또한 톄시구 최대의 노동자 집단거주지인 공인촌의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서 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공장은 모두 끝장나고, 전부 탐관(貪官)이 해 치운 거야!" 공인촌에서 만난 사람들은 수리한지 이미 오래된 집 앞에서 앞다투어 기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집들은 날로 화려해지는 도시에서 점점 더 늙고 병든 노인처럼 보인다. 공장이 끝장나니까, 집과 배관 수리와 난방 등에 드는 비용도 모두 큰 문제가 되었다....저녁 노동공원에서는 노인들이 기자에게 이미 마비된 공공서비스 시스템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올해부터 난방도 돈을 안 내면 아예 공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씨 할아버지는 매년 최소 800~1000위안이 넘는 난방비를 낼 돈이 없어서 작년 겨울 추위에 시달렸다고 한다...또한 큰 면적을 차지하던 국유기업이 쇠퇴하면서 공업지역 자체가 아무도 없는 공간이 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공인촌은 "휴가촌"이 되었다.

 

기자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은 국가주도의 일방적인 공간생산이라고 할 톄시구의 노후공업기지 개조가 있기 전인 2001년에도 톄시구 국유기업의 상당수는 이미 도산된 상황이고, 노동자들은 하강을 당하여 기본적인 생활이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결여된 상태로,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탐관"들에게 돌리고 있다. 즉 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당위원회나 경영층이 욕심과 부패로 공장은 "끝장나고" 자신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곤란한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인식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공장 당위원회나 경영층의 부패에 대한 분노가 직접적으로 공산당 전체나 시 정부 전체로 향하지는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즉 본격적인 노후공업기지 개조 이전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계획경제시대를 끝내고 국가주도 시장화 개혁이 바로 공장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하고 자신들을 하강시킨 주범이라는 인식이 배제된 채로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공장 지도부에게 분노가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국유기업 개혁에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 저항에 대한 기존의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징인 사회주의적 문화전통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_ 사회주의적 문화전통과 저항

이 사회주의적 문화전통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공장과 가정을 지키자"는 집단정체성이다. 이것은 공장은 곧 노동자의 가정(家庭)이고, 따라서 공장을 지키는 것은 바로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혁기 이전 중국 특유의 사회조직의 근본인 "단위"제도 하에서 형성된 강고한 단위 소속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존재형식인 단위를 벗어나서는 인간으로서의 생활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형성된 강력한 단위 소속의식으로 인해서, 노동자에게 있어서 단위의 구체적인 형태인 공장을 해체하고 도산시키는 것은 노동자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이므로 이것은 자신의 가정에 대한 도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당과 정부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는 믿음이다. 애초에 전국의 노동자들 중에서도 "선진"노동자와 기술자와 간부 등의 노동모범들을 선발해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갖춘 톄시구 공인촌에 거주하게 해준 것도 당과 정부이고 사회주의 시기 동안 노동자들을 "영도계급"으로 위치 지우고 공장의 주인은 노동자라는 의식을 심어준 것도 당과 정부였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당과 정부로 대표되는 국가가 주도하는 시장화 개혁이 하강 노동자로 전락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앞서 옌위안장(嚴元章)의 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한편으로 생각하면 바뀐 시대상황에서 개혁을 해야 하는 당위는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가져올 노동자 지위의 변화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과 불만이 직접적으로 당과 정부에게 향하지 않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탐관"들에게로 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당과 정부가 결코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주의 시기에 형성된 믿음에 기초해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장의 당위원회와 경영층 등의 지도부 부패가 노동자 저항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은 선양만이 아니라 상하이와 같은 남방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천펑(陳峰)의 연구에 따르면, 상하이 제2구두공장(第二皮鞋廠)이 주식제 개혁을 할 때 공장 지도부가 관리층만 주식을 소유하고 노동자에게는 주식을 주지 않는 방법을 강구하고, 공장의 자산에 관련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상황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저항했다는 것이다. 또한 상하이의 다른 공장에서도 이른 노동자의 정서가 드러난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이 공장에서 수십년을 일했는데 집으로 돌아가라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서가 지배적이고, 이것은 가두시위에서 내건 다음과 같은 구호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에게 공장을 돌려다오." 그들은 이러한 구호가 외친 플래카드를 들고 길거리 시위를 벌이며 공장을 사영기업가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_ 저항 혹은 적응

 

천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떤 노동자들은 하강을 두려워 하지 않고, 이것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강은 사회발전에 필연적인 것이고, 일종의 경쟁이기도 하다. 지금은 시장경제이니까 기업의 발전과 생존은 시장의 조정에 따른 것이니까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장은 생산을 중지하고 문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노동자의 하강도 정상적인 것이다...우리 당의 하강정책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인력시장도 많고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취업기회도 많다. 또 하강 후에 사업을 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발전을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의 일자리가 안 맞을 수도 있으니 하강 후에 자신의 일자리를 다신 선택할 수 있다. TV에 나오 듯이 하강한 여공이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 말이다. 따라서 하강 후에 선택할 기회는 많다. 관건은 자신의 능력이다...

 

...하강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개혁과 발전의 필연적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하강하고 나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된다. 국가가 이미 하강 노동자를 위해서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니 하기만 하면 바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강은 결코 무서워할 것이 아니다. 힘든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노력하면 하강한다고 해서 반드시 일자리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작은 것도 아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일자리에 있을 때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천펑의 조사에서 두드러진 것은 앞서 살펴본 노동자들과는 달리 시장경제가 초래한 국유기업 개혁과 그로 인한 노동자 실업을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는 당연한 결과로서 수용한다는 태도이다. 그런데 당과 정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에 기반을 두고 국가가 하는 통치행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앞서 살펴본 노동자들의 인식과 동일하다. 즉 공장폐업과 노동자 실업이란 현상에 대해서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로서의 당과 정부의 존재는 가려지고 욕심과 부패의 상징인 공장 지도부가 부각될 뿐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취업에 있어서 개인의 능력이란 부분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시기에도 직업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수요를 감안하여 개인에게 분배해주는 것이었으므로, 본인이 판단하는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노동자는 하강을 생존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본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스스로 판단한 능력과 적성에 따른 직업선택의 기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기 때문에 직업은 더 이상 이전처럼 평생 가는 "철밥그릇"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본인의 판단에 의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자도 직업이란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서 취직과 하강을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 보았듯이, 본격적인 노후공업기지 개조라는 국가 주도의 공간생산이 시작되는 2004년의 동북진흥책이 시작되기 전에도 톄시구의 공장들은 상당수 도산했고 노동자들은 하강상태였다. 당시 노동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시장화 개혁을 통해서 결국에는 톄시구의 중대형 국유기업의 경쟁력 상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당과 정부에 대해서는 그들이 결국 시장화 개혁을 가져왔다는 인식은 존재하지만, 그러한 시장화 개혁이 공장과 노동자의 현재 상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가져왔다는 분석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장 지도부에 의한 국유자산 횡령과 유실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과 정부가 주도하는 시장화 개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체념의 정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과 정부는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의 공장(=가정)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주인의식"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시장화 개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시장화 개혁과 그로 인한 하강을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근거한 자유로운 직업선택이 가능하게 된 기회로서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태도도 보인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http://tieba.baidu.com/p/178184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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