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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1/2010.09] 기획1 _ 관행이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2 조회수 60

[Vol.1/2010.09] 기획1 _ 관행이란? 

 

 

중국 사회경제 관행 연구의 현재적 의의와 방법

 

 

전인갑 _ 인천대학교 교수, 중국관행연구사업단장

 

 

1 _ 국의 중국 연구의 성과와 한계

 

중국연구에 관한 한 한국의 인문학계는 그동안 先學同時代 硏究者들의 至難한 노력으로 有無形의 심도 깊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다. 물론 학문적 관점과 현실적 입장에 따라 文史哲 각 영역의 학문적 전통과 성취에 대한 평가에는 적잖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文史哲 중심의 중국연구는 어려운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사회과학 등 다른 어떤 학문영역의 중국연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學問的 傳統을 확립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간의 학문적 축적은 중국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자양분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의 文史哲 중심의 중국연구는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음과 같은 난제에 봉착해 있다. 중국연구에 관한 한 한국의 인문학계는 근대학문체제에 강압적으로 편입됨으로써, 적어도 조선시대 이후 축적한 중국에 대한 知的 遺産을 학문적으로 계승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냉전체제가 가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이 더해져 다음 두 가지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첫째, 한국의 인문학적 중국연구에 한국적 시각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다. 사실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한국 지성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지 못했고 우리 사회의 요구와 유기적 관련을 맺는데 소홀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간 우리의 중국연구가 한국사회에 대한 진지한 지적학문적 성찰을 바탕으로 전개되지 못한 바, 이는 중국을 특별히 외국으로 의식하지 않는 일본학계의 영향과, 서구 특히 미국의 중국연구의 높은 수준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서구 역사에서 抽象된 개념에 대한 誤讀理解 不足에서 초래된 구미의 중국연구에 대한 피상적 이해와 斷章取義的 引用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국적 시각 모색의 부족을 초래했다. 다행히 최근 동아시아론을 비롯하여 인문학 분야에서 중국연구의 한국적 시각을 탐색하는 다양한 논리들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것이다.

 

둘째, 한국의 인문학적 중국연구, 특히 역사학에서 현저한 현상으로서, 중국연구가 현재와의 거리를 고집함으로써 현재적 요구를 반영하는데 소홀했고 학제간 소통도 부족했다는 비판이다. 현재의 중국을 연구하는 것을 금기시함으로써 현재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역사학적철학적문학적 접근-精緻하게 진행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과거와 전통을 현재적 관점에서 역동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학문경향은 한국의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중국이라는 文化體會通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학문적 탐색이 부족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현상이 초래한 자연스러운 산물일 것이다.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봉착한 또 다른 난제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갑작스럽게 증대된 중국에 대한 학문적 수요를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홀시했을 뿐 아니라, 학문적 토대가 취약한 사회과학에서 그러한 역할을 제공한 반면 인문학적 중국연구는 사회적으로 유효한 기능을 담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한 이후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로 부상하고, 그에 따라 중국과 가장 근접한 한국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중국 위협에 직면해 있다. 냉전시기에 한국사회가 갖게 된 중국 인식의 패러다임이 중국의 변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과학계를 중심으로 현실의 수요에 조급하게 복무하는 중국연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그러한 연구가 중국연구의 전체인 양 인식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정책을 보조하고 경제적 요구-기업가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능이 중국연구의 의무인 양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한국의 생존전략으로서의 중국에 복무하는 중국연구가 사회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며, 이러한 경향은 현재 한국사회의 학문적 헤게모니의 지형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질수록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인식과 장기적인 對中國 戰略의 수립을 위해서도, 특정 학문분야 편중이나 현실의 수요에 종속된 연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연구에서 인문학에 기초한 학제적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중국연구는 그 필요성의 증대와 연구 인력의 확충과 연구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구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이중적 한계가 있다. 연구 인프라로서 자료실의 문제와, 연구자의 내적 재생산 구조의 不在가 그것이다.

