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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갯벌로에서
2월호
중국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변화: '국내대순환'의 배경과 의의 _ 신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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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쌍순환(双循环)'국내대순환(国内大循环)’이다. 지난해 5월 양회 기간 중 열렸던 정치협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 주목을 받았으며, 뒤이어 10월 발표된 제145개년 규획 건의에서 보다 구체화된 내용이 공개되었다. 그 핵심은 시진핑 주석의 발언처럼 "국내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것을 발전의 출발점으로 삼고, 점차 국내대순환을 주로하고,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의 국면을 만드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내대순환의 구체적 내용은 사실 전형적인 소비증가-투자확대-고용증대-소득증가의 순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증가한 소득에 따라 소비가 다시 증가하여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국내대순환을 주로 한 쌍순환이란 결국 시장메커니즘 하에 최종 상품의 수요공급 균형이 주로 국내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동시에 국제대순환격인 글로벌 공급망, 무역, 국제금융시장의 활용과 참여는 보다 효과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 국내 투자 등 내수 변수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고, 수출, 대외 투자 등이 중요한 보조 변수가 되는 것이다. 135개년 기간까지만 해도 소비의 질이나 공간 확대, 해외소비의 U턴을 유도하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145개년 기간에는 소비 이후 순환의 과정까지 강조됨으로써 소비가 경제발전 전 영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보다 확연히 강화되었다. 중국이 이 같은 강력한 내수위주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는 기존 성장 방식의 부작용 누적과 함께 신창타이 시대 진입과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경제성장 방식의 변화와 정책 조정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신창타이 진입 이후 시진핑 주석은 "세 개의 시기가 겹치면서(三期叠加)" 중국 경제가 난항을 겪고 있으므로 성장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첫 번째 시기는 경제성장률의 전환기, 두 번째는 구조조정 진통기로서 산업과 성장 동력의 전환기를 의미하며, 세 번째는 이전에 행해졌던 각종 촉진 정책의 (부작용)해소기를 의미한다. 첫 번째는 이미 신창타이 시대 진입으로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인 산업과 성장 구조의 전환은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되었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하부 제조업 부분에서 저가의 생산요소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외수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통해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계기로 외수가 아닌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라는 목표에 함몰되면서 오히려 경제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예로 산업분야의 경우, 2차 산업의 과밀과 서비스 산업의 약세,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투자율과 낮은 소비율, 외부적으로는 높은 외환보유고로 인한 유동성 과잉 및 자산시장 거품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은 결국 중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장애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중국은 정부의 수요측 관리를 통한 투자 확대와 산업촉진 정책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왔다. 이 같은 케인즈식 정부팽창 정책은 단기적 경기상승을 통한 경제 선순환을 목표로 하지만 중국처럼 장기간 시행되면 과잉 투자와 초과 공급으로 이어져 수요공급 불균형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내수와 외수 부족을 겪는 중국이 지속된 공급과 투자를 효과적으로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정책의 후유증이 누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세 시기의 중첩 상황에서 중국이 이전과 같은 수요측 관리 정책을 유지한다면 물가상승이나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고, 높은 투자율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투자를 지속해도 생산성 향상은커녕 저조한 소비로 공급 과잉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난 135개년 기간 동안 실시한 공급측 개혁은 중국의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책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공급측 개혁은 생산요소에 대한 정책 개입으로서 혁신이나 구조조정, 공급요소의 질 향상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긴 시간을 요하는 정책이다. 중국의 수요가 빠른 시일 내 증가할 수 없다고 본다면 결국 성장 속도의 하락을 수반 할 수밖에 없으므로 지금과 같은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 기조로 활용하기에는 무리일 수 있다. 공급측 개혁의 장기적 추진을 위한 기반을 다잡았다면 다시 수요측 관리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경제성장을 끌어올려 정책적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국내대순환이 부상한 것은 이 같은 정책 균형의 과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대순환은 국내적 구조개혁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대외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 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되었다는 점, 글로벌 공급망 중하부를 담당하던 중국의 비교우위가 사라지는 가운데 선진국이나 여타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또는 재공업화가 진행 중인 점, 미국의 기술관련 제재와 무역마찰이 가중되고 있어 외자유입을 통한 성장보다는 스스로의 공급능력 혁신이 더 절실해진 점 등 외부적 환경이 더 이상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이 보여준 경제성장 방식과 일대일로 등을 통해 강조한 포용적, 능동적 개방 정책을 감안한다면 이번 국내대순환 전략은 분명 중국 경제발전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135개년 시기까지 중국이 대내개혁과 대외개방을 상호 촉진하는 실질적 쌍순환을 강조했다면, 145개년 기간부터는 '내순환'이라는 레토릭이 강조되면서 순환의 방향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대순환 전략이 공개된 국내외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는 단순한 중국의 경제발전전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사회주의 발전 1단계와 신중국 수립 100주년인 사회주의 발전 2단계의 역사적 교차 지점에서 내놓은 전략이니만큼 그 정치적 의미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중국과 높은 수준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관련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경제적 대응책 이상의 전략 수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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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제145개년 규획 건의가 통과된 회의 전경



신지연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 본 글은 향후 발표될 논문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인용과 활용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음

中国政府网, http://www.gov.cn/xinwen/2020-10/29/content_555587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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