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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20 /2012.04] 기획 _ The story of SUN(孫)’s Family: 인천화교손덕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1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16 조회수 107

[Vol.20 /2012.04] 기획 _ The story of SUN()’s Family: 인천화교 손덕준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11)

구술: 손덕준 _ 인천 중화루 사장 

채록: 송승석 _ 인천대학교 HK 연구교수

 

연재를 시작하며

인천대학교 HK 중국관행연구사업단은 화교연구의 일환으로 화교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대상이 인천화교의 대표적 인물 손덕준(孫德俊)과 그의 가족이다. 어느 일개인의 가족사가 화교 전체의 기억과 역사를 온전히 담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화교 개인의 인생 궤적을 꼼꼼히 되짚어보는 것은 삶의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본 연재에서는 구술채록의 일부를 발췌해서 싣도록 하겠다.

 

*. 본 연재는 기본적으로 구술기록의 일부를 발췌해서 싣되, 지나치게 문맥이 어색한 부분은 임의로 수정을 가했다.

*. 문중에 말줄임표()가 있는 부분은 공개하기에 적절치 않은 부분이나 반복되는 내용으로, 구술대상자와 상의 하에 생략한 부분이다. 또한 지면의 한계로 인해 기본 내용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채록자 임의로 생략한 부분도 있다.

*. (???) 부분은 성명이나 상호명으로, 구술자가 한자표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추후에 조사를 해서 보충하도록 하겠다.

 

송승석(이하 송) : 말씀 나오신 김에, 화교학교 얘기도 좀 말씀해 주세요. 원래 이거는 학교 교장선생님이나 학교 이사장님한테 여쭈어야 하는 거지만, 지금 여기에 안 계시니까 사장님 생각하시는 바를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먼저 학교 이사회에 대해서. 일단 학교가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학비는 어떻게 책정해야 되는지 하는 것들을 이사회가 결정할 테니까. 전 원래 학교 이사회하고 화교협회 이사회하고 같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르죠?

 

 

손덕준(이하 손) : 달라요. 학교 이사회는 옛날엔 자장훼이(家長會)라고 했는데 지금은 동스훼이(董事會), 이사회라고 해요.

 

 

: 그러니까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거죠? 화교협회 이사회하고. 그렇지만 거기에 참여하는 이사 분들은 많이 겹치죠?

 

: 사실 학교에 대해서는 저도 백 프로 다 아는 건 아니에요. 화교협회 회장단들 거의 다 학교 이사회에 들어가 있어요. 화교협회 이사진하고 학교 이사회하고 다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학교운영은 화교협회하고 떨어질 수 없는 거요. 화교협회 입김도 만만치 않고. 저도 학교 이사요. 그런데 학교 이사회는 회의를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해요. 평소 술자리에서 다 해버리니까. 좀 소극적이야.

 

: 이사회에선 주로 어떤 것들을 결정해요?

 

: 학비 같은 거. 옛날에 유치원 학비 올릴 때, 한 번 부르더라고, 회의에.

 

: 그건 굉장히 중요한 거잖아요? 학비 올리고 또 학교 운영을 하고 또 뭐 건물이 어디가 파손이 됐다 이럴 때 이제 이사회가 회의를 하게 되는 거죠?

 

: 그렇지. 큰돈 들어갈 때. 근데 사실 솔직히 말해서 이사진들 좀 적극적으로 안 해. 원래 중국인들, 화교들 있잖아? 남들한테 싫은 소리 안 해. 미안해서 얘기 못해. 괜히 나섰다간, “또 싫은 소리한다.” 이런 소리 들을까봐. 여태까지 관례예요. 그러니까 교장선생님이 이번에 학비 얼마로 올려야 한다, 또 유치원은 어떤 식으로 리모델링해야겠다, 하면 간단하게 관계자가 나와서 보고하고…. , 그런 식으로 해요.

 

 

 

: 그럼, 실질적으로 학교 운영은 교장선생님께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시는 거군요? 그런데 학교는 자녀들 교육을 하는 곳이니까, 자녀들 둔 화교 분들은 학교에 관심을 안 가지려야 안 가질 수 없을 것 같은데?