 

자료실의 경우, 세계화와 한중관계 정상화 이후 연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수집과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도서관과 학과 또는 일부 연구소에서 자료가 축적되고 있지만 분산적일 뿐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자료실의 不在는 연구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정보에 대한 단절과 비용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자료실의 구축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이 학문의 재생산 구조의 不在이다. 국내의 연구기반이 없었던 사회과학분야에서 연구자 재생산 체계가 국내적으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기존에 국내에서 재생산되던 文史哲 연구자 재생산의 외주화에 따른 국내 학문 재생산의 대외 의존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이러한 상황은 독자적인 학문적 축적을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學的 재생산의 대외의존을 영속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한 국내의 學的 재생산 구조의 不在, 한국적 시각의 중국연구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국에 대한 독자적 전략의 수립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국내 중국연구의 한계는 연구 패러다임과 시스템의 혁신적 재구성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 본 연구사업은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중국학술원 건립을 통해 학문후속세대 재생산의 새로운 틀을 마련함으로써 한국의 중국연구자들에게 부여된 당위적 소임을 수행하고자 한다.

 

 

2 _ 중국 사회경제관행 연구의 현재적 의미

 

 

2.1 _ 중국의 大國化중화제국의 유산

 

 

장구한 중국의 역사에서 天下秩序는 중국을 세계의 보편으로 인식하게 하는 핵심적 개념이었다. 華夷論과 결합된 천하질서는 매우 독특한 개념이다. 중국인에게 있어 천하는 단순히 세상 혹은 세계라는 의미가 아니다. 광대한 영토를 통일한 대일통(大一統)의 중국은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의 유일한 보편으로 절대화했으며, 압도적인 정치권력,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세계의 유일한 권력이라 자부했다. ‘천하는 유일한 보편과 유일한 권력을 擔持한 중국 중심의 天下였다. 그러한 질서는 중국인이 인식하는, 그리고 주변 국가에 비해 압도적 힘의 우위에 있는 한 주변 지역에서도 인정하는, 중국인의 천하질서였다. 중국인의 천하질서는 비록 禮的 秩序라는 文化主義的 외형을 띠고 있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의 절대적 보편성(Chinese Standard)을 전제로 한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질서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아편전쟁 이후 서구의 강압에 의해 자신을 상대화하는 과정을 거쳐 식민지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하는 굴욕의 시대를 맞아 중국 중심의 천하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여지없이 깨졌다. 근현대 중국인들이 경험한 굴욕의 저류에는, 서구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군사적으로 열등하다는 현상적 문제 뿐 아니라, 보편으로서의 中華 그리고 中國的 價値(天下秩序)가 와해되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굴욕의 시대를 지난 현재, 개혁개방의 성취를 기반으로 중화에 대한 자신감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굴기하는 중국은 이제 상식화되었으며, 개혁개방 이래 현대화 건설은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 중국을 세계 강국의 대열에 우뚝 솟아오르게 하였다는 자부심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이것은 천하의 중심에서 밀려나 동아의 병자(‘東亞病夫’)로 전락하는 멸시 속에서 지난하게 탐색했던 강한 중국의 회복이 상당 정도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굴욕의 지난 세기와 전혀 다른, 어쩌면 세계의 중심이었던 과거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국격(國格)으로 세계와 소통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논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변화를 신중화주의, 중화패권주의 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은 大國化의 길을 드러내 놓고 모색하고 있다. 권력 엘리트의 정기적인 집단학습의 한 결과물인 <大國崛起>가 이들만의 공유에 그치지 않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수많은 중국인들이 시청했으며, 한국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공중파로 방영된 바 있다. 세계사적으로 여러 대국들의 발생과 소멸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의 최종 귀착지는 중국의 大國化이며, 중국이 더 이상 大國化를 숨기지 않고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그 성격과 실체는 형성과정에 있지만 외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중국은 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형국을 중화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라 해도 지나친 평가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역사성 즉 중화제국 운영의 경험과 역사적으로 축적된 사회경제문화적 자원이, 중화에 대한 자신감 회복의 자양분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역사성을 부정하고 서구 중심의 근대성 혹은 시대성을 쫓아가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역사성을 긍정하고 재창조하려는 문명사적 전환을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성을 긍정하는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강한 중국을 복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적 보편을 회복하기 위해 역사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수많은 실험이 진행되었다. 