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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11월호
시진핑의 핵가방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 _ 구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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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미 국방부의 보고서가 중국의 핵전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10월 19일에 발표된 미 국방부의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는 올해 5월까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가 500여 개이고,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릴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것이 큰 관심을 끈 이유는 2020년 미 국방부가 당시까지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200개 이하라 추산하고, 2030년에 400여 개 정도를 보유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2022년 1월 350개에서 2023년 1월 410개로 늘어났다고 추산하였다. 두 보고서의 추산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핵탄두의 숫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급속히 핵탄두를 늘리고 있을까?



핵 투발 수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폭격기를 이용한 투발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략 폭격기는 H-6(轟-6)이다. 그러나 스텔스 기능이 없기 때문에 6000km에 이르는 항속 거리에도 불구하고 미군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H-20은 아직 개발 중이다. 둘째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다. 중국은 전략잠수함으로 092형 1척, 094형 2척, 094A형 4척을 보유 중이다. 092형 1척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해군잠수함 제2기지인 하이난 싼야시 야룽만(海南省 三亚市 亞龍灣)에 기지를 두고 있다. 남중국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좋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 잠수함들은 고질적인 소음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잠수함은 아니지만 중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093A형)이 2018년 1월 동중국해 부근에서 소음 때문에 일본 해상자위대에 발각돼 이틀간 쫓겨 다니다 결국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므로 태평양을 건너 미군의 기지나 미국 영토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셋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가장 믿을 만한 핵 투발 수단이 바로 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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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東風-41 대륙간탄도미사일

 

중국의 탄도 미사일은 둥펑(東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약자로 DF라 쓴다. 참고로 순항미사일은 창젠(長劍: CJ),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은 쥐랑(巨浪, JL)이라 한다. 탄도미사일 중에서도 액체 연료를 쓰는 것들은 한 자리 숫자가 붙는다. DF-4, DF-5가 그 예이다. 숫자 다음에 알파벳이 붙는 것은 그 변종들이다. 고체 연료를 쓰는 미사일은 두 자리 숫자가 붙는다. 예를 들어 DF-16, DF-21, DF-31 등이다. 고체 연료 중에서도 앞자리 수가 1이면 1단 로켓을 사용하는 것들이다(DF-11, DF-15, DF-16, DF-17), 앞자리 수가 2이면 2단 로켓(DF-21D), 3이면 3단 로켓(DF-31A, DF-31AG)이다. DF-413단 로켓이지만 후추진체(Post boost vehicle) 기술이 들어가 4로 시작한다. 이 가운데 DF-41, DF-5B는 핵탄두를 3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명명 규칙에 예외가 있는데 바로 DF-10DF-100이다. 이들은 순항미사일로 원래 명칭은 CJ-10, CJ-100이지만 명칭 통일을 위해 편의상 DF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은 이 미사일들에 대해 CSS(China-Surface-to-Surface)라는 독자적인 식별번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DF-41CSS-20, DF-26CSS-18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사거리로 미사일들을 구별하기도 한다. 사거리 1000이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Short Range Ballistic Missile)DF-11, DF-15, DF-16 등이다. 1000~3000는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Medium Range Ballistic Missile)DF-21계열이 속한다. 3000~5500는 중중거리탄도미사일(IRBM: 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1)DF-26이 여기에 속하고, 5500이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DF-31, DF-41, DF-5가 해당된다.

 

