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알림
Information / News

열린게시판

제목 [Vol.33 /2013.05] 논단 _ 중국의 향진(鄕鎭) 민주주의발전에 대한 평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2 조회수 71

[Vol.33 /2013.05] 논단 _ 중국의 향진(鄕鎭)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평가

마더용(馬得勇) _ 중국 난카이대학 저우언라이정부관리학원 부교수 씀,

송승석 _ 인천대학교 HK 교수 옮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사회발전의 경험을 개괄하면, 일반적으로 국부적이고 소규모적인 제도변혁의 실험이 선행된 연후에 총체적 제도변혁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수많은 핵심적 제도개혁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른바 “최상위 기획(頂層設計, top level design)”은 단지 정치고위층의 주관적 의지와 기획만으로 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각종 실천에 대한 총정리이자 총결산에 따른 산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층사회 및 풀뿌리 사회 역시도 거시적인 체제개혁의 중요한 “돌파구”의 하나로 작용해 왔음은 물론이다.

 

중국공산당 16대 보고에서, 중국의 지도부는 “기층민주주의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17대 보고에서는 “기층 당 조직의 확대를 위해서는 당원 및 민중의 공개추천과 상급 당 조직의 추천이 상호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지도부를 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직접선거의 범위도 점차 확대함으로써 당내 기층민주주의의 다양한 실천방식을 확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18대 보고에서는 “완전한 기층민주주의”를 확고히 하는 동시에 “협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제도와 그 실천기제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나아가 협의제 민주주의의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제도화를 추진함으로써 기층민주주의의 협의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16대에서 18대에 이르는 중국공산당의 보고를 통해 이루어진 이러한 정치개혁방향에 대한 제안은 공히 기층사회와 지방경험에 대한 총결과 정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국 1990년대 이후 기층민주주의 정치실천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1998년 이후, 중국 각 지방의 향진정부에서는 상이한 형식의 정치 혹은 행정상의 체제개혁이 이루어졌다.(이른바 “제도혁신”이 그것이다.) 이러한 혁신모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공추직선(公推直選)(, 공개추천과 직접선거)과 “민주간담(民主懇談, democratic talk)”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까지 향진 단위의 각종 “공추직선”(이하, “직선”으로 간칭)이 시행된 지역은 무려 천여 곳에 이르고 시행되지 않은 성()과 시()는 아홉 개에 불과하다. 물론, 4만 개에 달하는 향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비율은 극히 낮은 것이다. 원링(溫嶺)의 민주간담은 “협의제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중국적 실천이라 여겨진다. 원링의 “협의제 민주주의”는 1999년 처음 실시된 이후 지금까지 줄곧 계속되고 있다. 그 영향력 또한 원링시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국의 정계와 학계 심지어 국제학술계에까지 널리 미치고 있다.

 

필자는 영국의 노팅험대학(Nottingham Univ.) 당대중국연구학원(當代中國硏究學院)의 왕정쉬(王正緖)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프로젝트 “중국향진의 기층민주주의 발전 및 정치참여와 통치혁신 비교연구(中國鄕鎭基層民主發展·政治參與與治理創新比較硏究)”에서 지난 세기 90년대 이후 전국 각지의 기층 차원에서 이루어진 통치혁신이 향진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을 전면적으로 고찰한 바 있다. 본 프로젝트팀은 2008 7월부터 2011 4월까지 근 3년의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10개의 성 및 직할시에 속한 24개의 향진에 대해 실지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내용에는 2,600여 명의 마을주민과 300여 명의 향진 간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및 심층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향진의 기층민주주의는 그 수량과 분포 상에서 확대발전하고 있다. 특히 “직선”으로 대표되는 제도개선은 기층정부의 공신력을 제고하고 기층정부의 공공서비스 수준을 개선시켰으며 시민의 제도화된 정치참여 등의 방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이룩했다. 그러나 현재 향진의 당과 정부의 지도자 임용제도의 개혁과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향진 지도부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경쟁력 제고와 시민의 제도화된 참여 확대라는 이 양자 간에 어떻게 균형과 조화를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조사대상지역인 향진들 가운데 13곳은 최근 10여 년 동안 기층민주주의 개혁 내지 행정체제 혁신을 실험한 적이 있는 지역이었고, 나머지 11개 향진은 명확한 제도개혁 및 혁신을 진행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룬다. 본 연구에서는 직선제 모델과 기타 혁신모델 그리고 그러한 모델들이 전혀 없는 지역 간의 차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비교했다. 10개 성, 24개 향진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향진정부를 신뢰하는 지역민의 비율은 평균 57,8%였고 신뢰하지 않는 비율은 28% 그리고 “모르겠다.”는 응답은 14.2%였다. 직선제 외에(직선이 이루어진 향진에서의 정부 신뢰도는 67%) 기타 유형의 제도혁신은 향진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도 제고에 큰 영향이 없었다.

