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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관행 톡톡
9월호
원소절의 유래와 풍습 _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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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명절 가운데 두 개가 음력 정월에 있다. 바로 춘절과 원소절이다. 정월은 한 해의 출발로서 중국에서는 원월(元月)이라고도 부르며, 소(宵)는 늦은 밤을 가리킨다. 원소절은 일 년 중 처음으로 보름달이 환하게 뜨는 날로 한국의 정월대보름에 해당된다. 원소절은 상원절(上元節), 소정월(小正月), 원석(元夕), 등절(燈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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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에 따르면 원소절은 서한(西漢) 시기부터 시작되었으며, 한나라 황제 및 종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劉邦)의 사후에 혜제(惠帝)가 등극하였으나 사실상 여태후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여태후의 사후 그의 수하들은 보복을 두려워하여 반란을 획책하였으나 유방의 둘째아들 유항(劉恒)이 난을 평정한 후 황제로 등극하였다. 이후 이를 기념하여 해마다 정월 보름을 원소절로 정하고 난의 평정을 기념하였다고 한다.


이 밖에 동한(東漢) 시기에 불교가 널리 전파되면서 한 명제(明帝)가 낙양(洛陽) 밖에 백마사(白馬寺)를 건축하여 불경을 번역하도록 하였으니,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을 사(寺)라 불렀다. 해마다 정월 보름이 되면 승려들이 사원에 모여 등불을 밝혀 부처님을 공경하는 ‘점등경불(點燈敬佛)’의 예식을 거행하였다. 궁중과 절에만 등을 걸었던 풍속이 차츰 민간에 전해지게 되면서 원소절이 되면 서민들이 불상을 모시고 등을 걸고 향과 과일을 올려 부처님을 공경한 것이 원소절의 기원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기록에 따르면 도교(道敎)에서는 정월 보름을 상원절(上元節)이라 하고, 칠월 보름을 중원절(中元節), 시월 보름을 하원절(下元節)이라 하였으니, 통칭하여 삼원(三元)이라 불렀다. 세 명절에 제사를 지낼 때 모두 등불을 밝혔는데 원소절에 등을 밝히는 풍속도 바로 도교의 삼원절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기록도 있다.


한나라에서 원소절은 명절로 하루를 지냈으며, 당나라에서는 사흘에 걸쳐 명절로 지정되었다. 명나라 시기에는 정월 여드레부터 열이레까지 등불을 밝혔다고 한다. 민국시기에 이르러 원소절이 사흘 명절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비록 원소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한 명절로 지내고 있다. 원소절에는 등불을 거는 이외에도 폭죽 터뜨리기, 사자놀이, 죽마놀이, 그네뛰기 등 다양한 풍습이 있다.


원소절에 빼놓을 수 없는 중국 전통음식으로 원소를 들 수 있다. 원소절 밤이 되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인다 하여 단원절(團圓節)이라 부르며, 한 가족의 화합을 뜻하는 의미에서 원형으로 원소를 빚었다. 원소절에 원소를 먹는 풍습은 송나라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원소를 탕원(湯圓)이라고도 불렀다. 원소는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호두 크기로 새알심을 빚고 그 속에 호두소와 설탕소를 넣고 끓여 먹는 음식으로, 강남지방에서는 이를 탕원이라 불렀다. 참쌀가루, 수수가루, 기장가루, 흑미가루를 주요 재료로 원소를 만들며, 원소는 소를 넣은 것과 소를 넣지 않은 것 두 가지로 구분된다. 소를 넣을 경우 단 맛과 짠 맛으로 구분된다. 단 맛의 소에는 팥, 설탕, 계화, 대추 등이 들어가고, 짠 소에는 고기, 소시지, 새우 등이 들어간다. 이 밖에 겨자, 파, 마늘, 부추, 생강 등 야채소를 넣은 원소도 있는데 이를 오미원소(五味元宵)라 부른다. 원소는 끓여 먹을 수도 있고 튀겨 먹거나, 볶거나 쪄서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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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절의 풍습 가운데 죽마(竹馬)놀이가 있다. 죽마놀이는 중국 민간에서 유행했던 전통놀이이다. 고대인들은 높은 나무 위의 열매를 따기 위해 대나무나 나무로 길게 다리를 만들어 왔다. 긴 나무장대의 중간에 발판을 고정해 놓고 발판 윗부분에 다리를 동여매고 걷는다. 죽마놀이는 고대 춘추시기에 이미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원소절에 죽마를 타는 사람들은 화려한 춤옷(무용복)을 입는다. 죽마는 긴 다리, 중간 다리, 짧은 다리의 세 가지로 나뉘는데, 가장 긴 것은 3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중국에서는 배우들이 죽마를 타면서 칼춤도 추고 걸상에 오르는 등 여러 동작으로 관객의 이목을 끈다.


