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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19 /2012.03] 관행논단 _ 중국 고위 지도자의 퇴직제도와 원로정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16 조회수 52

[Vol.19 /2012.03] 관행논단 _ 중국 고위 지도자의 퇴직제도와 원로정치

안치영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은 종신 동안 직위를 유지했으나, 1980년대 이후, 개혁을 통해 종신제가 폐지되고 직무 임기제와 퇴직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1980년대 초, 퇴직제도가 도입되었다. 중국에서 퇴직제도가 공식화된 것은 중국공산당이 결정한 중앙 13호 문건인 「중공중앙의 원로간부의 퇴직제도 건립에 관한 결정(中共中央關于建立老幹部退休制度的決定)」이 1982 2월에 발표되고 난 이후 이다. 이후 1982년 개정된 헌법에서 주요 국가지도자들의 직무에 대한 중임제가 도입되는 등 고위 지도자들의 임기와 퇴직에 대한 규정들이 규범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신제에서 임기제로의 전환과 퇴직제도의 확립은, 관련 규정의 마련과 더불어, 그것의 실행을 위한 과도기적인 일련의 보완 조치들이 필요했으며, 그 과정에서 중국적 특징을 갖는 규범들이 형성되었다.

 

중국에서 1980년대 이후 퇴직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부의 문화대혁명에 대한 반성과 관련된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문화대혁명 발생 원인의 하나로 종신제와 개인숭배에 기초한 권력의 과도한 집중에 주목했으며, 종신제 폐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0년 말부터 진행된 권력교체과정에서 실권자인 덩샤오핑이 고령을 이유로 최고지도자의 지위에 오르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이것을 시발로 종신제 폐지와 퇴직제도 확립의 필요성이 공론화 되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는 종신제에 익숙해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혁명과정에 참여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설 했고, 스스로를 국가의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250만 명의 원로 간부들이 건재해 있었다. 따라서 퇴직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고위 원로 간부들의 퇴직을 위한 과도적 조치로서, 중앙과 성급(省級) 당 조직에 고문위원회(顧問委員會)를 만들었으며, 퇴직한 원로 간부들이 정치적 권한을 유지하고 경제적 우대를 받도록 하는 등 중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퇴직 제도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_ 과도적 기제로서 고문위원회

 

고문위원회는 종신제 폐지를 위한 과도적인 방법으로써, 1982 12차 전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수정하면서, 당의 중앙위원회와 성급 당위원회의 자문기구로 각각 중앙고문위원회와 성급 고문위원회를 만들었다. 고문위원회는 당령(黨齡-당원으로서의 활동기간) 40년 이상인 원로들 중에서 임명된 위원들로 구성되었다. 중앙고문위원회와 성급 고문위원회는 각각 중앙위원회와 성급 당위원회의 지도하에 활동을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문위원회 위원들은 각각 해당 중앙위원회나 성급 당위원회에 배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며, 특히 중앙고문위원회 부주임에게는 중앙정치국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그런데 고문위원회는 자문기구이자 명목상으로는 중앙위원회나 성급 당위원회의 지도를 받는다고 규정되어 있었지만, 현임 중앙위원이나 성 당위원회 위원의 전임자이자 현직 위원들의 상급자였던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권력관계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었다. 다시 말해, 고위 지도층의 퇴직 제도를 만들기 위한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옥상옥으로 작용할 개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위험은 고문위원회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고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덩샤오핑(鄧小平)은 고문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면서 당 대표대회 임기 3차례 정도 존속하는 한시적인 기구로 제한을 했던 것이다. 5년 임기인 당 대표대회 임기 3차례는 15년인데, 이는 덩샤오핑이 1997, 천윈(陳雲) 1995, 그리고 리센녠(李先念) 1992년에 사망한 것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대체로 당의 혁명원로들의 자연적 수명이 소멸되어가는 시점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고문위원회는 처음 제안했을 때보다 좀 더 이른 시기인 당 대표대회 2차례를 경과한 이후인 1992 14차 전당대회에서 폐지된다.

 

 

_ 퇴직 연한과 퇴직 원로 간부에 대한 대우

 

퇴직 원로 간부에 대한 우대는 특히 혁명과정에 참여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는데 공을 세운 간부들에 대한 우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들의 퇴직을 단순히 ‘퇴직’이라는 일반적 명칭이 아닌, ‘이직휴양’(離職休養 즉, 離休 리슈)이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부르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 퇴직에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퇴직하는 일반적인 퇴직(退休, 퉤이슈)과 더불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이전 입당한 원로 간부들을 우대하기 위해 그들에게만 적용하는 특수한 퇴직을 의미하는 이직휴양(離休, 리슈)의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도 연령 규정은 전자와 동일하지만 혁명에 기여한 공로에 대한 인정으로 특수한 우대를 받는다.

