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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5 /2013.07] 논단 _ 한·중 인문적공감과 지방도시 간의 교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2 조회수 77

[Vol.35 /2013.07] 논단 _ ·중 인문적 공감과 지방도시 간의 교류

장호준 _ 인천대학교 HK 교수

 

한·중 수교 이후 지난 20여 년간 한국과 중국 간의 각종 교류는 그 양적인 차원에서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양국 간의 교류가 그 양적인 확대에 상응할 정도로 질적인 차원에서도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자들이 부정적일 것이다. 이른바 혐한류(嫌韓流) 및 중국위협론으로 대표되는 양국 간의 갈등 기류는, 주지하다시피 동북공정,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등의 문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역사 인식과 문화 해석으로 인해 표면화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문화적 현안에 대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이견은 양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 그리고 북한의 핵문제에 관한 서로 다른 해법 등 외교, 안보 차원에서의 이견과 맞물려 양국 간의 관계를 더욱 냉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 인문(人文)의 핵심 영역에서 갈등이 표면화되고 확대재생산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인문교류 활성화를 통해 양국 간의 유대를 강화하자는 ‘한·중 인문유대’에 관한 합의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에 관한 합의 직후 박대통령이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도시이자 지방도시인 시안을 방문한 것 또한 시의적절하며 의미 있는 행보이다. 그러나 인문적 자원을 매개로 유대를 강화하자는 구상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인문의 영역에서 생겨난 갈등을 인문교류를 통해 치유하자는 것이니 말이다. 이는 또한 그간의 제반 교류에 대한 전면적인 성찰을 요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 인식과 문화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양국 간의 교류가 부족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유대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반성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중 양국은 ‘인문’이라는 용어를 각각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인문 유대’를 통해 무엇을 의도하는지, ‘인문’ 교류와 기존의 교류는 어떠한 관련이 있으며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인문 ‘유대’ 또는 교류의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등등. 인문유대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하는지는 바구니의 용도와 재질, 사용자, 사용 경험 등의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정상 간에 합의된 사항이니만큼,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합의된 사항의 성격 상, 양국 간의 이견이 큰 갈등 현안보다는 상호 이견이 크지 않고 양국의 국민들이 인문적 공감을 형성하는 데 용이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면서 보다 구체적인 시행 프로그램을 계발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효율적인 방식의 하나는 인문 유대 또는 교류의 주체가 누구인지, 또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번에 제안된 인문유대 강화는 인문학 교류, 또는 인문학적 유대라는 학술적 차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교류의 주체와 형식은 중국 전문가 및 인문학자들에 의한 학술 교류 차원을 넘어 다양한 범주의 주체들이 일상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풀뿌리 차원의 그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각각 7만 명과 6만 명이 넘는 재중한국인 유학생과 재한중국인 유학생을 매개로 한 교류, 상호 결연 관계를 맺은 양국의 각급 학교 및 각종 단체들 간의 교류, 그리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가 그것이다. 이들이 맺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한·중 인문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적, 문화적 가교 자원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자원은 한·중 수교 이후 약 20년에 걸쳐 형성된 양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들 간의 네트워크이다. 2011 11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221개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중국의 330개 지방정부와 총 484건의 자매 또는 우호 결연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은 한·중 수교 이후부터 약 10년간에 걸친 이른바 ‘중국 붐’에 편승하여 경제 교류 활성화를 주된 목적으로 하여 체결된 것이다. 이 중에는 유명무실한 형식적인 결연 관계만을 유지해오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경제적 차원에서의 교류를 넘어 지역 내 풀뿌리 단체들 간의 문화 교류를 추진하는 등 교류의 형식과 내용을 다각화해오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인천광역시의 대중국 교류 사업을 들 수가 있다. 인천광역시와 산하 9개의 기초단체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중국의 31개 지방정부와 자매 및 우호 결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행정적으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들 중 최초로 국제협력관실 산하에 중국팀을 설치하여 각종 교류 사업을 기획, 조정하는 한편, 텐진, 다롄, 단동 등 중국의 자매 및 우호 도시들과의 결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교류 행사를 추진, 기획 중에 있다. 또한, 시출연 기관인 국제교류센터를 통해 한·중 청소년 교류 및 각종 문화단체들 간의 교류를 주선하면서 대중국 교류의 영역을 풀뿌리 차원으로 그리고 문화적 영역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인천광역시가 이렇게 대중국 교류 사업에 적극적인 것은 무엇보다도 인천의 인문지리적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인천시는 그 특성을 대중국 교류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환황해권 중심도시이자 수도의 관문으로서의 입지, 그리고 최초의 개항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인천과 텐진은 2013년 자매결연 20주년 행사로 각각 ‘텐진 주간’과 ‘인천 주간’을 설정하여 각 도시의 시민들에게 두 도시의 공통점을 부각시켜 상대방 도시를 알릴 수 있는 각종 전시, 공연, 축제 등을 기획하여 준비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의 ‘차이나 타운’이 위치한 인천시 중구의 경우, 매년 5월 ‘중국의 날’을 지정하여 축제 형식의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이 ‘중국의 날’은 인천 지역 최대의 축제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 되었다.

