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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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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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31일 중앙정치국 회의는 <중국공산당기율처분조례(中国共产党纪律处分条例)>를 심의했다. 그리고 심의 결과 새롭게 수정된 <조례> 전문이 8월 26일 공개되었다. <조례>는 당의 기강에 관련된 일종의 당내 규범이다. <조례>는 1997년 <시행(안)>이 공포된 이후 2003년 수정되었다. 2015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한차례 다시 대폭 수정된 후 겨우 3년여 만에 다시 수정되었다. 이번에 수정된 <조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배경은 중국이 이미 ‘신시대’에 진입했다는 환경 변화를 들 수 있다. <조례> 개정 이유를 설명한 중공중앙의 <조례> 통지문에도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19대에서 기율건설을 신시대 당 건설의 총체적인 목표로 제시하고, 당장(黨章)에 기율건설 내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당중앙은 새로운 정세, 임무, 요구에 기초해서 조례를 수정, 개선한다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조례> 개정의 정세 변화는 당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고 시진핑 주석이 이미 핵심 지위를 부여받았다는 변화된 환경을 당이 새롭게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당내 기율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3년 만에 수정된 <조례>는 기존 <조례>와 비교하여 열한 가지 조항이 증가했고 예순 다섯 곳을 수정하여 모두 142개 조항으로 재구성되었다. 정세 인식의 변화가 <조례> 수정의 동력이 되었음을 통지문은 설명하고 있다. 다음으로 변화된 정세에 부합하는 새로운 임무가 당에 부여되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당내 기율처분 관련 내용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지문은 ‘새로운 임무’로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임무’는 정세가 변하고 당의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에 기존 <조례>를 한층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하여 당원간부들이 변화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의 요구가 높아지고 당위 권위가 한층 강화된 만큼 당중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임무 수행을 요구하는 모양새이다. 다음으로 정세가 변하고 임무가 부여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요구에도 <조례>가 조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중앙의 높은 요구 못지않게 군중들의 요구 또한 높아졌다는 점을 <조례> 내용 수정으로 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 개정의 핵심은 변화된 정세를 반영하여 지도사상(指导思想)의 원칙과 적용 범위를 대폭 수정했다는 점이다. 당의 기율건설 지도사상으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조례>에 집어넣었다. 이른바 ‘시진핑 사상’ 적시와 동시에 당의 전면적인 영도 견지와 강화를 수정 내용에 포함했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 총서기의 당중앙 핵심, 전당 핵심 지위를 견결히 수호하고, 당중앙 권위와 집중통일영도를 견결히 수호하고, 신시대 당 건설의 총 요구와 전면적인 엄격한 당관리 전략 배치를 실천하고 전면적으로 당의 기율 건설을 강화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지난 18기 6중 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핵심’ 지위를 부여받으면서 기술되었던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과는 사뭇 다르다.
천시(陈希) 중앙조직부장 겸 중앙당교 교장은 2018년 3월 1일 중앙당교 2018년 봄 학기 개학식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以习近平同志为核心的党中央)’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서 주목받는 포인트는 바로 시진핑 보다는 당중앙에 무게 중심이 있다는 점이다. 18기 6중 전회 이후 중국공산당은 줄곧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조례> 공보 설명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당중앙(习近平总书记党中央)’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는 시진핑 총서기와 당중앙을 의도적으로 병렬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시진핑 총서기와 당중앙을 등치시켜 총서기와 당중앙이 일치한다는 변화된 인식을 ‘조례’ 개정 공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조례>의 개정 취지와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이 변화된 정세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음으로 <조례>에 ‘4개 의식(四个意识)’이라는 표현이 삽입되었다. 당중앙의 높은 권위에 당원간부들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기율처분에서도 요구하겠다는 당중앙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4개 의식’은 2016년 1월 29일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이후 2년여의 실천 과정을 거쳐 당대회 문건에도 삽입되고 이번 <조례>에도 ‘4개 의식’이라는 표현이 적시되었다. 이는 당원 간부들이 가져야 할 높은 수준의 인식을 말한다. 엄격한 당 통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4개 의식’의 <조례> 삽입으로 한층 심화시켜나가겠다는 당중앙의 강력한 의지가 들어간 것이다. 이미 <조례>의 지도사상에 당의 영도를 견지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4개 의식(정치의식, 대국의식, 핵심의식, 일치의식)’은 당원간부들이 기율을 체현하는데 있어서 당의 영도를 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이 되었다. 이러한 ‘의식’의 발로에 따라 분칙(분칙)에서는 ‘4개 의식’을 구체적으로 당원 상황에서 구현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추가되거나 수정되었다. 가령 제6장 정치기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제7장 조직기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제8장 청렴기율 행위 위반에 대한 처분, 제9장 군중기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제10장 업무(工作)기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제11장 생활기율 위반 행위에 대한 처분 등 내용은 거의 대부분 ‘4개 의식’ 관련 기율 위반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 번째로 당중앙은 이번 <조례>를 개정하면서 <조례>가 당규(党规)와 당기(党纪)와 같이 흔들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중국식 개념에 따르면 <조례>는 국가기관이나 행정기관이 정책과 법령에 근거하여 제정하고 반포한 구체적인 사항을 기술한 문건이다. 일종의 법규라기보다는 규범성 문건에 가깝다. 그래서 규정력이나 구속력에서는 일반 법률과 차이를 보인다. 물론 당내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 당규와도 차이가 나는 지점이다. 이번에 <조례>를 당내 법규인 당규와 당기 수준으로 흔들리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미는 바로 <조례>의 법적 권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조례>의 내용이 당내 법규와 상응하는 구속력과 규정력을 갖는다면 당원간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률적 효력을 가진 권위 있는 문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조례>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성 문건이고 향후 반드시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해가야 한다는 것을 당중앙이 못 박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율의 강조는 처분의 강도를 높이는 데서도 당중앙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서 당내 시진핑의 권위가 매우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물론 강력한 권위가 바로 강력한 권력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조례>과 같은 규범성 문건에까지 당의 권위를 강화해야 하고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당과 최고지도자의 권위가 높아야 하지만 사실상 권력은 세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조직의 통제와 관리에 의해서만 규율과 규범이 지켜진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조직 내부 사람들을 법의 잣대로만 옭아매고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당위성만 강조한다면 자발적 순응을 통한 규범의 준수는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조례>가 당기와 당규를 좀 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분화할 필요 없이 자발적 순응에 따른 기율 준수가 오히려 당 집권의 지속성을 높일 수도 있다. 당원간부의 드러나지 않는 의지와 인식까지 기율위반 처분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양갑용 _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ztdj.gov.cn/show-1669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