이 미사일들을 운용하는 부대가 인민해방군 로켓군(火箭軍)이다. 로켓군 산하 61~66기지가 중국의 동남, 남부, 서남, 서북, 동북, 중부에 분포해 있는데, 각 기지 산하에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여단들이 6~8개 가량 배치된다. 각 여단은 한 종류의 미사일을 운용한다. 현재까지 미사일 발사 여단은 총 40개 이상이 존재한다.2) 68기지는 터널이나 사일로 등 물리적 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며, 69기지는 새로운 미사일을 시험하거나 장병들의 재교육을 담당한다. 그리고 67기지는 핵탄두의 보관과 운송을 담당한다. , 중국의 핵탄두는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67기지에 보관되어 있다. 기지 사령부는 산시성(陝西省) 바오지(寶鷄)에 있으며, 핵탄두 보관 장소는 바오지 남쪽의 타이바이산(太白山)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왜 핵탄두를 따로 보관할까? 이는 오판으로 인한 우발적인 핵전쟁을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또한 민주국가와 달리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군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가끔씩 언론에 핵가방이 노출된다. 해외에 나가 있어도 군 통수권자가 확실히 핵무기를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적이 오판할 가능성을 줄이는 역할을 하며, 정치적 의도에서 일부러 노출하기도 한다. 올해 10월 중국을 방문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핵 가방을 언론에 노출시켰는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위협의 도구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핵 가방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이는 중국의 핵전략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자국이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No First Use)고 공언하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에는 미국 및 소련과 사이가 원만했으므로 굳이 핵전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었다. 또한 당시 국제 정세 판단으로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고 세계는 평화와 발전의 시대가 되었다고 인식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한 것도 이러한 태도에 한몫했다. 중국은 자국이 핵 공격을 받은 후에 보복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충분한 억지(deterrence)를 달성할 수 있다고 인식했다. 이는 최소 핵 억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핵 공격 경보를 받자마자 핵무기를 발사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웠고, 지도자도 굳이 핵 가방을 지닐 필요가 없었다.

 

탈냉전 이후에도 이어진 이러한 환경은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미국이 이를 의식하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덩샤오핑 시기 시작된 화평발전(和平發展) 전략은 후진타오 시기 들어 평화로운 부상(和平屈起)으로 단어가 바뀌었으며, 시진핑 시기에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하고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와 더불어 일대일로 정책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고 덩샤오핑 이후 30년 만에 군 개혁을 단행하면서 급속한 군 현대화도 추진하였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과 패권경쟁을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 견제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의 갈등도 점차 격화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미국은 1770개의 탄두를 배치하고, 1938개의 탄두를 저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1674개를 배치하고 2815개를 저장하고 있다. 전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을 이 두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중국의 500개와 미국의 5244개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미국은 왜 중국에 대해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의 의도에 대해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급격히 핵전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핵전력의 취약성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으로 판단된다. 최근 등장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미사일 방어체계가 중국의 바로 인접국인 한국에 배치되자 중국이 과민 반응을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원거리 정밀무기, 스텔스기 등은 꼭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2차 타격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미국과의 관계가 좋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에서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 급선무가 된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조기 예측을 하지 못하도록 부분궤도 폭격시스템(FOBS: Fractional Orbital Bombardment System)을 개발하거나 스텔스 폭격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미 위치가 다 노출되어 있는 미사일 여단들이 1차 공격에서 생존하여 2차 타격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2022년까지 북부 지역에 300개 이상의 사일로(silo)를 건설하였다. 간쑤의 위먼(玉門), 신장의 하미(哈密), 내몽골의 항진치(杭錦旗)가 그 지역이다. 내몽골 지란타이(吉蘭泰鎭)에도 몇 개의 사일로를 건설했는데 이는 시험과 훈련을 위한 목적이다. 이외에는 내륙 곳곳에 사일로들을 건설하고 있지만 위의 세 지역이 가장 규모가 크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에 대한 2차 공격을 위해 가장 단거리인 지역이 바로 중국의 북쪽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들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자국과의 패권 경쟁을 목적으로 핵전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지속적인 군비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핵전략이 바뀌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의 많은 기관과 학자들은 중국이 2차 타격 태세에서 경보 즉시 발사 태세(豫警反擊: Launch on Warning)로 전환했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변화를 찾아내는 것도 매우 어렵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타이바이산에 보관하고 있는 핵탄두를 미사일 발사 여단으로 대규모로 이동시키는지 여부이다. 그것이 바로 핵 태세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것을 실행한다면 우리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해외 순방을 할 때 핵 가방이 동반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구자선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1) mediumintermediate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모두 중거리가 되므로 이를 구별하기 위해 필자 임의로 중중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함

2) 시진핑의 군 개혁 이후 여단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정확한 숫자 추정이 어려움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사진 1. https://finance.sina.com.cn/wm/2020-09-02/doc-iivhvpwy4502592.shtml?cre=tianyi&mod=pcpager_news&loc=2&r=9&rfunc=100&tj=none&tr=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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