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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시사&테마
7월호
샤오캉(小康)과 다퉁(大同) _ 박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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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올해 초 3월5일 중국 대륙 전역에서 2,900여명의 인민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개막하여, 2016~2020년 5개년 발전계획을 심의 통과시켰다. 중국 사람들이 ‘스싼우(十三五)’라고 부르는 이 계획은, 36년 전인 1980년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인민들에게 약속한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을 완성해야하는 2020년에 그 맥이 닿아있다. 현 중국공산당 최고 권력자 시진핑(習近平)은 지난 2012년 권력을 잡은 뒤 덩샤오핑이 약속한 '샤오캉 사회의 건설'에 수식어를 덧붙여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다짐했다. 덩샤오핑과 시진핑은 중국 인민들에게 거듭 약속한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과연 앞으로 5년 만에 실현될 수 있을까?

 

청나라의 GDP는 1800년대 초반에 전 세계 GDP의 3분의 1정도의 규모였던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으로 유럽 경제가 중국을 압도하면서 세계의 판도는 변하고 말았다. 1840년에는 산업혁명으로 동력을 단 군함을 끌고 영국군대가 중국 남부의 홍콩 앞바다에 나타나 청나라 군대를 궤멸시킨 아편전쟁을 도발하면서 중국은 이른바 '동아시아의 병부(病夫)'로 전락했다. 1900년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에 일본까지 끼인 8개국이 베이징(北京)을 분할 점령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러자 량치차오(梁啓超)를 비롯한 많은 중국 지식인들은 이른바 '다퉁(大同)사회의 건설'을 내걸고 나라의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여러 가지 개혁운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2300년 내려온 유가(儒家)사상의 틀을 깨지 않은 채 중국 사회를 개혁해보려던 지식인들의 다양한 시도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중국에 기독교 이상사회를 건설해보려던 훙슈취안(洪秀全)의 '태평천국의 난'도 변변한 무력을 확보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출신 쑨원(孫文)이 최초로 왕조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中華民國)을 건설했지만 공산당과의 경쟁에서 실패하여 그 근거지를 대만(臺灣) 섬으로 옮겨가야 했다.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창당한 중국공산당은 소련공산당의 지도를 받아 홍군(紅軍)이라는 본격적 군사조직을 갖고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승리해서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의 수립을 세계에 선포했다. 청말의 개혁적 지식인이든, 쑨원이든 마오쩌둥이든 자신들의 이상은 '다퉁사회의 건설'로 잡고 있었다.

 

다퉁사회란 공자(孔子)가 유교의 경전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제시한 이상사회로,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갈등이 없이 화목한 가운데 누구나 필요한 만큼 쓸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한 사회를 말한다. 정치적으로는 온 세상이 공정한 '천하위공(天下爲公)', 경제적으로는 재화를 각 개인들이 저장할 필요가 없는'화불필장우기(貨不必藏于己)'의 사회로 공산사회의 목표와 닮아 있다. 마오쩌둥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주의적 이상사회를 유교적 이상사회인 다퉁으로 설정해두고 있었다. 그러나 1976년 마오가 죽고, 1978년 12월의 중국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사상해방(思想解放)'을 내걸고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다퉁에서 한 단계 아래의 샤오캉(小康)사회의 건설을 인민들에게 제시했다. 샤오캉이란 시경(詩經) 대아(大雅) 민노(民勞)편에 나오는 말로, 사회내에 대체로 갈등이 없고 화목하며, 대부분이 잘 사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정치적으로는 한 나라만 편안하면 되는 '천하위가(天下爲家)', 경제적으로는 재화를 각 개인이 쓰기에 충분하면 되는 '화력위기(貨力爲己)'의 사회를 말하는 것이었다. 

 

실용주의자 덩샤오핑은 이상주의자 마오쩌둥이 유교적 이상사회인 다퉁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적 이상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대약진 운동을 비롯하여 과도하게 급진적인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하다 실패해서 세계 최빈국(最貧國)의 대열로 전락한 점을 거울삼아, 다퉁보다 한 단계 아래의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인민들에게 제시하고, 무엇보다도 등 따뜻하고 배부른 '원바오(溫飽)'를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2020년의 1인당 GDP를 1980년의 4배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판량판(飜兩番)'을 내걸기도 했다.

 

2012년 말에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된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1980년대에 내건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발전적으로 계승해서, 오는 2020년까지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고, 2050년까지는 과거 전 세계 GDP의 3분의 1 정도를 좌지우지 하던 청왕조 초나,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세계 최강이었던 대당제국(大唐帝國)을 다시 재현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14억 중국 인민들에게 제시했다. 시진핑이 내건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완성'을 5년 앞두고 막바지 경제발전의 빠른 발걸음을 옮겨놓기 위해 작성한 계획이 바로 제13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다. 그 속에 담긴 '1000만 빈곤 인구의 가난 해결 방안'이나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건설이후 최초로 입안해서 통과 시킨 '자선법(慈善法)'이 바로 샤오캉 사회로 달려가기 위한 도구들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덩샤오핑이 제시하고, 시진핑이 확인해준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 과연 2020년에 달성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중국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계속해서 6.5~7.0%의 경제성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많다. 더구나 세계은행이 조사해서 집계한 중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 지수 GINI계수는 2010년에 0.421이다. 지니계수가 0.4를 넘는 사회는 소득불균형으로 사회 내 불만이 팽배해서 혁명이 벌어지기 직전의 사회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중국이 2020년에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중국 국가통계국이 조사해서 발표한 GINI계수는 2008년 0.49로 정점(頂点)에 도달한 뒤 완만하게 떨어지고는 있으나, 지난 해 무려 0.462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불평등 상황도 세계은행 조사 결과 중국내 상위 10%의 인구가 전체 부의 30%를 소유하고 있는 불평등 사회로 판단됐다. 우리의 경우 GINI계수가 0.3 정도,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의 16%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정도라고 하니, 현재 중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로는 2020년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중국공산당은 목표가 달성되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될까, 아니면 샤오캉 사회가 달성됐다는 통계수치를 만들어서 발표하게 될까.

 

 

박승준 _ 인천대학교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의 출처는 다음과 같음. 

http://news.ifeng.com/a/20151028/46021727_0.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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