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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2884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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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중국 춘절 이야기 _ 김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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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은 중국인들이 전통명절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시하고 성대하게 치루는 명절로서, 우리의 설에 해당된다. 여기서는 중국 춘절의 유래와 의례, 풍습, 음식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춘절은 유사 이래 농작물의 사계절 생육법칙과 천체의 운행법칙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절기 순환주기의 기재로서 춘절을 년(年)이라고도 부른다. 동한(東漢)의 허신(許愼)이 저술한 『설문해자(說問解字)』에 의하면 년(年)이란 곡식이 익는다는 뜻으로, 곡물의 파종에서 수확까지의 한 주기를 가리킨다.

 

설을 맞이하여 섣달그믐에 중국인들은 부뚜막신인 조왕신(灶王神, 灶神)을 송별하는 제사를 지낸다. 중국 고대 전설에 나오는 조왕신은 서민의 식생활을 주관하는 동시에, 천궁의 옥황상제가 파견하여 인간의 선과 악을 지켜보는 신령으로 간주되었다. 조왕신은 인간의 일언일행을 감시하여 한 해가 끝날 무렵에 천궁에 올라 옥황상제에게 상세한 사정을 아뢴다. 따라서 조왕신이 인간을 떠나 천궁으로 올라가는 날에는 집집마다 조왕신을 송별하는 제를 지낸다. 아무쪼록 부뚜막신이 옥황상제에게 좋은 말을 여쭈라는 뜻으로 제상을 차려 조왕신에게 기원한다. 특히 엿과 탕위안(湯圓)을 바치는데, 조왕신의 입을 붙게 하여 말을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한 해의 제일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을 가리켜 ‘추시(除夕)’이라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제야(除夜)로 일컬어진다. 중국인들은 추시를 춘절 행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여긴다. 보통 저녁부터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 앉아 날이 밝을 때까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야에 일찍 자리에 들면 눈썹이 하얗게 샌다고 하여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자정을 넘기며 담소를 나누곤 한다. 원래 중국 고대에는 깊은 산 속에 ‘시(夕)’라는 괴수가 살았는데, 매년 섣달 그믐날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해치곤 하였다. 이에 하늘의 자미성(紫微星)이 인간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와 붉은 종이를 붙이고 대나무를 태우면서 ‘시’를 내 쫓았다고 한다. 추시(除夕)은 바로 ‘시’를 제거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춘절은 한 해의 시작을 의미하며, 따라서 집집마다 대청소를 하고 춘련(春聯)과 문신(門神)을 붙인다. 붉은 종이에 새해의 소망이나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는 어구를 적은 춘련을 기둥이나 문에 붙인다. 문신(門神)은 수호신의 신상이나 이름을 새겨 귀신과 악마를 쫒는 신령이다. 보통 귀신잡이에 능한 신화 인물들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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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도문신(戳刀門神)

 

섣달 그믐날 저녁에 먹는 특별한 만찬을 녠예반(年夜飯)이라 한다. 북방에서는 만두(餃子), 남방에서는 훈둔(餛沌)을 빚어 먹는다. 또한 백년 장수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밀가루 국수를 먹는데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부른다.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쌀가루나 찹쌀가루 등을 반죽하여 쪄낸 녠까오(年糕)가 있다. 중국어로는 연연고승(年年高升)과 같은 발음으로서 해마다 발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녠까오는 대추, 팥, 땅콩, 호두 등 보조재를 넣어 다양한 품종이 있다. 이 밖에 북방에서는 만두를 쪄서 먹는 습속이 있다. 만두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새우 등 육류에 배추, 부추, 당면 등 야채를 배합한 소를 넣는다. 또한 춘절에 빠질 수 없는 요리가 생선이다. 중국 민간에서 물고기는 부귀의 상징이자 행복한 생활의 상징이다. 어(魚)와 ‘남을 여(餘)’는 같은 발음으로 물고기를 먹는 것은 바로 풍족한 살림을 뜻한다. 춘절에 생선을 먹으면 일 년 내내 풍족하게 된다는 소망을 내포하고 있다.

 

세배돈은 예전에 섣달 그믐날 밤에 어른들이 잠든 아이들 베개 밑에 귤과 여지를 묻어 놓아 이튿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먹게 하였다. 세배돈을 나누어 주는 풍속은 송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다. 어른들은 아이들 이불 속에 붉은 실에 꿰맨 동전을 넣어 주었다. 민국시기부터는 붉은 봉투에 세배돈을 넣어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풍속이 유행하였다. 중국에서는 세배돈을 압세전(壓歲錢)이라 부른다. 전설에 의하면 세배돈은 악귀를 눌러 물리치는데, 압세전의 세는 귀신을 뜻한다.

 

춘절에는 용등놀이, 용등춤 등 용춤이 민간오락의 하나이다. 용은 중국의 4대 신령(용, 봉황, 기린, 거북) 가운데 으뜸으로서, 인간에게 길상을 가져다주는 영물이다. 용두와 용신은 대나무 가지나 버들가지로 엮고 그 위에 천이나 종이를 붙이고 다른 색상의 염료로 용두와 용미 및 용신의 비늘을 그린다. 용을 만든 다음에는 마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연장자를 초빙하여 용머리에 두 눈을 그리게 하는데 이를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용신 속의 빈 공간에 촛불이나 등잔을 켜 놓아 밤중 용춤에 화려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 밖에 악을 쫒고 선을 부르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는 사자를 형상화하여 사자춤을 추기도 한다. 이는 복을 부르고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자택에서 각종 오락 활동을 벌이는데, 대표적인 것이 마작이다. 마작은 네 사람이 골패를 도구로 순열 조합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다.

 

민간에서는 요란한 폭죽소리로 새해의 아침을 알린다. 폭죽은 2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춘절 폭죽 터뜨리기를 하고 남은 자리에는 붉은색 종이 조각들이 마당을 뒤덮어 마치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민간에서는 이를 만당홍(滿堂紅)이라 부른다. 폭죽 터뜨리기가 끝나면 젊은이들은 설빔을 차려 입고 가족과 친척들에게 세배를 올린다. 세배는 집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집안의 연장자에게 절을 올린 다음 가문의 연장자, 직장 상사 혹은 친우의 집에 가서 세배를 올린다.


한편 민간의 전통에 따르면 정월 초하루를 빗자루 생일이라 하며, 이 날은 빗자루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가 있다. 만약 건드릴 경우 빗자루는 집안의 행운과 복을 싹 쓸어 가서 집안이 망한다는 속설이 전한다.

 

관습과 중국문화 6

 

김지환 _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 이 글에서 사용한 이미지는 장정아 교수 제공의 중국학술원 소장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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