20세기 초 자신의 역사성을 철저히 부정하려는 시도가 등장하였다. 그 출발점이 54 신문화운동이었다. 54導火點으로 중국사회의 토양으로 작용했던 전통(-역사성)과 지향해야 할 질서로서의 근대(-시대성)를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 것인가를 둘러싸고 사상적, 문화적 긴장이 팽팽하게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국가운영방식, 사회질서, 기존의 관행 등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혁이 모색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근현대사는 충격과 변혁, 동란과 혁명, 신중국 건설이라는 격동을 경험했으며, 그러한 격동이 근현대 중국사의 외형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격동적 변화는 궁극적으로 역사성의 부정을 핵심적 과제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강한 중국이 상당 정도 회복되면서 역사성을 긍정하는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두 가지 경향으로 대별할 수 있는 바, 그 하나는 역사성을 긍정하는 지식구조의 확산이며, 또 다른 하나는 중국 특유의 사회경제관행과 문화를 토대로 운영되는 중국적 특색의 사회건설 움직임이다. 이 두 경향은 중층적으로 형성된 중국의 역사를 기반으로 중국적 보편을 회복하여 명실상부한 대국으로 발전하려는 중국의 미래기획의 양 날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움직임 즉 역사성을 긍정하는 지식구조의 확산은 다음과 같은 지향을 내포하고 있다. 장구한 중국사 속에서 형성된 자신들의 전통을 파괴하기보다는 전통 역시 시대성에 비추어 비판하고, 시대성(-근대성)을 비판적으로 학습하여 전통을 발전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그것의 현재적 효용성을 창출해 내며 중국이라는 文化體의 정체성을 수호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강한 중국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적 토대(-중국적 표준)를 재창조하려는 것이다. 문화주의에 입각하여 통치되는 국가를 理想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理想을 실천해 왔던 문화가 지금까지 유효한 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적 표준을 설정하려는 사상적 모색은 극히 실용적인 의미를 띤다 하겠다. 예컨대 최근 유행하는 공자를 둘러싼 상징조작은 단순한 상징조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한편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건설을 위한 모색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다. 또한 권력 엘리트에 의해 강조되고 있는 유교 윤리의 긍정은,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착근될 수 있는 도덕적 덕목을 전통의 창조적 재구성 속에서 발굴하려는, 그리하여 중국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이념적 토대를 만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를 모델로 미래를 기획하는 중국의 문화사적 관성을 생각할 때, 유교적 통치이념의 적극적 활용, 전략적 의도를 내포한 기획된 역사연구의 확산 등 일련의 사회문화적 현상은 21세기 중국의 미래기획과 밀접히 연동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특유의 사회경제관행과 문화를 토대로 운영되는 중국적 특색의 사회건설 모색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역사성 긍정의 대표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사회경제 메커니즘은 오랜 역사과정을 통해 중층적으로 형성된 장기지속적 구조로 이 사회가 유지되고 운영되었던 다양한 사회경제 관행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관행은 중국을 중국답게 만드는 규범이자 중국적 특색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 요소였다. 대국으로의 지향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사회를 움직였던 전통적 사회경제 메커니즘은 청산의 대상이거나 적어도 근대적 발전을 위해 止揚되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했으며, 실제 새롭고 강한 중국을 회복하기 위한 국민국가의 건설 방향도 그러한 요소의 척결과 최소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비판함과 동시에 중국 특색의 사회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로 상징되는 중국식 발전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중국과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로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미국적 표준 뿐 아니라 다양한 표준의 존립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식 발전모델에 대한 집착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중국 중심의 스탠더드(Chinese Standard)를 창조하고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중국적 표준이 설정될 수 있는 토양은 바로 장기지속되는 중국의 사회경제관행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식 발전모델이 생성될 수 있는 토양으로서의 관행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중국식 발전모델은 지속성, 반복성, 항상성, 명료성 그리고 중국의 구성원에 의한 동의를 통해 규범력을 인정받았으며, 그 자체로서 사회적 강제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 사회의 관행을 벗어나서 창안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의 사회경제관행에 대한 연구는, 보편질서로서의 중화질서의 현실적 토대가 되었던 중국의 제반 관행이 중국식 발전모델 창안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전망하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2.2 _ 중국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중국연구의 독자성과 통합성의 조화 모색을 지향하며

 

 