 

: 솔직히 반성하면, 나도 이사 하면서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학교에. 사실, 우리 애들, 다 대학 들어갔으니까. 더 이상 이 학교 안 다니니까. 관심이 자연스레 없어졌어요. 근데 요즘은 좀 생각이 달라요. 다시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 왜냐하면, 우리 손녀딸 있잖아? 근데 학교가 너무 약해. 이 학교는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다 너무 약해. 그렇지만 만일 우리 손녀딸이 이 학교 안 다니면 한편으로 좀 아쉬운 것도 있어요. 그건 뭐냐 하면, 우리 손녀딸도 중국말 좀 알아야 하잖아? 엄마가 한국 사람이니까 중국말은 학교 가야 배울 수 있을 거 아냐? 고민이야. 앞으로 어떻게 될 줄 알아? 나중에 한국 대학교 보내야 할지, 중국 대학교 보내야 할지…. 그래서 우리 아들한테 이번에 송도신도시에 아파트 사준 것도 국제학교 보내려고. 거기 국제학교 있잖아? 그런데 걱정은 거기 가도 영어는 어떻게 잘 할지는 모르지만, 중국말은 어떻게 해? 걱정이야. 학비가 싸고 비싸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애들 부모 입장에서는 제대로 교육시키려고 할 거 아니요? 참 고민스럽더라고. 난 어떻게든 중국말은 배웠으면 좋겠어. 난 우리 손녀딸 국적은 상관없어. 한국국적이면 어떻고, 중국국적이면 어때? 근데 지금 외국인학교 보내자니, 얘가 언제 중국말 배우느냐 이거야. 중국말도 자연스럽게 배운 것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 하고 차이 있어. 물론 다 내 아들 부부가 알아서 하겠지만…. 사실, 우리 아연이 대학 들어갈 때, 내가 살아있을지 죽었을지 모르는 거니까, 이게 다 쓸데없는 고민일지 모르겠지만.

 

: 제가 생각할 때, 화교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부모들은 지금 다들 젊잖아요? 주로 3, 40대일 텐데. 그래서 학교에 대한 요구가 많지 않겠어요? 가령, 학교에서 간체자를 가르쳐야 된다든지, 교과서를 개편해야 된다든지, 그런 요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 간체자 그거…. 한번은 내가 이사회에 가서 간체자 교육, 중국식 교육 받아들여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후대 자녀들이 나중에 중국 대학교 들어가려면 다시 글자 배워야 된다. 그 얘기 했다가 아주 그냥 낙동강 오리알 될 뻔 했어.

 

: 학교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건가요?

 

: 학교도 사정 있겠지만…. 그게 참 어려운 거요.

 

: 이 학교 학생 부모 중엔 한국인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 그렇지. 4, 50%는 부모가 다 한국 사람이에요. 아니, 화교 애들만 해도 엄마만 따지면 거의 8, 90%쯤 한국 사람이야. 애들 교육시키는 건 엄마가 역할이 제일 크거든요. 아빠야 먹고 살기 바쁘니까, 직장 다니고 자기 사업하기도 바쁘니까…. 여기 학생의 거의 절반은 다 한국 학생이야. ? 중국말 배우려고. 그 장점 있으니까 여기 보내는 거야. 학비도 싸지 않아. 그래도 보내. 중국말 배우려고. 오히려 화교들 중에 돈 없는 사람은 한국 초등학교 집어넣어. 중국말이고 뭐고 일단은 돈이 안 드니까. 근데 사실, 한국 부모들 간체자가 뭐고 번체자가 뭔지 알아? 몰라. 그래서 내가 그 얘기 한 마디 했다가 아주 이상한 사람 된 거요. 솔직히, 학부모도 인천하고 서울하고 수준이 좀 다른 것 같아. 서울하고 인천하고 거리는 한 시간밖에 안 되지만 그렇게 차이 많아요. 지금 화교학교 한국 학생들 없으면 운영이 힘들어요. 한국학생이 절반이야. 유치원은 더 해. 60%가 한국 애들이야. 거기 들어가려고 밤새 줄을 서요. 그것도 뒷배가 있어야 해. 나도 가끔 빽 써주고 했는데. 중국말 한 가지 배운다, 그거 때문에. 반대로 고등학교에는 애들 없어.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갑반, 을반, 병반까지 있었는데. 그것 가지고도 모자랐어.