 

퇴직 연한 규정이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과 국가의 장관, 성급 당과 행정단위의 서기와 성장급은 65세로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과 국가의 부부장(차관)과 부서기 및 지방의 부서기와 부성장급은 정년이 60세이다. 국장급 간부도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간부의 경우 남자는 60, 여자는 55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퇴직 연령에 달하지 않은 경우도 신체조건의 문제가 있을 때는 조기 퇴직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연령에 도달한 경우도 건강하고 업무상 필요한 경우 일정기간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퇴직연령이 엄격한 규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할 것은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간부들이 일반 간부도 있지만 이른바 정무직 또는 선출직 간부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정무직이나 선출직의 경우 담임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규정하고 있지만 연령의 상한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하여 중국에서는 정무직과 선출직에 대해서도 느슨하지만 연령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국가주석과 정치국상무위원부터 하급 간부까지 일원적인 간부체계로 관리되는 중국의 간부관리체계에서 종신제를 폐지하기 위한 조치로서 만들어진 퇴직제도의 형성과정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서의 퇴직은 직무에서 떠나는 것이긴 하지만 정치적 권한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다. 퇴직은 하지만 기존에 누리던 기본적인 정치적 대우와 경제적 대우는 계속 유지하며 특히 이직휴양의 경우는 경제적으로 우대를 받는 것이 그것이다. 퇴직을 한 원로 간부들은 문건을 읽고, 보고를 청취하며 중요한 회의와 정치활동에 참가하는 등의 권한은 여전히 누린다. 그것은 원로 간부가 의사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정에 간여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 원로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과 기제를 통해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고지도부 후임자의 인사과정에서 원로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퇴직원로들이 누리는 그러한 정치적 대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퇴직 간부의 경제적 대우는 혁명 참가 시기나 근무기간 등을 고려하여 대체로 퇴직 전 임금의 60-90%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 1949 10 1일 이전에 입당한 혁명공로자를 우대하는 이직휴양제도가 생기면서 이들 간부들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경제적 우대를 제공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서 1921 7 1일 당 창건일부터 1949 9 30일 사이 혁명에 참가한 원로 간부들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이직휴양 이후에도 퇴직 직전에 받았던 표준 임금과 동일한 임금을 받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혁명 참가 시기와 경력의 차이에 따라 일정한 보조금을 더해 주는 우대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1921 7 1일부터 1937 7 6일 사이에 혁명에 참가한 원로 간부에 대해서는 퇴직 직전의 임금 외에도 추가로 매년 2개월에 상당하는 금전적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한 1937 7 7일부터 1942 12 31일 사이에 혁명에 참가한 원로 간부들에 대해서는 매년 1개월 반에 상당하는 금전적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했으며, 1943 1 1일부터 1945 9 2일 사이에 혁명에 참가한 원로 간부들에게는 1개월 상당의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것이 중국 고위 지도자 퇴직 제도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이 같은 퇴직제도는 종신제에서부터 임기와 임직 연한을 규정한 퇴직 제도로의 전환과 그 과정 중 혁명에 공헌한 원로들에 대한 우대의 필요성을 고려한 결과 독특한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특징은, 혁명 참여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전후인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건국 이전에 혁명에 참가한 원로들에 대해서는 이직휴양이라는 특수한 퇴직 제도를 만들어 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 특징은-이는 중국의 정치체제 또는 간부인사관리체제 및 종신제 폐지와 관련되는데-정무직과 선출직 고위 지도자에게 임직 임기제한 뿐만 아니라 연령제한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직 연령 제한은 원로들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현직에서는 떠나지만, 당 조직 체계 내에서는, 현직을 떠난 당 원로들에 대한 “정치적 대우 불변”이라는 원칙에 따라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퇴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와 기제가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원로들이 중국의 정책결정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특히 이 같은 퇴직제도는 승계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하면서 중국의 특수한 정치체제와 제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2012년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과 관련해 후진타오(胡錦濤)나 원자바오(溫家寶) 같은 현직 지도자뿐만 아니라 장쩌민(江澤民)은 물론 잊혀진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쩡칭홍(曾慶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중국의 이 같은 퇴직제도와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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