한국의 인문학적 중국연구, 특히 역사학에서 현저한 현상은, 현재와의 거리를 고집함으로써 현재적 요구를 반영하는데 소홀했고 학제간 소통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중국을 연구하는 것을 금기시함으로써 현재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역사학적철학적문학적 접근이 精緻하게 진행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과거와 전통을 현재적 관점에서 역동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학문경향은 한국의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중국이라는 文化體會通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학문적 탐색이 부족하게 된 것은 이와 같은 현상이 초래한 자연스러운 산물일 것이다. 또한 최근 인문학의 위기로 운위되는 한국사회의 지적 풍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인문학적 중국연구에 대한 효용성의 실질적 부정이라는 파행적 현상이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적 중국연구가 학문 내외적으로 처한 이러한 상황은 인문학 자체의 효용성을 크게 위축시킬 뿐 아니라 중국사회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붕괴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조장된 데는 인문학자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중국연구는 그와 같은 상황을 내부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연구의 실용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사업은 이러한 화급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제 한국에서의 인문학적 중국연구는 재구성되어야 할 시점에 놓여있다. 인문학적 중국연구와 사회과학적 중국연구가 각 학문분야의 독자성을 심화시키는 한편 두 학문분야의 통합을 모색하여 양자가 조화된 중국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양 학문분야의 독자성과 통합성의 조화야말로, 제반 분야에서 大國化하는 중국에 대응하는 한국의 중국연구의 당위적 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중국연구가 한 단계 심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사회 전반에 강하게 지속되는 역사와 전통의 무게에 대한 학문적실증적 연구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역사의 무게가 현재의 삶을 무겁게 규정하고 있고, ‘현재를 역사의 일부로서 인식하는 한편 자신의 존재를 역사의 연속선상에서 발견하는 경향이 그 어떤 歷史體보다 강한 중국이고 보면, 역사와 분리된 오늘의 중국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중국을 역사 속의 현대 중국으로 위치시켜, 오랜 옛날부터 시작된 중국인들의 삶의 중층적 구조의 현재적-따라서 가변적이지만- 형태가 곧 20세기, 21세기 중국의 오늘이라는 인식하에, 이러한 중국의 중층적 문화에 대한 이해로부터 현대 중국을 이해하며 중국연구의 지평을 심화확대하는 연구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근현대 중국의 사회경제관행 조사 및 연구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會通할 수 있는 實事求是的 硏究라는 점에서, 그리고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중층적 역사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검증된, 그리고 중국인의 일상생활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無形의 사회운영시스템인 관행을 통해 중국사회의 통시적 변화와 지속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중국연구와 사회과학적 중국연구의 독자성과 통합성을 조화시켜 중국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최적의 소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중국의 사회경제관행은 중층적 역사과정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사회적종교적경제적 규범으로서 사회경제관행 그 자체에 역사성과 시대성 그리고 가변성이 내재해 있으며, 인간의 삶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적 중국연구를 재구성하는 적절하고도 실용적인 연구대상이라 할 것이다.

 

 

2.3 _ 관행연구와 중국사회의 내적 질서의 규명

 

 

우리의 중국인식에서 맹점으로 지적할 만한 측면은 중국의 장기 안정성과 격동성을 유기적으로 파악하여 중국 사회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국의 근현대사의 심층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격동적 변화와 사회적으로 안정된 정태적 순환의 지속이 표리를 이루며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중국인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격동성과 장기 안정성을 균형감 있게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정치적 격동이 바로 사회경제적 변화로 연결될 것이라거나 역으로 사회경제적 변화가 정치적 변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근시안적 전망에서 벗어나, 객관성을 갖춘 중국인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장기 안정성과 격동성을 유기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은 격변(현실)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중국 사회의 장기 안정성을 이해하는데 부족한 사회과학적 연구와 탈현재적 및 장기 안정성(역사의 연속성) 연구에 중점을 둠으로서 최근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소홀했던 인문학적 중국연구를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된 국가사회 운영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自律領域(민간영역)公的領域(국가권력)은 긴장과 절충을 통해 제국 운영의 조화를 도모했다. 중앙과 지방, 국가와 사회, 등의 다양한 層次에서 분권과 통합 그리고 자율과 강제의 접점을 만드는 것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상으로 삼음으로써 국가사회 운영시스템이 탄력성을 갖고 유지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도 국가권력은 공동체와 조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은 황제로 상징되는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을 중심으로 통합된 제국이었다. 그러나 그 광대한 규모를 고려할 때 중앙권력만으로 제국을 유지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고, 따라서 지방 혹은 민간, 시장 등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는 국가권력을 지방과 민간사회로까지 침투시키는 매개집단으로서 중시될 수밖에 없었다. 즉 집권적 제국질서의 저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동체는 국가권력 침투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사실 국가권력은 관행의 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의 다양한 공동체와 갈등하면서 공존을 모색해 왔다. 관행의 질서에 의해 지탱되었던 중국의 다양한 공동체는 중국사회가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게 하는 핵심적인 기반이었다. 국가권력은 그러한 공동체와 모순 갈등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화하고 상호의존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공동체는 공동체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나아가 사회는 사회대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지속될 수 있었다.