원소절에는 사자춤을 추는 풍속이 있는데, 이를 사자무(獅子舞), 태평악(太平樂)이라고 부른다. 사자는 중국의 고유 동물이 아니고 한 무제시기에 장건이 실크로드를 개척한 후 귀국 길에 선물 받은 공물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사자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니는 신성한 동물로서, 서역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또한 사자춤은 중국 감숙 돈황지역의 탈춤에서 유래된 것으로 기재하고 있다. 사자춤은 삼국시대에 시작되어 남북조시기를 거쳐 당나라시기에 성행하였다. 사자춤은 보통 세 사람이 함께 추는데, 두 사람이 사자역을 담당한다. 한 사람은 사자 머리와 앞다리 역할을, 다른 한 사람은 사자 몸과 뒷다리 역할을 담당한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안내자 역할을 한다. 사자춤은 문무(文武) 두 가지로 나뉘는데, 문사무(文獅舞)는 온순한 사자춤으로서 몸을 털고 땅에서 뒹구는 동작을 하고, 무사무(武獅舞)는 용맹한 사자춤으로서 날뛰고 덮치는 동작을 한다. 원소절이 오면 중국의 대부분 지역에서 사자춤을 추며 명절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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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인들은 높은 곳의 열매를 얻기 위해 덩굴을 타고 뛰어 오르는 기술을 익혔다. 이 기술은 북방의 산융족(山戎族)에 의해 두 손으로 한 줄기 밧줄을 잡고 흔드는 천추(千秋)라는 민간놀이로 변하였다. 춘추전국시기 제(濟)나라 환공(桓公)이 산융족을 토벌하면서 천추를 중원지대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나 한 무제 시기에는 황제의 축수를 ‘천추만수(千秋萬壽)’라 불렀기 때문에 천추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따라서 천추 두 글자를 추천(秋天)이라 바꾸어 부르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그네뛰기를 ‘추천뛰기’(蕩秋天, 打秋天)라 부른다. 한나라 이후 그네뛰기는 점차 원소절과 단오절에 유행하는 놀이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이 날을 정월 대보름이라 하여 오곡밥을 먹고, 귀밝이술을 마신다. 오곡밥은 찹쌀, 조, 팥, 수수, 검은콩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짓는다. 오곡밥은 겨울철의 영양 부족을 보충하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내포한다. 오곡밥은 가을에 말려 두었던 가지, 호박, 무, 산나물 등으로 만든 야채무침과 함께 먹는다. 이 밖에 땅콩, 호두, 잣, 밤 등 견과도 먹는데, 이가 튼튼해지고 피부병도 예방할 수 있다. 귀밝이술을 마시면 새해에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충고를 잘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 지신밟기와 달집태우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대보름에 마을 논밭의 한 가운데 나뭇가지나 대나무로 원추형 간이막사를 지어 이를 달집이라 한다. 날이 저물고 달이 떠오르면 사람들은 달집에 불을 지르고 타오르는 불더미를 둘러싸고 춤을 춘다. 나뭇가지와 대나무가 타면서 내는 탁, 탁 소리에 마을로 들어온 귀신들이 놀라 달아나게 된다. 이 밖에 지신밟기, 줄다리기, 연 띄우기 등의 민속놀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원단(元旦)을 대정월(大正月)이라 하고 정월 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중국의 탕원 대신 팥죽을 먹는 습속이 있는데, 팥죽을 먹으면 모든 재난을 피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실상 이러한 습속은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본디 중국에서는 정월에 팥죽을 먹는 습속이 있었는데, 당나라 후기부터 강남의 양잠지역을 중심으로 정월 보름에 팥죽 대신 누에고치를 닮은 탕원을 먹는 습속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이 습속을 바꾸지 않고 팥죽이 정월 보름의 명절음식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관습과 중국문화 10


김지환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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