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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10월호
중국의 신성장 산업 발전 비결: 선 개발 후 규제 _ 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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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경제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규제혁신"이다. 규제혁신은 크게 규제강화와 규제완화로 나눠질 수 있는데, 규제는 본질적으로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라고 이해되기 때문에 규제방향에 따라 이익과 손해를 보는 자가 각각 생기기 마련이다. 규제강화의 예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대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규제일 것이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나왔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규제강화와 관련해 38년 만에 나온 개정안으로, 이는 그 동안 대기업의 반발이 얼마나 끈질기게 이어져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반면 중소기업측은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경제력집중과 사익편취, 중소기업과의 공정경쟁기회 저해 등의 문제가 일부 해결되었다면서 본 개정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규제강화보다 더 주목받는 것이 바로 규제완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보면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과 규제 완화로 정책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6, 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막판에 연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기존 정책기조를 강조하였다. 또한 규제혁신을 가로막은 이해집단과의 갈등 해결에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주문도 했다.

 

선 허용 후 규제’, 바로 신성장 산업 발전과 관련한 중국정부의 정책기조이다. 중국정부는 2010년부터 기술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기술기업 성장을 위한 규제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중국의 이러한 정책이 빛을 보게 된 대표적 예로 드론업체 DJI(大疆)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드론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예외적으로 드론을 허용하고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 등 선도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DJI가 상업용 드론의 첫 개발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드론산업을 선점할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도입된 7대 신흥산업정책 이후 중국정부는 지속적인 기술수용적 정책을 유지하여 현재의 이노베이션 강국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한국의 현실을 보자. 규제로 이득을 누리는 이해집단의 반발과 규제대상 선택에 따르는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승차공유산업 현황은 이 같은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의 승차공유(카풀) 앱인 '플러스'가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해왔지만, 택시업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경찰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여 결국 불법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은 출·퇴근시를 제외하고 자가용 차량이 유료로 승객을 태우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출퇴근시간에 대한 정의를 넓게 보았던 업체와 좁게 본 택시업계간의 싸움에서 정부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비슷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의 경우 택시 운송 업체와 계약을 맺은 후 고급 택시 차량과 운전기사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여 현행법을 우회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현실로 다가올 자율주행차 등 차량운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들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택시업계의 반대로 승차공유서비스를 규제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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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승차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얼마 전, 운영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스마트 신호등 서비스, 자율주행 연구개발 및 시험운행, 정확한 교통수요예측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교통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정상급의 기술회사로 변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스마트 신호등은 디디추싱이 길 위 차량에서 모은 실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신호주기를 유동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실험결과 교통체증이 10~20%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디디추싱은 2012년 택시호출 앱으로 출발하여 나중엔 자가용의 승차공유까지 가능해진 케이스다. 승차공유서비스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이 있었지만 중국정부는 우선 해당 서비스를 허용하고, 이후 2016년 앱 기반 O2O서비스 관련 법규인 온라인예약택시운영서비스관리잠행판법(网络预约出租汽车经营服务管理暂行办法)을 제정하여 승차공유서비스를 법적 테두리에 집어넣었다.


해당 법은 운행차량의 등록관리와 기존 택시업계를 위한 시장질서교란행위 금지 및 승객안전을 위한 운전자 자격제한 등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다. 디디추싱은 현재 중국 차량공유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해외까지 그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유니콘기업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그 기업가치도 인정받아 현재는 상장(IPO)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디디추싱과 택시업계 간 이익조정의 측면이 아닌 시장경쟁 촉진과 기술발전, 이를 통한 소비자 효용 극대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디디추싱의 서비스를 허락하였고, 현재까지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여러 신기술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그 어떤 나라보다 경제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큰 나라였다. 공유(公有)경제시대를 거쳐 지금의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를 확립하면서 중국이 얻은 교훈은 '시장보다 나은 정부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와 시장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는 창업과 기술기업의 성장에 있어서도 규제장벽의 최소화로 기업들의 성장을 촉진시켜 소비자 이익이 증진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해주었다. 한국도 하루 빨리 소비자효용 극대화라는 정책목표를 핵심으로 삼고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다. 사전규제나 기존 규제에 대한 엄격한 해석이 기술과 서비스 혁신의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주지하고, 하루빨리 새로운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신지연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필자가 제공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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