 

손만평 : 전에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요즘 한국어머니들이 많잖아요? 아이 교육에 굉장히 열성이에요. 근데 아까 아빠 말씀대로 학교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교과과정을 이렇게 해도 되는지, 과연 이 교육이 맞는 건지, 한국 엄마들은 잘 몰라요. 대신에 학교 환경개선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나온대요. 또 교장선생님 말씀으로는, 화교 부모들보다 한국 부모들이 교육에 대해서는 훨씬 더 열성이래요. 그게 왜냐면, 화교부모들은 대개 다 같이 일해요. 다들 바쁘잖아요? 그래서 애들한테는 신경을 별로 못 쓰는 거예요. 그냥 학교에 맡겨버리는 거죠. 맡기면 알아서 해주겠지. 맞았으면 맞았나 보다. 맞을 이유가 있었겠지. 근데 한국 학부모들은 난리 나거든요. 교장선생님 말씀이 화교 부모님들은 거의 의견을 내지 않는대요. 사실, 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별 의견이 없어요. 학교가 이렇게 되는지 저렇게 되는지 관심도 별로 없고. 그래도 요즘 한국 엄마들이 많이 있으니까, 환경 쪽이나마 많이 개선되었다고.

 

: 언젠가 이사회 미팅할 때였는데, 한국 학부형들이 난방이 어떻다, 정수기가 어떻다, 다 제시하더라고. 화장실 위생문제, 청결문제, 난방문제….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신경 써야죠. 요즘은 학교도 시대가 바뀌었어. 그런데 교장선생님도 신경 많이 쓰고 계시지만, 학교도 화교협회하고 비슷해요. 선생님들 월급 많이 못 주고…. 그리고 지금 화교 애들 중에는 엄마가 한국 사람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학교에서 중국말 배워야 해요. 중국말이라도 가르치려면 이 학교 집어넣어야 해요. 대만이나 중국에 대학 가서 졸업도 못하고 돌아온 애들 많아요. 그나마 쉬운 게 한국 대학교 가는 거요. 외국인특혜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는 학생들 많아요. 적응이 힘들어요. 영어도 약하고 모든 면이 약해요. 대학 다니다가 외국 가서 영어 배우고 돌아오는 애들도 있는데, 그래도 웬만해선 한국 애들 따라가기가 벅차요. 그냥 대학 문만 들어갔다고 도로 나온 애들 많아요. 그게 갈수록 심해진다니까?

 

: 그게 교육과정 때문에 그런 면이 있을 거예요.

 

: 지금도 대만에서 교과서 지원받아서 가르치는데, 다 옛날 거요. 지금은 대만에서 그거 안 가르쳐. 그러니까 수준이 약한 거죠. 대만에 갔다가 돌아온 애들도 많아요, 졸업도 못하고. 피나는 노력을 해야 겨우 따라가요.

 

: 학교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조달해요? 지금도 대만대표부에서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주나요?

 

: 비용은 다 학비야. 대만대표부는 학교에 뭘 지원해주냐면, 교과서야. 그것도 대만에서 지금은 안 쓰는 것, 몇 년 지난 것.

 

: 학교 운영은 전적으로 학비로 충당한다?

 

: 그렇죠.

 

 

 

: 교과서는 예전부터 대만에서 제공한 것이고…. 제가 알기로는, 초창기엔 대만에서 교사들도 직접 오시고 했다는데?