 

보다 엄격한 통계학적 방법과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직선제 개혁을 시행한 향진이 기타 혁신모델을 택하거나 전혀 택하지 않은 지역보다 기층정부에 대한 주민의 신뢰도가 높았다. 결국 지역민의 시각에서 볼 때, 직선제라는 이 제도만이 기층정부의 공신력을 제고하는데 영향력을 발휘했다.

 

본 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의 신뢰도 면에서는 직선제를 포함한 기층향진의 제도혁신과 그러한 제도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양 지역 공히 80% 정도를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지역민의 신뢰되는 향진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비해 약 22% 높게 나왔다.

 

향진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수준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면 60% 가량의 주민들이 향진정부의 공공서비스 수준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 또한 7할이 넘는 주민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향진정부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중국정부가 최근 공산당 스스로의 집정능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이 분명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를 통해 향진정부의 서비스 수준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직선제 시행지역이고, 서비스 수준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 지역도 직선제 시행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다른 유형의 혁신모델을 적용한 지역은 전혀 적용하지 않은 지역과 비교해 명확한 제고가 없었음도 동시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프로젝트에서는 직선제 실시 이후 민주적 가치관이 중국민중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추상적 민주, 제도적 민주 그리고 가치로서의 민주라는 세 개의 측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의 지지도를 분석했다. 직선제 실험지역과 일반 지역(개혁이 이루어지 않은 지역) 주민들의 민주적 가치관에 대한 비교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추상적 민주주의 원칙과 보다 심도 있는 민주적 가치관 측면에서는 직선제 실험지역이나 개혁이 이루어지 않은 지역 간에 커다란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적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도 면에서는(선거제도에 대한 지지도를 분석지표로 삼았다.), 직선제 하의 주민들의 선거제도에 대한 지지도가 개혁이 이루어지 않은 지역민보다 훨씬 높았다.

 

필자는 여기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직선제 실험이 선거방식의 민주제도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지도는 높일 수 있어도 향진의 기층민주주의 발전의 내재동력은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여전히 외부로부터의 추동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상술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중국에서 실험되고 있는 각종 기층통치제도의 혁신모델 가운데 직선제 모델만이 기층정부의 신뢰도와 정부통치수준 그리고 주민의 제도화된 정치참여와 그에 대한 바람을 제고하는 면에서 분명한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직선제 모델이 기층정부의 공신력을 제고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혁신이야말로 향진 지도부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뿐만 아니라 기층정부 지도자 선발임용제도에 대한 일반민중의 제도화된 참여를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필자는 현재 중국의 기층민주주의 심지어 국가차원의 민주화는 과연 어떻게 하면 경쟁력과 참여 간의 조화와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라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민주주의의 우선적 발전은 현재 중국공산당이 기층에서 체득한 정치개혁의 기본책략이다. 그러나 만일 당내 민주주의의 우선적 발전이 단지 기층 지도간부의 임용을 위해 정당 기구 내에 일정한 경쟁적 요소를 도입하는데 그치고 일반 당원이나 민중들의 광범위한 참여를 등한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설령 보다 우수한 기층정부의 지도자를 선발하거나 정부 스스로의 통치수준을 제고하는데 일정정도 도움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층정부에 대한 민중의 지지를 획득하거나 기층정부의 공신력을 제고하는 면에서는 필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선거와 정책결정 그리고 감독 및 관리의 측면에서 민중의 정치참여도를 확대하지 못한 채, 단지 이전보다 개방적인 선발 기제를 통해 업무능력이 뛰어난 관리를 뽑아 지방정부의 지도자로 내려 보낸다면 또 이러한 조치를 통해 날로 가중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의 정치적 정통성에 대한 위기를 극복하기를 바란다면 그러한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공산당 18대 보고에서는 “협의제 민주주의”를 극력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적 민주주의는 단지 선거 민주주의의 보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정통성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여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다.

 

중국 전반의 총체적 민주화에 있어 지방민주화가 갖는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 전국 단위의 수많은 정치개혁 의제(가령, 수입 분배에 대한 개혁)와 비교해, 지방차원 특히, 향진과 같은 기층정부가 민주화개혁과 관련해 맞닥뜨리고 있는 각종 장애물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일 중국공산당이 기층에서부터 선거 민주주의를 솔선해 실시함으로써, 민중들로 하여금 선거 등의 제도화된 방식을 통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민주적 실천을 학습하게 한다면 이는 중국이 전면적 민주주의를 실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향후 중국의 민주제도 시행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 마더용(馬得勇)

서울대학교 정치학박사(2007.8)

영국 노팅험대학(Notingham UNIV.) 마리 큐리 연구원(Marie Curie Fellow)

현 난카이대학(南開大學) 저우언라이정부관리학원(周恩來政府管理學院) 부교수.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자본, 신뢰, 중국기층민주, 정치문화, 비교정치(주로 아시아) .

 

0 comments
작성자 패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