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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2 /2013.04] 논단 _ 중국 비정규 민간금융의 확산과 정부규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2 조회수 45


[Vol.32 /2013.04] 논단 _ 중국 비정규 민간금융의 확산과 정부규제

강소연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중국 정부는 실물 경제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 금융 발전을 의도적으로 억제해왔다. 소수의 국유은행이 정부와 국유기업 사이에 단순 출납업무의 기능을 수행했고 민간에 의한 금융기관은 허락되지 않았다. 개혁 개방 이후 그간 금지되었던 민간금융업이 1984년 원저우(溫州)에 ‘方興錢莊’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처음 등장했다. 1949년 이후 최초로 개인이 영업하는 금융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원저우 상인은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릴 만큼 상업적 기질이 뛰어났는데, 관행상 돈이 필요한 경우 정규 금융권 보다는 주로 친구나 친지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서 원저우 지역은 역사적으로 민간금융시장이 발달했다. 원저우 지역 이외에도 2007년도 중국재경대학이 20개 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농가대출의 55%가 비정규 민간금융을 통해 조달되었다. 전국적으로는 비정규 민간금융이 지하금융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비정규 금융기관에 의한 대출액이 GDP 7%정도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민간금융이란 관방금융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의 감독 밖에 있는 비정규 금융(informal finance)을 의미한다. 민간금융은 역사적으로도 생명력이 강하고 매우 오래되었는데 구체적으로 정부 당국의 감독규제를 받지 않는 위탁대출, 소액대출전문회사, 담보회사, 신탁회사, 재무회사, 금융리스회사의 투자예금 업무와 민간금융인 민간대출, 전당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개혁개방이후 빠르게 성장 중인 중국 경제는 그 자금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 엄격한 금융통제정책으로 인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이러한 수급의 공백을 민간금융에서 보충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유기업은 경영효율성과 무관하게 국유금융기관으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반면 민간 중소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대도시 이외 지역의 은행은 개인 또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업무를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은 사전적으로 ‘역선택’과 사후적으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민간금융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중국의 경제학자 린이푸는 지적한 바 있다.

 

중국 농촌은 개혁개방 이전부터 현재까지도 도시발전을 위해서 희생했고 금융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국유기업개혁과 함께 금융개혁이 단행되었는데 농촌 지점은행에 대해서는 여신기능을 제한해서 은행대출이 매우 어렵게 되었고 자금경색현상이 심각했다. 또 예금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은행금리가 너무 낮고,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정규 금융권인 은행의 문턱이 높았다. 금리는 일반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데, 돈이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돈을 융통할 곳이 없으면 이자율은 상승할 것이다. 자금시장을 규제해도 역시 이자율은 상승한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저축된 자금이 투자처를 찾기 힘들고, 역으로 투자가 필요한 곳도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저축한 자금이 투자로 연결되지 못하면 경제의 성장이 어려워진다.

 

중국 농촌금융의 가장 큰 특징은 정규 금융기구와 비정규 금융기구의 상존이다. 도시와는 달리 농촌에서는 신중국 성립 이전에 존재하던 사금융이 여전히 농민 소액대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 금융기구도 농촌금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개발로 인해 이주보상금을 받아 가처분소득이 증가한 경우 낮은 은행권 금리 보다는 위험하지만 비공식적 민간금융시장을 이용해 비교적 높은 금리차익을 노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연, 혈연, 인맥을 기초로 한 ‘합회(合會)’나 ‘표회(標會)’를 통해 익숙한 사람들끼리 친목과 함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하였다면, 갈수록 전문적 ‘중개인’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거간 역할을 해서 대량의 민간자본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개인’을 통해 형성된 대규모 민간자본의 대차는 기본적으로 신용에 기초를 두고 있고 내부규정도 성문화되어 있지 않아서 만일 문제가 생길 경우 법적 보호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합회나 표회는 농촌금융에서 비교적 보편적인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비공식적 사회관계, 신임관계에 의존하며 비정식의 제재 즉 사회의 배척과 같은 제재 방식을 동원한다. 물론 중개인에 의한 거간계약은 여러 법률 조항을 통해서 그 합법성이 인정되고 있다. 계약법 424조는 거간인(居間人)을 통한 계약이 유효함을 의미한다. 또 최고인민법원의 인민법원의 대차안건의 심리에 관한 약간의 의견(關於人民法院審理借貸案件的若干意見) 6조에서는 은행과 같은 종류의 대출일 경우 은행대출 이자의 4배 이하의 범위에서는 대차 계약이 합법적임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감독 밖에 있는 민간금융기구들은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하거나 고리대금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민간대차는 정규 금융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며 일정 정도 사회의 융자 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농촌의 자금 곤란을 완화시켰다. 기존의 농촌신용합작사는 구조적으로 농촌의 민간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문제점이 많았고 이에 대해 정부는 도시와 농촌을 분리해 도시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형은행으로 발전시키고 농촌지역은 수익성 보다는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금융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은행감독위원회는 500만 위안 이하의 소기업 대출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상업은행 소기업 금융서비스 개선지지에 관한 통지(于支持商业银一步改小企金融服的通知)를 발표했다. 또한 2011 11월 저장성 5개 농촌신용합작사에 대해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지준율 인하는 금융기관 및 중소기업의 자금경색을 완화시키고, 경기급랭의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금융의 제도화와 합법화는 민간금융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거래비용과 위험부담을 낮추며, 정부로서는 민간금융으로 인한 금융 불안정을 통제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규제 밖에 있던 비정규 민간금융을 정부 규제 하에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은 채 민간금융을 억제한다면 오히려 지하시장만을 키울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자금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경우 자연스럽게 그 틈새에 민간금융과 같은 비공식적 금융이 출현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원조우 사태와 같은 금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중국 정부는 실물경제의 발전 속도에 맞는 자금 융통 시장을 장기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시진핑 정부는 국유기업의 비유통주를 유통가능 주식으로 개편함으로써 과열된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선회할 수 있도록 투자유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따라서 은행 위주의 금융시스템에서 증권시장, 채권 시장의 개혁을 통해 자금의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게 된다면 민간금융시장에 규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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