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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32 /2013.04] 논단 _ 중국에서 사회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22 조회수 40

[Vol.32 /2013.04] 논단 _ 중국에서 사회조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마더용(馬得勇) _ 중국 난카이대학 저우언라이정부관리학원 부교수 씀,

송승석 _ 인천대학교 HK 교수 옮김

 

어느 나라의 학자이든 간에 외국을 대상으로 연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인들 중에는 중국에서의 생활이나 일 혹은 유학 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종종 이런 소회를 밝히는 이가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든 만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없다.(Everything is difficult, but nothing is impossible) 중국처럼 개방의 폭이 아직은 좁다고 할 수 있는 국가에서 외국학자가 현지조사를 한다거나 각종 자료를 수집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 사실, 외국학자들 뿐만 아니라 중국학자들 역시도 자국에서 현지조사나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곧잘 이러저러한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그래서일까? 현실의 문제를 연구하는 수많은 중국학자들 가운데에서도 직접적인 현장 접촉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은 극히 적다. 따라서 연구대상에 대한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인식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좀처럼 밖을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저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산재해 있는 이차자료를 근거로 연구를 진행할 뿐이다. 높은 수준의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중국에서 실지조사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정치 환경의 개선에 힘입어 현재 중국에서 실지조사연구나 자료수집에 있어 겪는 어려움은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편이다. 이에 필자는 몸소 체험했던 다양한 조사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학술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중국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자들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일이겠지만, 중국에서 정치경제사회 방면의 현지조사를 진행할 때에는 필히 ‘꽌시(關係)’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외국인이든 중국인이든 간에, 이러한 관행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며 또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관행이 유독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꽌시’란 외국학자들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학문적 동지를 찾는 일일 것이다. 사실, 많은 중국학자들을 알고 있다면 조사는 비교적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우선, 중국의 학문적 동지들은 조사나 연구를 진행하기 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소개하고 연계시켜 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각 기관이나 단체에 종사하는 많은 제자, 동료, 동창,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친구의 소개를 통한다면, 조사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개인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고 이는 후속조사를 위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둘째, 중국학자들과 공조해 협동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원하는 조사를 중국의 학술동료에게 위탁할 수도 있다. 필자가 아는 바에 따르면, 상당수 미국학자들이 중국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설문조사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위탁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외국학자인 경우에는 ‘국가기밀’에 속하지 않는 자료라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가령, 일부 기관의 통계자료 같은 것이 그 예인데, 이럴 경우에도 중국학자들에게 위탁하면 쉽게 자료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중국학자들은 중국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 외국의 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연구계획만 제시해준다면 그에 준해 외국학자들로서는 미처 발견하기 어려운 조사연구 지점을 추천해 줄 수도 있다.

 

특별히 아주 유명하다거나 행정적 직무나 사회적 활동이 유독 많은 학자들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중국학자들은 외국의 학문적 동지들과의 교류 및 협동연구에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다. 심지어 중국에 유학을 와 조사연구를 진행하는 박사과정 연구자들이라 할지라도 중국학자들은 대부분 그들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고 그들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나 조사에 어려움이 있어 중국학자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거나 어떤 문제에 중국학자들의 조언을 필요로 한다면,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사 연구 활동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이를테면, 방학 중에 학생들을 인솔해 와 중국에서 사회실천 활동을 벌일 경우에도 중국의 동료들과 연락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다른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을 알고 있다면 이 역시 조사연구에 필요한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관이 굳이 정부기관일 필요는 없다. 가령, 학교나 병원, 박물관도 괜찮고 비정부조직(NGO)이나 지역사회의 주민위원회도 괜찮을 것이다. 결국, 중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계를 형성하는 폭도 넓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연구자의 연구적 영감을 촉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대다수 중국전문가나 학자들은 중국의 ‘작은 문제’를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가령, 어느 학자의 경우에는 하나의 현()에 수개월 이상을 상주하다시피 하며 중국에 대해 보다 근거리에서 보다 심도 있는 관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기반 위에서 완성된 연구 성과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갖는 것이고, 그러한 연구 성과물은 어김없이 중국연구의 명저(名著)로 남아있다.