 

한·중 인문유대 강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양국의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이미 확보된 결연 관계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이다.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도 그렇거니와, 이른바 ‘관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니는 양면적 위상, 즉 공신력 있는 정부 조직이면서도 대북 및 대미 관계, 역사 인식 문제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역시 지방 차원의 교류가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양국 지방자치단체들의 주선에 의해, 그리고 각 도시의 풀뿌리 민간단체와 시민들 간의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통해 두 도시 간의 (그리하여 양국 간의) 역사적, 문화적 차이점과 공통점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보다 효율적으로 넓혀 나갈 수 있다.

 

그것이 인문이든, 경제든, 안보든, 유대는 상호 공감을 바탕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 공감은 같음만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같음과 다름을 함께 경험하고 이해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양국의 지방도시의 차원에서 보면 서로 간의 공감의 영역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역사적, 문화적 자원은 실로 풍부하다. 인천-텐진 뿐만이 아니다. 경주-시안, 부여-뤄양, 이천-징더전, 전주-쑤저우, 안동-취푸 등등. 서로 간의 역사적, 문화적 공통성 위에서 기획되고 추진되는 이들 도시 간의 교류는 기존의 한·중 지방자치단체 간의 교류가 지녔던 한계, , 행정적 전시효과를 추구하는 이벤트성 교류를 극복하고 풀뿌리 차원에서 상호 존중과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자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방중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보도된 바와 같이, 시안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자 서부대개발사업의 전략적 거점이며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많은 중국인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시안이 중화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도시라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박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그 자체로 중국의 인문적 전통과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정상이 한·중 인문유대 강화를 선언한 직후의 시안 방문. 이것은 하나의 선물인 셈이며, 이 선물은 관계가 지속되는 한 되갚아지기 마련이다. 확실히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언제가 될지 모를 시진핑 주석의 한국 답방 일정은 서울 방문으로만 끝나지는 않으리라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한·중 인문유대’가 양국 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이벤트성 선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풍부한 인문 유산을 매개로 한 지방도시 차원에서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더 나아가 한·중 양국 시민들의 상호 공감의 깊이가 더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이 글은 20135 10일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가 주최한 기획세미나 <한중관계와 인문교류: 한중 인문유대 강화 방안>에서 발표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의 출처는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YTN뉴스

http://cafe.naver.com/chinasisastudy/4158

HK사업단 차이나타운 탐방

http://www.cha.go.kr/korea/heritage/search/Culresult_Db_View.jsp?mc=NS_04_03_01&VdkVgwKey=13,05020000,37

http://cafe.naver.com/mb24/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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