 

가족, 종족 등과 같은 血緣 공동체를 비롯하여 동향조직과 같은 地緣 공동체, 동업조직과 같은 業緣 공동체, 종교결사, 사원 등의 神緣 공동체, 향촌의 다양한 행정·협동·자위조직 등은 각기 국가권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율적인 영역을 형성하면서 그와 공존, 조화해왔다. 중국의 황제권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사회의 이상향인 大同작은 나라 적은 인구(小國寡民)’로 그려졌던 것은 이처럼 국가권력과 공존, 조화하는 공동체들의 존재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이러한 공동체는 중국사회가 다원성을 내포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었다. 현 중국 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란 구호는 다분히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공동체의 존재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중국사회에 대해 근대 이후 기존의 접근 시각과 구별되는 새로운 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근대 이후 중국사회를 기존 질서의 유지지속이라는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는 관행에 의해 움직이고 유지되어 왔다. 관행은 다양한 공동체의 운영원리이자 운영 시스템으로 작용했던 바, 예컨대 법보다는 관행을, 관행보다는 도덕과 윤리를 더 중시했으며, 그 중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규제력은 관행이었고, 관행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최종적 귀착점이 이었다. 그만큼 개인과 공동체는 관행에서 벗어나 생활하거나 유지되기 어려웠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법이 공동체와 민중의 사회생활에서도 일정한 실효성을 발휘했음이 규명되고 있다. 이는 공동체의 규범원리인 관행이 국가권력을 상징하는 법과 배치되지 않고 일련의 연결관계 속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결관계 속에서 민간·지역사회와 국가권력이 공존, 조화하는 제국 질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관행은 중국 사회의 기층에서 작동하면서 제국 질서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환언하자면 개인은 동일한 관행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체 속에서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과 귀속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관행은 공동체의 운영시스템으로 작동했으며, 국가권력은 공동체의 관행의 질서를 인정함과 동시에 통제함으로써, 공동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그것을 국가권력에 종속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관행과 개인공동체국가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관행을 매개로 삼자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중국사회의 장기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었던 것이다. 관행이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3 _ 중국 사회경제관행 연구의 방법

 

 

3.1 _ 관행 조사

 

 

3.1.1 _ 관행조사사업

 

_ 조사 시기 및 지역 설정

 

__ 조사 시기와 지역

 

조사사업의 대상 시기는 18세기 이후부터 현재까지 넓게 설정했다. 본 사업에서 관행을 '중화제국' 질서와 관련해서 접근하고 있는 이상, 그 제국질서가 정점에 달했던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사회경제관행과 관련해서 조사가능한 자료는 모두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조사대상 지역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인문지리적인 권역 설정방식을 수용하고, 그 위에 한국사회와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총 6개의 권역으로 결정하였다. - 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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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현장조사: 표본지역조사 활용

 

실제 조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문헌조사와 현장조사의 대상 지역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문헌조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 권역들을 모두 포괄하지만, 현장조사의 경우는 물리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장조사의 경우는 조사의 효율성을 위해 표본지역조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현장조사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최상위 중심도시-하위 중심도시-하위 중심도시-저차 중심지-기초생활권 중심지(전통시장)”로 이어지는, 즉 대도시에서 향촌지역까지 縱的으로 관통하는 현장조사 방식이 기획되었다.