 

그런데 만일 이른바 ‘꽌시’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면, 중국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최근 중국정부는 정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창구(窓口)’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서비스 기능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공안국(公安局)이나 각종 행정관련 인허가서비스센터 등에서 대민접촉을 할 때에도 과거와는 달리 대하는 태도가 상당부분 개선되었고 서비스의식도 강화되었다. 과거에는 중국의 일반 서민들이 정부기관에 가서 일을 처리할 때 겪게 되는 곤경을 상징하는 하나의 유행어가 있었다. “문턱은 넘기 어렵고, 얼굴은 보기 어렵고, 일은 처리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분명히 바뀌었다. 과거 대다수 지방정부는 학자나 연구기관의 조사연구 신청을 접수하면, 종종 ‘국가기밀’ 등의 각종 이유를 대며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정부의 정보공개 관련 법률을 제정 반포한 뒤로는 지방정부가 연구기관의 조사연구 신청이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함부로 거절할 수 없도록 되었다. 또한 현재는 대부분의 지방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투자유치와 관광자원개발에 온 힘을 경주하고 있고 나아가 정치적으로나 경영관리 차원에서도 광고나 선전을 통해 자신들의 지역에 대한 노출빈도를 최대한으로 늘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모두가 자기 지역의 투자환경, 관광자원 그리고 관료들의 정치적 업적을 외부에 알리고 이해시키고자 함이다. 이런 의미에서 학술조사연구나 언론인터뷰, 외국인의 참관방문 등은 외부에 자기 지역을 선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대다수 중국 지방정부 공무원들의 지식수준이나 의식수준도 비교적 높은 편이기 때문에 각종 학술조사연구 활동에 대해서도 무지하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가령, 어느 지방정부의 경우에는 수시로 학자나 연구기관과 공조해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과 외국의 학자들이 중국에서 현지조사활동을 전개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일반적으로 지방에 가서 해당 지역정부의 협조를 얻어 조사연구를 진행하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선전부(宣傳部)나 선전을 담당하는 공무원과 접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담당공무원의 연락처는 인터넷을 뒤져보면 능히 찾을 수 있다. 설사 그것이 아주 낮은 하급 기초자치단체라도 가능하다. 물론 연구주제의 차이에 따라 연락을 필요로 하는 연락부서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필자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의 10개 성()에 속한 20개 향진(鄕鎭)의 정부나 촌민을 대상으로 깊이 있는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의 현지조사 활동을 벌인 바 있다. 10개의 조사연구 지역 가운데 대부분은 필자의 개인적 ‘꽌시’를 통해 이루어졌고, 3개 지역은 직접 해당 지역정부와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방정부와 직접적인 연락을 통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통상적으로 필자는 당해 지방정부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그 지역 당 서기나 시장의 E-mail 주소를 알아내 그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면 어떤 지방정부의 지도자는 정책연구실이나 비서과 혹은 판공실 등에 필자와의 연락 등 구체적 업무를 지시하고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준다. 물론 상당수의 지방정부는 연구자의 조사연구 청구에 불응할 지도 모른다. 이는 극히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다른 민주국가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것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예를 들어, 필자는 영국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간혹 ‘꽌시’ 중에는 그다지 실제적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조사활동의 순조로운 진행을 담보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꽌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설령 연구자 본인이 성공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생각한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중국에서 조사연구 활동을 진행함에 있어 중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중국의 문화습속을 존중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가령, 소수민족 지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해당 민족의 습속과 금기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는 자칫 상대방에게 저지를 수 있는 무례나 불경한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만일 연구자가 농촌지역 특히, 중국남방의 농촌 지역을 조사연구하려 한다면 사전에 그 지방 언어를 잘 하는 통역(가령, 그 지역 출신의 대학생)을 구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한국 학자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유의사항을 하나 얘기해 준다면, 그것은 바로 동북지역에서 한중간의 역사문화와 영토분쟁에 관련된 조사를 진행할 때(이러한 연구주제는 조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식적인 조사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민족적 입장을 함부로 표출한다거나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어기면 자신의 조사는 물론이고 조사에 도움을 준 상대측에도 적지 않은 곤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조사의 순조로운 진행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학술대회나 사적인 친구 사이에서 각자의 견해를 피력한다면 그것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사회의 발전은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과 같다고 할 것이다. 기존에도 수많은 이론들이 발표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중국의 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이글은 연구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학술창조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중국의 연구 환경도 변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갖가지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연구에 매진한다면 과거에 불가능했던 수많은 일들이나 과거에는 실현될 수 없었던 조사방법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가능한 일이 되었다.

 

 

※ 마더용(馬得勇)

서울대학교 정치학박사(2007.8)

영국 노팅험대학(Notingham UNIV.) 마리 큐리 연구원(Marie Curie Fellow)

현 난카이대학(南開大學) 저우언라이정부관리학원(周恩來政府管理學院) 부교수.

주요 연구분야는 사회자본, 신뢰, 중국기층민주, 정치문화, 비교정치(주로 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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