 

: 그랬지. 근데 지금은 안 와. 이거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학교도 중국식 교육 받아들여야 해. 아까 말했지만, 옛날에 학교 이사회에 가서 내가 그랬잖아요? 간체자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 말 해가지고 내가 아주 공산당으로 몰렸어. 내가 그랬어요. 나도 이 학교 다녔고 내 자식들도 다 이 학교 졸업했고, 또 앞으로도 내 손자 녀석들 다 여기 다녀야 한다. 그러니 바뀌어야 한다고, 교육도. 아니, 지금도 인천시에서는 뭘 한자로 쓰면 다 간체자로 쓴다. 물론 번체자도 배워야 하지만, 애들 교육을 위해서는 간체자 받아들여야 한다. 교과서도 대만 교과서 중요하지만 중국 교과서도 같이 배워야 하는 거 아니냐고. 여기 고등학교 나오면 나중에서 간체자는 다시 배워야 해. 만약 중국대륙으로 애들 유학가면 그 젊은 애들 글자 다시 배워야 해. 한국 대학에서도 간체자 쓰잖아요, 맞죠?

 

: 그렇죠. 중국어 배울 땐 다 간체자로 배우지.

 

: 중국 교육부에서 중국대사관 통해 선생들 영입해야 하고…. , 그런 말 했더니 다 뒤집어졌어. 그래서 그건 당장 힘들 것 같아. 문제 있으면 고쳐야 해요. 물론 학교 선생님들이 다 알아서 하시겠지만…. 중국대사관에서 공문 하나 오잖아? 그러면 몰라. 여기 고등학교 나온 애들은 못 알아봐. 이건 중국, 대만의 문제가 아니야. 자식 교육을 위해선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사실, 나도 학교 얘기하면 할 얘기 많아요.

 

: 만평, 현재 여기 계신 선생님들 총 몇 분이야?

 

손만평 : 어…. 일단 학년 별로 담임선생님 한 분씩 계시고…. 그러니까 중고등학교까지 다 하면 총 20여 명 될 걸요?

 

: 다들 연세들은 높으신가?

 

손만평 : 대부분 나이 많으시고, 30대 초반의 젊은 선생님도 계세요. 제가 알기로는, 제 선배 중에 어느 분도 지금 선생님으로 임용되셨다고 들었어요.

 

: 선생님들은 모두 대만에서 공부하시고 오신 분들인가?

 

손만평 : 대부분은 그렇지만…. 전에는 대만에서 교사로 초빙되어 오신 분도 계셨어요. 제가 다닐 때는 없었지만.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쯤엔 고등학교에 중국대륙에서 수학선생님을 모시고 온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그 선생님을 막 놀리고 그랬어요. 대륙에서 오신 선생님이시잖아요? 그 선생님, 여자 분이시고, 체구도 작은 분이셨는데…. 1, 2년 가르치셨나? 그 중간에도 간혹 대륙 선생님들이 계시긴 했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보통 선생님들은 그냥 “연습장 꺼내라.” 하는데 그 선생님은 “차오즈(草紙) 꺼내세요.” 그래요. 그럼, 우리는 차오즈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선배 언니, 오빠들이 막 놀리고 그랬어요. 대륙에서 오신 선생님들은 대개는 짧게 가르치시던 젊은 선생님들이었어요. 대신 여기 남아 계신 선생님들은 평균 10, 20년 길게는 30년까지 계시는 그런 선생님들이 많아요.

 

: 한국어 수업은 어떻게 하나? 일주일에 한국어 수업은 몇 시간 정도야?

 

손만평 : 일주일에 한 두세 번 있을까? 제가 알기로는, 교과서도 옛날부터 아주 오래된 거. 얇은 책이었는데 거기에다 띄어쓰기 연습하고…. 심지어 저희 때는 국민교육헌장도 외웠어요. 웃기죠? 그거 한국에서도 700년대 학생들만 했던 거 아니에요? 또 한국어 가르쳤던 선생님 한 분은 화교신데, 연세대학에서 한국어 전공하시고 어떻게 우리 학교에서 한글 가르치셨는데…. 사실, 뭐 한글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이상의 「날개」 같은 한국문학작품 몇 개 뽑아서 가르치고, 주로 띄어쓰기 가르쳤어요. 정말 생 기초. 물론, 우리가 한국 대학 갈 때는 그나마도 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 그런데 들리는 소리로는, 화교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중국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하던데?

