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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29 /2013.01] 기획 _ 이미지로 보는 중국 (1)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天地廣闊 大有作爲)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17 조회수 144

[Vol.29 /2013.01] 기획 _ 이미지로 보는 중국 (1)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天地廣闊 大有作爲)

| 기획 | 이미지로 보는 중국 (1)

 

저희 『중국 관행 웹진』에서는 2013 1월부터 <이미지로 보는 중국> 칼럼을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인천대 HK사업단 및 소속 연구원들이 소장하고 있는 포스터, 사진, 그림 등의 각종 이미지 자료 중의 일부를 선정하여 설명과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이미지들에 내재되어 있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의미를 함께 읽어 나감으로써 중국 일상의 여러 단편을 새롭게 조명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天地廣闊 大有作爲)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그림 1은 문화대혁명시기 홍위병의 하방(上山下鄕)을 선전하기 위한 포스터이다. 그런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은 30-40대들에게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지난세기 90년대 유행했던 해체된 그룹 대우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을 떠올리게 했을 지도 모르겠다.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나온 것이 1990년이니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런데 그 말은 그보다도 20여 년 전 중국에서 이미 유행하였고, 그로 인하여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과 고통을 겪었다는 것은 대우의 운명과 묘한 대비가 된다.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었지만, 정작 대우그룹은 세계경영을 앞세운 무리한 투자와 과도한 팽창으로 인해 1997년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다. 40여 년 전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홍위병운동으로 인한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자, 마오쩌둥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8 12월 그림에서 학생들이 들고 있는 마오주석 어록(毛主席語錄)의 “지식청년들이 농촌으로 가서 빈농과 하층 중농들의 재교육을 받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따라 문혁과 그 이후 1980년까지 약 1500만 명에 이르는 홍위병 출신 중고등학생 지식청년들이 농촌과 변방으로 보내지는 상산하향(上山下鄕)이 이루어진다.

 

홍위병은 마오쩌둥 주석의 좋은 학생으로서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혼란을 통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하여(天下大亂達到天下大治: 천하의 대란을 통하여 천하 대치에 도달하다)” 혁명을 하여, 기존의 당과 정부의 당권파로부터 권력을 탈취하여 혁명위원회(革命委員會)를 만들어 “조국의 산하를 하나로 붉게(그림 2: 祖國山河一片紅)” 만든 주력이었다. 그러한 홍위병이 다시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기치로 마오쩌둥의 어록을 들고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 차 농촌으로 변방으로 황무지로 보내졌던 것이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들에게 마오쩌둥은 유일한 태양이었고 마오쩌둥의 어록은 최고지시(最高指示)였다.

 

그러나 하방이후 그들이 마주한 것은 황량한 자연과 빈곤한 농촌의 혹독한 시련이었다. 혁명의 낭만이 지나간 자리에서 마주한 것은 혁명 20년이 지난 중국의 여전한 가난과 열정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엄혹한 자연환경이었다. 김우중 회장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했던 바로 그 시기 우리나라의 대륙연구소에서 개발하려다 좌절한 헤이룽장성의 삼강평원(三江平原)이 바로 하방당한 홍위병들의 한과 눈물이 서린 베이따황(北大荒)이었다. 그러고 보면 베이따황은 홍위병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범접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중국에서 경지면적이 가장 넓고 기계화가 가장 잘된 국영농장들로 탈바꿈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김우중은 젊은이들에게 세계로 나가라고 했고 마오쩌둥은 홍위병들에게 농촌과 변방 오지로 가도록 했다. 그런데 2012년 새롭게 등장한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왕치산(王岐山) 등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대부분이 하방당한 지식청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하방의 경험이 없었다면 중국의 빈곤한 엄혹한 현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결과적으로 빈곤한 농촌과 황무지의 경험은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도록 한 우회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새로운 권문세가의 이기적 귀족에 지나지 않았을 소위 태자당들에게 하방의 경험은 새로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오늘의 시진핑, 왕치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저어되는 것은 “할 일은 많다(大有作爲)”는 것이 다시 중국의 공공연한 구호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스스로는 “평화로운 부상(和平崛起)”이라고 하지만 “할 일이 많다”는 것이 국가의 발언이 되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을 고취시키기 위한 구호일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연전에 중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의 학자들이 중국이 다른 강대국과 마찬가지로 힘의 원리에 따라 행위하면 된다고 했다. 다른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보편적 가치의 예속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내어야 한다는 데 대한 대답이었다. 약간은 부아가 치밀어 중국이 미국과 같은 길을 간다면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쏘아주었다. 중국의 부상으로 서세동점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중국이 공공연히 주창하는 “할 일은 많다”는 것이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에서 기존의 강대국과 동일한 행위 양태를 가진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대한 선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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