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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Vol.11 /2011.07] 논단 _ 인구의 질(質 ), 원정출산, 그리고 신이민(新移民): 홍콩인은 누구인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9 조회수 73

[Vol.11 /2011.07] 논단 _ 인구의 질( ), 원정출산, 그리고 신이민(新移民): 홍콩인은 누구인가?

 

장정아 _ 인천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

 

최근 홍콩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된 이슈는 모두 중국 본토에서 오는 사람들과 관련된다. 하나는 홍콩으로 원정출산을 오는 본토 임산부들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홍콩 정부가 예산 흑자 등으로 인해 모든 홍콩인에게 현금 6 HK(홍콩달러)를 나눠주는데 여기에 본토에서 이주해 온 지 얼마 안 되는 신이민을 포함시킬지 하는 문제이다.

 

본토에서 홍콩에 아이를 낳으러 오는 원정출산은 반환 직후에도 1년에 만 명을 넘지 않았지만, 2001년 “중국 본토 출신 부모가 홍콩에서 출산할 경우 그 자녀는 홍콩 거주권을 갖는다”는 판결을 홍콩 법원에서 내린 후 이런 사례는 급증하여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2010년 홍콩 신생아 전체 약 9만 명 중 절반이 본토 임산부가 낳은 아기이고, 그 중 80%는 부모 중 어느 한 쪽도 홍콩 주민이 아닌, 즉 부모 모두가 중국 본토인인 경우이다.

 

논란이 점점 일자 2003년 홍콩 정부는 본토 임산부의 출산 비용을 당시의 68 HK$에서 3,300 HK$로 크게 인상하였고, 2005년에는 20,000 HK$로, 그리고 2007년 다시 39,000 HK$로 계속 인상하였다. 올해에는 각종 규제를 더욱 강화하여, 공립병원은 연초부터 본토 임산부에 대해서는 아예 병실 예약을 받지 않고 입국시에도 심사를 강화하였다. 그러자 홍콩 원정출산 대행 회사들이 가격을 크게 인상하여, 병원 3등실에 6 HK, 1등실에 11 HK$으로 올랐고(- 의사 진료비와 숙소 비용 별도), 1등실에 20 HK$짜리 상품도 등장하였다. 이렇게 입원비를 비롯한 비용이 크게 오르자 최근에는 미리 병실에 입원하지 않고 분만 직전에 응급실로 바로 오는 경우가 급증하여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낙태하는 경우도 많다. 내년부터는 쿼터제도 적용하여, 사립병원들은 홍콩 임산부와 본토 임산부의 비율을 3:7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였다.

 

이런 규제는 본토 배우자를 둔 홍콩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점점 홍콩 남자와 본토 여자의 혼인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는 계속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본토 부인을 둔 어느 홍콩인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심정을 토로하였다: 39,000 HK$을 분만비용으로 내라는데, 홍콩인을 위해 중국 본토인들에게 부담을 주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홍콩인인 내가 이 돈을 내야 한다.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의 존엄을 위해 나는 이 돈을 기꺼이 내겠다. 그 대신, 지금까지 내가 홍콩에 대해 해온 공헌이 이런 멸시로 돌아왔으니, 이제 내가 그 동안 바쳤던 공헌은 틀린 것이었다고 말하겠다.

 

이는 또한 홍콩 정부가 2000년대 들어 특히 강조하고 있는 ‘인구의 질()’이라는 담론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와 학계의 비판이 일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03년과 2007년 발표한 인구정책에서는 이 용어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인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동시에 홍콩에서 아이를 낳는 본토 임산부 문제의 해결책이 시급함을 강조하였다. 홍콩 진후이대학(浸會大學) 교수 량한주(梁漢柱)는 이 담론이 선천성과 후천성을 혼동한다는 점, 그리고 교육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질 문제로 돌려버린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여자의 출산권이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원정출산 문제와 함께 최근 크게 논란이 되었던 이슈는 홍콩 정부가 18세 이상의 모든 홍콩 영주권자에게 6 HK$씩 나눠주겠다는 선심성 예산안 발표를 한 후, 신이민, 즉 홍콩에 이주해 온 지 만 7년이 안된 주민이 자신이 배제된 데 대해 항의를 하였고, 정부가 이들도 포함시키려 하자 또 이에 대한 반발이 생겨난 것이다.

 

‘신이민’은 엄연한 홍콩인이다. 다만 그들은 아직 홍콩에 이주해온 지 만 7년이 안된 이들인데, 1970년대까지 전혀 없었던 이 구분은 1980년대 후반 도입된 이후 ‘홍콩인’과 ‘非홍콩인’을 나누는 중요한 범주로 작용해왔다. 그들은 선거권 및 피선거권이 없고 주요 관원과 공무원을 맡을 수 없으며, 주요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에서도 제외된다. 이 점에서 사실상 신이민은 단순한 신참자가 아니라 시민권을 못 가진 ‘非시민’이다. 따라서 일부 민간단체는 홍콩에서 ‘민족차별(種族歧視) 금지 입법’을 할 때 그 대상에 신이민도 독립된 민족단체로 넣어 차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신이민은 같은 중국인 혈통이므로 이 법의 보호대상에 들어갈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신이민에게 영주권자와 똑같이 선심성 보너스 6 HK$을 나눠주는 계획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정부는, 영주권자는 일괄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지만 신이민은 소득 심사를 통해 저소득층만 지급받을 수 있게 하였고, 이는 다시 한번 신이민을 이등 시민으로 만든다는 비판을 초래했다. “마치 사기꾼들은 모두 정부를 속이는 양, 그리고 그들은 모두 신이민인 양 낙인을 찍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콩은 ‘조국’에 매우 성공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 본토인에 대한 홍콩인들의 거부감도 크게 사라지고 있고, 많은 홍콩인들은 중국 본토에 열린 새로운 기회에 감사하며 진출하고 있다. 홍콩 정체성 전문가들은, 이제 중국에 대한 홍콩인들의 생각은 더 이상 획일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설문조사에서 본토인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예전에는 무조건 부정적인 답이 많았지만 지금은 “본토인 중 누구를 말하는 거냐? 농민? 지식인? 관료?”라고 되묻는데, 이는 중국 본토인에 대한 홍콩인의 이해가 넓어지고 있고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학자들은, 특히 홍콩의 젊은이들은 나라를 ‘선택’하는 걸로 여긴다고 주장한다. 즉 마치 슈퍼마켓에서 쇼핑하듯 특정한 국가의 여권을 얻을 뿐이고, 중국 국기(國旗)를 싫어하는 이유도 ‘중국’ 국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학적으로 디자인이 너무 촌스럽기 때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홍콩 정체성은 특정한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속하는 정체성이고, 이런 홍콩인의 ‘시장 멘탈리티’는 애국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하고 ‘시장 멘탈리티’라고 범주화해버려도 되는 걸까? 홍콩인 자신의 정체성은 어쩌면 이들의 말대로 ‘국가’에 대한 진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토인들이 홍콩 인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난 속에 분만 직전 응급실로 달려가고 아이를 낙태하는 현실에서, 홍콩인들의 정체성이 자유롭고 ‘대안적’이라고 편안하게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 이는 10여 년 전 내가 홍콩 연구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도 던졌던 질문이다.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중국과 홍콩은 이제 변했고 홍콩인의 생각도 많이 변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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