 

손만평 : 좀이 아니라 아주 많아요. 학교에선 어느 정도냐 하면, 교실마다 「我愛說中文」이란 표어를 붙여놓아요. 그게 다 애들이 학교에서까지도 중국말 하지 않고 주로 한국말 하니까 그런 거예요. 사실, 예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점점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아주 개혁적인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학교 시설이나 교육면에서 아주 개혁적인 면을 추구하셨던 분이세요. 지금은 그만 두셨는데. 그 선생님은 자기 개인 돈까지 들여가면서, 학교 복도에 좋은 말귀 같은 것 붙여놓고, 되게 활발하게 학교를 이끄셨는데….

 

: 그러면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화교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집에서도 중국어를 잘 안 쓴다는 말이네?

 

: 문제가 있어요. 아빠가 화교라도 엄마는 대개 한국 사람이잖아요? 그럼, 중국말 쓸 기회가 없는 거지. 다 한국말 쓰고. 그나마 학교에서 몇 시간 배우는 건데, 그것마저도 기초가 없어요, 기초가. 그러니까 중국말 해도 유창하게 못하고 덤벙덤벙 하지.

 

손만평 : 근데 재미있는 건, 누가 중국말 하면 알아듣는 건 다 알아들어요. 말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근데 설사 중국어를 한다고 해도 대만이나 중국의 표준어가 아니라 완전히 한국말하고 중국말이 뒤섞인 그런 말 있잖아요? 거기다가 억양이나 성조는 산동 방언식이고. 그러니까 얼마나 웃겨요? 중국어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니고, 산동말도 아니고…. 물론, 학교에서는 대만식 중국어를 하길 원하죠. 근데 선생님이나 학생들 다 산동화교들인데, 굳이 ‘내가 대만 표준어로 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 느낌엔.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학생들 다 대만식으로 하면 뭔가 낯간지러움 같은 게 있어요. 저도 지금 고3 때 선생님이랑 아주 친한데, 만나면 중국말 같지도 않고 되게 어중간한 그런 식의 중국어를 써요. 물론 학교 수업시간엔 국어로 가르치지만….

 

: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중국말 할 줄 아는 사람 밑에서 크는 거하고, 전혀 중국말 안하고 학교에서만 중국말 배우는 것하고는 차이가 많은 거예요. 만평이는 할머니가 키우다시피 했으니까 중국말로만 대화하잖아요? 그러니까 중국말 할 줄 알지. 만약에 자기 엄마가 키웠어봐. 중국어 못 했을 거야. 그런 차이가 있어요.

 

손만평 : 근데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어디를 가나 본토에 있지 않은 학생들은 접하는 매체가 사실 외국어인 셈이잖아요? TV나 모든 게…. 우리 같은 경우는 한국말이지만 그게 사실 외국어나 다름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한국에서 중국어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는 거예요. 사실 그렇게 하기도 힘들고, 강요할 수도 없는 거고.

 

: 그렇지. 그게 쉽지 않지. 미국에 사는 한국인 같은 경우에도 그 자녀들 중엔 한국말 못하는 사람 많잖아?

 

손만평 : . 그런 식이죠. 그래도 알아듣기 다 알아들어요, 애들은. 단지 말을 잘 못할 뿐이지.

 

: 그럼, 학교에 가도 학생들끼리 쓰는 말은 한국말이 훨씬 많겠네?

 

이선애(중국동포) : 중국은 경우가 좀 달라요. 중국에서도 조선족들 학교 가잖아요? 그럼, 학교에서 조선말, 한국말 해요. 왜냐면 조선말 가르치는 조선학교이니까. 근데 딱 집에 가면 전부 중국말 해요. 엄마부터 아빠까지 다 중국말하고. 학교 가면, 선생님이 한국말로 수업하는데, 발음도 좀 어눌하고 북한식 말투로…. 저희 오빠네 애도 지금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인데, 집에 오면 그냥 중국말만 한다니까요? 학교는 조선학교 다니는데.

 

그게 다른 게 아니라 똑같은 거예요. 조선족하고 화교는 입장이 똑같아. 그런 거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제가 여기 소학교 다닐 때만 해도 우리도 한국어 시간 있었어요. 그때도 뭐 일주일에 한두 시간 했을 거예요. 그래도 그거 무시할 수 없는 거예요. 우린 한국 글자 거기서 다 마스터했어요. 기본적인 받침 같은 거. 그게 효과가 상당히 있어요. 정식으로 배운다는 게 무시 못 하는 거예요.

