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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112/2020.01] 시사&테마_해협에서 '대만' 상상하기: 접경도시 샤먼에서 만난 대만 _ 문경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23 조회수 84

 [Vol.112/2020.01] 시사&테마_해협에서 '대만' 상상하기: 접경도시 샤먼에서 만난 대만 _ 문경연



 이번 호부터 아시아의 보물섬대만이라는 제목으로 인류학자 문경연박사의 원고를 연재합니다문경연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아래로부터의 양안(兩岸)관계대만 내 중국 출신 결혼이주자의 시민권의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았고현재는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로 재직하고 있습니다문경연박사는 이주젠더사회운동과 관련하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한국건강가정진흥원 등에서 다문화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우리 집>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여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2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상영하기도 했습니다향후 결혼이주노동이주 등에 관심을 갖고 '아래로부터의 양안관계'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우통 항구가 보이지요오늘은 날씨가 좋아 더 잘 보이네요바로 저기가 진먼(金門)입니다진먼은 대만입니다저기 보이는 항구에서 배만 타면 30분이면 갈 수 있어요.” (2019년 6월 대만상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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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진먼과 샤먼그리고 대만섬의 교통


진먼과 샤먼은 날씨만 흐리지 않다면 바로 보일만큼 매우 가깝다. 4km 정도의 거리라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하다진먼과 샤먼()은 모두 푸지엔성에 속하지만진먼은 중화민국 푸지엔성(福建省)이며샤먼은 중화인민공화국 푸지엔성에 속한다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모두 하나의 푸지엔성이라 생각하지만진먼 쪽에서 보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나누어져 있다이렇게 구분하기 모호할 때는 소양안(小兩岸) 혹은 진샤생활권(金廈生活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1] 2019년의 진샤생활권은 1시간 만에 왕복이 가능할 만큼 매우 가까워졌다.

 

샤먼에는 약 12만명의 대만 사람들이 진먼혹은 대만 본섬과 왕래하며 거주하고 있다샤먼시에만 해도 약 6900여개의 대만계 회사들이 진출해 있으며그 중 1000여개의 회사들은 샤먼대만상인협회(厦门台湾商人协会)를 조직해 교류를 하고 있다이 협회는 1992년 문을 연 이래지난 2019년 12월 20일에는 샤먼국제회의센터호텔(门国际会议中心酒店)에서 스물일곱번째 생일을 맞았다그렇다면 이 대만사람들은 왜 샤먼을 선택해 이주했을까?


1992년 대만에서 양안조례(兩岸人民關係條例)가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양안 간의 교류가 제도화되었다그 전에는 대륙에 고향을 둔 외성인(外省人대만성 외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조금씩 투자하는 형식이었다면이후에는 대만섬 출신 본성인(本省人)들도 중국시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Hsing(1996)의 표현처럼 물보다 진한 피로 투자하라며 중국 정부가 대만 자본을 환영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2] 대만 자본들은 여러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 자본과 더불어 중국의 동남연안으로 진출하였다이 때 진출한 대만 자본가들을 대만 상인(台商타이상), 대만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을 대만 간부(台幹타이간)라 부른다.


이 대만 자본들이 가장 많이 모여든 지역은 바로 장강(長江)과 주강(珠江) 부근이었다장강은 상하이와 장쑤성주강은 션전과 동관을 의미했다지금도 여전히 이 두 지역은 타이상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제 3의 지역으로 바로 이 샤먼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한 타이상은 샤먼에 오게 된 계기로 대만과 가까운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샤먼에서 진먼까지는 배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진먼만 가도 대만이기 때문에 대만의 물품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연구자가 올해 6월에 만난 한 타이상은 자신은 샤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친정어머니가 진먼에 살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등 육아를 담당하며주말마다 진먼이나 샤먼에서 가족들이 모이며 살고 있다이는 진먼과 샤먼이 가까운 거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샤먼이 중국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언어와 입맛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대만의 약 80%의 사람들이 국어(Mandarin) 외에 모어로 대만어(台語)를 사용한다대만어의 화자는 대만의 민남인(閩南人)으로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 푸지엔성 남부 지역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왔다이들이 사용하는 대만어는 현재 샤먼지역에서 사용하는 민남어와 거의 비슷하다그리고 대만과 기후가 비슷하며 약간 달달한 민남의 음식이 중국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적응하기 편했다는 것이다.


이 대만상인들이 가져오는 대만은 샤먼사람들이 대만을 상상하는 데 영향을 주곤 한다비단 진먼-샤먼 간의 민간교류가 원활하다고는 하지만이는 대만 사람들이 중국에 드나들 수 있는 것일 뿐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단체여행객이나 유학친척방문을 제외하고 대만에 가기가 쉽지 않다이런 연유로 샤먼의 대만은 샤먼 사람들 및 샤먼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보지 못한 대만에 대해 상상하게 만든다이 상상은 가시화되기도 하는데 한 예로샤먼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만특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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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샤먼 가오치(高崎) 국제공항에서 만날 수 있는 대만특산품

 

샤먼에서 만날 수 있는 대만특산품은 팬더 등의 완구들이나 파인애플 케이크망고 젤리 등의 간식들이 많다실제 대만의 상품들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만이라는 브랜드화가 되어 다른 특산품보다 비싸게 판매된다또한 푸지엔성의 약어 ()과 연결되어 민타이()라고 불리며 함께 놓이기도 한다. ‘대만이라는 단어가 붙는 순간 이는 세련되며 믿을 수 있고 예쁘고 맛있는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그것이 진짜 대만인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또한 자주 가보지 못한 대만에 대한 상상은 대만 독립과 연결되어 수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한 양안의 문화산업에 대한 학술토론장에서 대만의 원주민 영화들은 대만 독립을 표방하는 영화로 둔갑하기도 하고대만의 원주민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소수민족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안타까운 점은 이런 학술자리에서 대만 사람들의 목소리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이 때의 대만은 동포로서만 남아있어야 하는 대만으로 상상된다.


이렇게 접경도시 샤먼에서 대만은 대만사람들에게 그리고 샤먼사람들에게 가까운 고향’, ‘세련된 상품’, ‘가보지는 않았지만 알아야 할 대상으로 이해되고 혹은 상상된다때로 이 대만은 중국 시장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중국소비자들에게는 소비되는 대상이 되기도 하며통일을 위한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이 글에서는 맛보기로 소개하였지만이후 글에서는 이 대만이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에서 어떻게 상상되는지에 대해 조금 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기로 한다.


아시아의 보물섬대만 1

문경연 _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 이 글에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그림 1. https://kinmen.travel/ko/information/kinmen

그림 2. 필자 촬영


*각주에 대한 출처는 다음과 같음.

[1] 진먼과 샤먼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은 오준방(2019), “진먼도(金門島)의 탈/냉전과 정체성의 딜레마 : 소양안(小兩岸)의 교류와 관광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 논문을 참고할 것.

[2] Hsing, You-tien, 1996. “Blood, Thicker Than Water: Interpersonal Relations and Taiwanese Investment in Southern China,” Environment and Planning, Vol. 28, pp. 2241-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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