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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1월호
미래지향적 한중관계와 대학의 역할 _ 문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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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관계가 전진과 퇴보의 중요한 전환점에 처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정부의 리더십과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주도할 새로운 동력의 창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한중관계의 절대적인 부분을 점하고 있는 민간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양국의 대학이 한중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 과연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인문유대 강화와 교육·연구 분야의 교류 확대

 

수교 이후 한중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은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협력에 기인한다. 향후 한중 민간교류의 우선적 과제는 저변을 면밀히 점검하고 부정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동시에 한중 양국은 자국의 소프트 파워를 일방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급급한 양상에서 탈피하여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동의 정신과 가치를 창출하고 상호이해와 유대감을 강화하는 양방향 민간교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서로가 공감하는 미래상을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관계는 결국 대립 국면을 면치 못한다. 한중 양국 지도자가 양국민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국민 체감적’ 인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단순한 교류차원을 넘어 상호 공감대 형성을 위한 문화적, 정서적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양국의 대학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교육·연구 분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즉 양국의 대학이 중심이 되어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평화·공영(平和·共榮)의 주역으로서 인문학적 상호이해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양국 인문학자들만의 학술교류나 간헐적이고 과시적인 관주도의 문화 행사, 관광교류의 양적 팽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양국민의 이해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가치, 정신을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은 양국의 대학이다. 이러한 작업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대학은 현재 극소수 대학, 연구기관, 학자 차원에 머물고 있는 연구 부문의 상호 교류·합작을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양국의 대학 소속 연구소간 연구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협력을 자연과학, 의학, 공학 등의 분야로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청년교류의 확대와 유학생 정책·제도의 정비

 

한중 수교 이후 인적 교류의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한국과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 유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관계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 유학생들의 증가는 민간교류의 새로운 양상이며 상호이해 증진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상호 유학생 증가 과정에서 부정적인 문제들이 초래되고 있으며 이를 세심하게 개선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유학생 교류 확대의 단점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학생 관련 정책과 제도를 재정비함으로써 유학생 교류를 향후 양국관계 발전의 건강한 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한중 민간교류 확대의 긍정적인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정적 요인들이 야기됨으로써 이를 방치할 경우 양국관계 발전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한국의 중국인 유학생이 중장기적 측면에서 대 중국 민간외교, 공공외교의 핵심적 자원이라는 인식하에 이들이 한국을 보다 이해하고(知韓), 좋아할 수 있는(親韓) 교육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즉 중국인 학생들이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호감을 갖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정부, 대학 차원에서 유학생 유치정책을 양적 측면보다는 질적 측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일부 대학들이 외국인 학생을 단순히 대학의 재정확충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조속히 시정해야 한다. 셋째, 양국의 각 대학들이 유학생의 입학 이후 학사관리, 복지, 생활지도, 취업 등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방대한 유학생들이 한중 관계발전에 건설적, 교량적 역할을 수행하기 보다는 오히려 유학했던 상대국을 앞장서서 비난하는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백년대계’(百年大計)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한중관계의 미래 100년을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양국 청년 유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원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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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민족주의 억제와 공동의 가치·정신 함양


동아시아의 부상은 21세기 국제질서의 주요 현상이다. 문제는 한·중·일 3국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민족의 강성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배타적 민족정서가 역사, 영토, 문화 갈등을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민족주의를 격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주의 정서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민족주의의 정치화’ 경향으로 고질적인 역사, 영토, 문화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동아시아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한·중·일의 청년들조차 인터넷 공간에서 배타적인 사이버 민족주의(cyber nationalism)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러한 배타적인 민족주의 확산 추세는 한중 양국의 대학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을 교육하고 있는 양국의 대학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배타적, 공격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더 나아가 동북아 공동의 가치와 정신을 함양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의 편협한 이해관계에 집착하여 국민 여론과 정서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동북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물론 자민족 중심의 사고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한중 양국의 대학이 다음과 같은 점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첫째, 동아시아 민족주의의 확산이 많은 경우 정치 지도자들의 정략적 고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의도된 관주도의 민족주의 구호에 대학이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둘째, 교류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발전에 주력하고 자국 문화의 일방적 전파에 급급하기보다 공동의 정신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양국에 유학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촉매제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이들의 상호 인식을 정치·역사·과거 코드로부터 경제·문화·미래 코드로 전환시켜야 한다.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과거의 불행한 역사와 이념적 대립을 후세에 대물림시켜서는 안 된다.


양국의 대학이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각성하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한중간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과 평화·공영의 공동체 형성은 자칫 외교적 수사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사람에게나 국가에게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한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결코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흥호 _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장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interui.incheon.ac.kr/bbs/board.php?bo_table=album&wr_id=260&&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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