 

: 사실, 제가 대학 들어갔을 때에도 우리 중문과에 화교가 여섯 명인가 있었어요. 근데 그중에서 한 명은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거야. 우린 화교니까 당연히 중국어 잘 할 줄 알잖아? 근데 중국어 한 마디 못하니까 오히려 중국어 수업시간에 주눅이 들어 있더라고. 그게 그 애한테는 외려 공포의 시간인 거지. 근데 나머지 다른 애들도 중국어, 한국어를 말로는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쓰는 건 그렇게 유려하지가 않아.

 

손만평 : 제 남동생도 5학년까지 ‘어린이’란 글자도 한글로 못 썼어요. 내가 얼마나 황당했던지…. 내가 그랬어요. 넌 ‘어린이’도 못 쓰냐고. 자긴 모른데요. 이거 정말 문제가 되는 거죠. 초등학교 5학년인데 ‘어린이’도 못 쓸 정도면, 학교 한글교육이 형편없다는 말이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만승이가 중국어를 되게 잘 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한국어도 어중간해요.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아닌….

 

: 난 한편으론 그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면도 있어. 그게 이중 언어를 구사해야만 되는 전 세계 이주민들의 고민이지. 그건 그렇고…. 학교의 학비는 어때요? 한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인가된 학교가 아니니까, 지원을 받을 리는 만무할 테고 또 그렇다고 지금은 대만대표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닐 텐데….

 

손만평 : 학비는 갈수록 자꾸 오르는 것 같아요. 여기 학비 비싸요, 비싸. 5, 60만원 할 거예요.

 

: 아니야, 더 해. 지금은 7, 80이야.

 

손만평 : 맞아요. 그건 제가 학교 다녔을 때니까. 아마, 지금은 더 올랐을 거예요. 제가 고3 마지막 학기였을 땐가? 그때 1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다른 학교보다 더 비쌌어요.

 

: 매달 그렇게 들어가는 건 아니지?

 

손만평 : 한 학기에 두 번씩이니까 분기별로 그런 거죠. 그래도 비싸요.

 

: 그럼, 한 학기에 백만 원 정도?

 

: 백만 원 더 되죠. 한국은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이잖아? 9년 학비 없는 거잖아? 그런데 여기는 사립학교요. 그러니까 학비 부담이 상당한 거지.

 

 

 

: 그럼, 화교들 중에도 가난한 사람은 화교학교 못 보내겠네요?

 

: 못 보내면 한국학교 가는 거지. 화교학교 아무나 못 가요. 한국학교 가면 한국사람 되는 거야. 중국말 한마디 못하고. 여기 학생 수가 다 합치면 한 500명 정도 되는데….

 

손만평 : 500명도 안 될 걸?

 

: , 유치원까지 합치면 그렇게 돼. 근데 한국 애들이 절반을 차지해. 그래서 과외공부가 필수적이야. 한국 애들, 중국말이 유창하지 않기 때문에 과외공부 해야 돼

 

손만평 : 저 때만 해도 학원 다니는 애들 별로 없었어요. 수학 학원 다니는 애 1명 정도인가? 근데 지금은 한국 애들이 한 반에 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과외 다니고 학원 몇 군데씩 다니고 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지금은 중국어가 대세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한국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만 여기서 다니고 나중에 중고등학교 들어갈 땐 다시 한국 학교로 전학 가는 경우가 많아요. 전 그렇게 들었어요.

 

: 그럼, 한국 학생하고 화교 학생하고 학비는 똑같은가요?

 

: , 그건 똑같아요. 아무튼 교육청에서 그 문제 잘 해결해주어야 할 텐데.

 

: 사장님은 현재도 학교 이사이시죠?

 

: .

 

: 아무튼 저도 이게 시 정부나 교육청에서 나서서 어떻게든 해결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지금 화교사회가 유지되고 있는 게 다 화교학교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박사님 말이 딱 맞아요. 화교학교는 화교사회의 중심이에요. 학교 없었으면 화교사회 진작 없어졌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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