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고베의 관제묘(關帝廟)

일본의 3대 차이나타운의 하나인 고베 난킹마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제묘(關帝廟)가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에 중국풍의 의장(意匠)과 양식을 도입한 절충식의 건물이다. 특히 본당 건물의 지붕 위에는 백색의 두 용이 서로 응시하는 모습이 특이한데, 중국 남방의 건축 양식에서 보이는 것이다. 관제묘의 본당에 모셔진 신은 삼국시대 유비를 도와 漢(한) 왕조 재건에 매진하다 전사한 촉나라의 무장 관우다.

관제묘에는 본당 이외에 입구인 산문(山門),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는 중문(中門), 그리고 강당인 예당(禮堂)이 있다. 본당에는 관제상(關帝像) 이외에 불교의 관음상(觀音像), 항행 안전의 신인 마조(媽祖)를 모신 천후성모상(天后聖母像)도 함께 모셔져 있다. 관제묘는 고베화교의 각종 민간의 연중 민속행사의 개최장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력 1월 13일 관제묘에서는 ‘관제성도일’(關帝成道日), 2월 2일은 복덕정신성탄(福德正神聖誕), 2월 19일은 관음보살성탄(觀音菩薩聖誕), 5월 5일은 마조탄생일, 5월 13일은 관제 제사일, 6월 19일은 관음 제사일, 7월 14-16일은 조상의 영령들을 위로하는 보도승회(普度勝會) 등의 행사가 개최된다. 이들 제사 가운데 마조 제사, 관제 제사, 보도승회는 모두 복건동향회가 운영한다.

고베에 관제묘가 처음 설립되었던 것은 1888년 ‘자안산장악사’(慈眼山長樂寺)였다. 처음에 이 장악사는 관제, 십일면관음, 천후성모를 모셨다. 1934년에는 보도승회가 처음으로 개최되었고, 관제묘의 대표적인 중요 행사로 지속적으로 성대하게 개최되어 1997년에는 고베시지역무형민족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45년 6월 5일 미군에 의한 고베대공습 때 관제묘는 완전히 불탔으며, 화교의 기부로 1948년 새로운 관제묘가 재건되었다. 현재의 본당에 모셔진 관제상은 대만에서 제작되어 1953년 배편으로 옮겨져 안치되었다. 그 후 몇 번의 화재로 본당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화교의 기부로 재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제묘는 고베뿐 아니라 일본의 요코하마, 하코다테, 오사카, 오키나와에도 있으며 동남아시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태국에는 1872년에 처음으로 세워진 이래 현재 11개의 관제묘가 있고, 베트남 호치민시의 관제묘 제사는 성대하게 치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말레이시아 페낭에는 이름은 다르지만 관우를 모신 사당이 많다. 구미에서도 캘리포니아, 뉴욕, 하와이 등 화교화인의 거주자가 많은 도시에는 대체로 관제묘가 있다. 세계 각지의 차이나타운에 가장 많은 사묘(社廟)는 마조묘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관제묘이다. 중국 국내에는 관제묘가 가장 많다. 관제묘는 종족과 동향 출신자의 기관인 동향회관에 부설되거나 동향회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고베의 관제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복건동향회에 의해 운영된다.

관제묘가 화교화인이 거주하는 세계 각지에 세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관우가 전사한 것은 219년의 일이었다. 그의 사후 그의 충의와 인덕에 감명을 받은 사람들이 묘(廟)를 세워 그를 제사지냈다. 당조(唐朝)까지 관우 제사는 그렇게 성행하지 않았지만 송조(宋朝) 이후 관료제가 확립되면서 그를 통치에 이용하고자 그에게 현열왕(顯烈王), 의용무안공(義勇武安公) 등의 칭호가 내려졌다. ‘삼국지연의’ 성립 후 민중들 사이에 관우의 인기가 절정에 달해 유교, 불교, 도교 어느 종교에도 공통되는 숭배대상이 되었다. 명조 1594년에는 협호국충의대제(協護國忠義大帝)로 추서되었고 그 후 관제묘라는 명칭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관우는 원래 무신으로 사악의 구축, 병과 재앙으로부터의 보호되는 효험이 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상업의 보호, 재산을 늘리게 해주는 재신(財神), 과거시험합격 등의 효력을 겸비한 만능신으로 크게 추앙받았다.

인천차이나타운의 의선당에도 관제상이 모셔져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군이 세운 서울의 동관왕묘(東關王廟), 남관왕묘(南關王廟) 그리고 경상북도 성주와 전라북도 전주에도 관제묘가 세워져 있다.

【세계 화교화인의 역사와 관행 3】 

이정희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참고문헌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www.feel-kobe.jpuploadspot_images169_main.jpg

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