 

표본지역 설정에서는 지역 중심도시, 구도시와 신도시의 관계, 한국과의 연관성 등을 중심적 요인으로 하여 4개 권역에서 중심도시 1곳과 차하위 중심도시 1~2곳을 우선 결정하고 그 하위 지역에 대해서는 1년 정도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더 구체적으로 정할 것이다. 그에 따라 장강권역에서는 상해와 휘주, 화북권역에서는 북경청도, 동남해안권역에서는 광주와 복주, 동북권역에서는 심양과 대련, 하얼빈 등을 표본지역으로 정했다. 그 외 화교사회와 국경무역지대의 경우는 일단 표본지역을 따로 정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이러한 표본지역 설정은 1~2차년도에 다시 현지 협력기관과의 협조 속에서 좀 더 의미있고 타당한 초점집단의 확인 및 재조정을 수행할 것이다. 이 점에서 본 사업팀이 이미 중점연구소 사업을 통해 구축한 북경의 전문조사센터와 상해의 협력기관과의 수시협조체제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사업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어나갈 문헌자료 및 기존 현장조사자료 분석내용과 비교검증하면서 현장조사 표본지역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는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3.1.2 _ 화북권역, 장강권역의 사회관행

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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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_ 화북권역, 장강권역의 경제관행

3,4,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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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_ 관행 연구

 

3.2.1 _ 연구의 내용

 

연구사업은 관행'중화제국' 질서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주목하고 그것을 통해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틀과 관점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 관행의 역사성”, “근대성과 관행의 재구성”, “관행의 현재성3개의 핵심연구 과제가 기획되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권역별 현지조사 및 연구를 통해 획득한 자료를 토대로 각 권역의 사회경제관행의 실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 6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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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총 10년간 걸쳐 지속적으로 진행될 핵심과제인 관행의 역사성과 현재성은 전체 연구의 지향과 목적을 개념화한 것으로 우리 연구의 시작과 결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행은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중국인에 의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승인되어 이들의 삶 속에 확고히 뿌리내려 생활 전반에 강력한 規範力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모호한 대상이 아니라 중국인이라면 특정 관행은 특정한 내용을 가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관행의 역사성이 획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라 작동되는 방식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관행은 그 자체로서 과거의 중국인 뿐 아니라 현재의 중국인에게 정당성과 규범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관행의 현재성). 이러한 이유로 관행의 역사성과 현재성은 표리를 이룬다 하겠다.

 

관행의 역사성과 현재성에 대한 연구는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것이다. 1단계에서는 제1주제인 관행의 역사성: ‘중화제국질서의 초안정적 지속의 토양에 대한 해명에 주력한다. 2, 3단계는 제2주제인 근대성과 관행의 재구성, 3주제인 관행의 현재성: 글로벌 환경 하 사회경제관행과 중국적 표준의 가능성 전망에 대한 집중적 분석이 진행될 것이다.

 

1단계의 핵심주제는 관행의 歷史性: ‘중화제국질서의 초안정적 지속의 토양이다. 사업의 목적에서 前述했듯, 사회경제구조와 운영질서에 있어 중국은 장기 안정성을 유지하였다. 국가권력의 향방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이나 사회경제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의 운영시스템은 직접적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유지되어 전체적으로 중화제국의 질서가 안정적으로 지속된 것이다.

 

향촌, 지역, 경제, 종교 등 다양한 종류의 공동체들은 중국사회의 多元性長期 安定性을 지탱하는 주요 기반이었다. 그것은 상위 권력이 약화와해교체되는 상황에서도 하위에서 나름대로 그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중국사회의 안정을 지탱하는 데 기여해왔다. 물론 다양한 공동체들은 국가권력 또는 시장의 압력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했다. 그러한 반응 가운데는 기존 국가권력에 대해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분열을 거치면서 재차 제국질서를 회복시켜온 중국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보았을 때, 공동체는 제국질서 속에서 국가권력과 대립했다기보다 조화로운 관계로 수렴되었던 측면이 더 주목된다. 그러므로 황제 혹은 왕조로 구현된 중화제국의 국가사회운영 시스템(이를 잠정적으로 중화제국의 질서라 개념화한다)은 이를 구성하는 하위 운영 시스템인 다양한 종류의 공동체(향촌, 지역, 경제, 종교 등)와 상호의존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작동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동체는 관행의 질서에 의해 유지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화제국의 질서가 공동체를 제국운영의 하위 시스템으로 구조화하여 유지되었다면 공동체는 관행에 의해 유지됨으로써, 관행과 공동체 그리고 중화제국의 사회경제질서는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연구는 이 삼자의 유기적 통합 메커니즘을 해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한 메커니즘의 분석을 통해 중국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연속성을 지닌 사회경제구조와 운영원리를 유지해왔고, 그러한 구조와 원리가 결과적으로 중화제국 질서로 표상되는 사회경제정치적 大一統의 중국을 만드는 핵심적인 사회경제적 토대였음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화제국 질서의 구조와 지속성을 다룬 기존의 연구들이 정치적, 사상적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우리의 관행연구는 이 사회의 底層의 힘 즉 사회를 직접적으로 움직이고 유지했던 사회영역(공동체)과 사회영역을 작동시킨 질서(관행)를 해명함으로써 중화제국 질서의 구조와 그 지속성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해명을 시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2주제 근대성과 관행의 재구성은 근대 이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전통적 관행이 소멸되지 않고 재구성되는 원인과 그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관행의 견고한 지속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전통적 관행과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다. 양자의 충돌은 구래의 상식과 새롭게 강제되는 상식의 충돌이며, 합리성과 공리적 가치관을 무기로 하는 서구의 표준과 관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었던 중국적 표준의 충돌이었다.

 

양자의 충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용하게 된 서구의 표준도 서구에서와는 변형된 형태로 중국사회에 뿌리내리게 된다. 동시에 중국의 관행 역시 새로운 표준의 수용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재구성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관행이 소멸되지 않고 재구성되는 방향으로 변화된 것은 무엇보다 사회경제활동을 둘러싼 중국적 토양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신용, 지연, 동업, 혈연을 중시하는 토양이 견고하게 지속되었으며, 그러한 토양은 사회경제 활동을 영위함에 있어 이해당사자를 결속시키고, 그러한 결속을 매개로 사회경제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게 했다. 또한 변화하는 상황에 비교적 최소의 비용을 지불하며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사실 근현대 중국인의 사회경제활동은 중국 고유의 네트워크, 가치체계, 투자관행 등 문화적, 사회적 토양이 근대의 새로운 표준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영위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관행은 소멸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재구성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관행의 재구성 실태를 시야에 넣어야 근현대 중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중국의 근현대사를 보다 동태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관점을 가져야 근현대 중국인들이 만들어갔던 근대적 시스템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실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주제인 관행의 현재성: 글로벌 환경 하 사회경제 관행과 중국적 표준의 가능성 전망은 관행의 역사성과 관행의 변화 속 재구성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현재의 글로벌한 사회경제환경에서도 여전히 확인되는 중국 관행의 유효성과 그 작동실태를 분석하는 한편, 최근 중국이 지향하는 중국식 발전모델 그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필적하는 차이니즈 스탠더드를 확립하는 데에 이런 중국 관행의 유효성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행의 현재성에 관한 연구는 10년간에 걸친 우리 연구의 결론에 해당할 뿐 아니라 역사연구와 현재 중국에 대한 지역연구의 접점을 모색하는, 말하자면 역사학적 중국연구와 지역학적 중국연구(- 현재성을 앞세우는)의 접점을 모색하는 주제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중국만을 보고 중국의 과거현재미래를 분석하는 발전론적 관점을 조급히 적용하려는 연구경향과, 역사와 전통의 연속성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역사(혹은 전통)환원주의적 관점의 연구경향, 이 양자 중 어느 하나에 치우지지 않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비록 사회경제적 토양이기는 하지만 관행은 현재와는 일정 정도의 부조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는 지속되는 관행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행과 현재 간에 존재하는 괴리와 상호침투과정을 실증적동태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그리해야 과거(역사학)와 현재(지역연구)를 아우르는 심도있는 중국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이 점에서 본 연구주제는 인문학적 중국연구와 지역학적 중국연구를 통합하여 한 단계 진척된 연구의 지평을 개척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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